<강은 길을 모른다>
봄날
우리가 잃었던 기억은 무엇이며
빗소리에 사라졌던
삶의 흔적들은 무엇인가
꼭 껴안고 있었던
낙엽들은 사라지고
서툰 언어로 채워지는
그 공간들은 무엇이란 말인가
햇살 때문에 뜨거워진
가슴 사이로
부딪치는 상념들은
고통스런 표정을 짓고
구름에 가려
더 높이 날지 못하는
새들의 눈물은
빗물과 함께 대지를 적신다
길은
어딘가에서 만날
헤어짐을 탓하지 않는다
길은
언젠가 다시 만날
빗물을 탓하지 않는다
한낮의 단꿈은
꿈으로 그치지 않는다
흩어진 시간의 조각들이
다시 뭉쳐지면서
선명한 색깔을 내고 있다
풀잎은 다시 시간 앞에서
내일을 말하고 있다
강은 길을 모른다
길도 강을 모른다
우리가 흐르고 있는 까닭은
강이기 때문이다
길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