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한 사랑, 간절한 사랑

조선시대 허균(1569-1618)이라는 사대부가 기생 매창( 1573-1610)을 사랑했다. 사랑하던 여인이 세상을 떠나자, 허균은 그녀를 사모하며 시를 썼다.

妙句堪擒錦 절묘한 글귀는 넓게 펼쳐진 비단이요
淸歌解駐雲 맑은 노래는 흩어지고 머무르는 구름이라
偸桃來下界 복숭아를 훔친 죄로 하계에 귀양 와서
竊藥去人群 선약을 훔쳐 인간세상을 떠나셨네

燈暗芙蓉帳 부용꽃 휘장에 등불은 어두워졌는데
香殘翡翠裙 비취색 치마에 향내는 아직도 남아있구려
明年小桃發 내년에 복사꽃 활짝 피어날 때엔
誰過薛濤墳 그 누가 설도의 무덤을 찾아주리요<류주환 역>

허균이 전운판관으로서 부안에 갔을 때 33살이었다. 매창은 29살이었는데, 두 사람은 그후 10년 동안 사랑을 나누었다.

매창은 계생(桂生)이라고도 하며 부안(扶安) 기생이었다. 매창은 시에 능하고 노래와 거문고도 잘했다. 천성이 고고하고 깨끗하였다.

‘이미 너와 나의 거리/ 멀어진 그리고 벌어진 남보다 못한 우리 사이/ 사랑에 슬퍼하고 사랑에 눈물짓는 외톨이/ 가슴이 아파/ 수 많은 밤을 세우며 나를 달래고 있어/ 사랑이 가네 사랑이 떠나네/ 이 밤이 가면 널 지워야겠지/ 사랑에 아파하고 사랑을 기다리는 외톨이’(C.N. Blue, 외톨이야, 가사 중에서)

사랑이 떠나갈 때 느끼는 애통한 심정은 예나 지금이나 똑 같다. 허균이 매창을 잃고 느꼈던 비통한 심정은 오늘 날 젊은 가수들에 의해 똑 같이 노래되고 있다.

<그리워라, 만날 길은 꿈길밖에 없는데
내가 님 찾아 떠났을 때 님은 나를 찾아왔네
바라거니, 언제일까 다음날 밤 꿈에는
같이 떠나 오가는 길에서 만나기를>
[황진이, 상사몽(相思夢)-꿈]

꿈속의 사랑! 사실 진정한 사랑을 하기에는 삶의 현실은 너무나 더럽고 추하다. 물질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사람들은 지나치게 이기적이고 배타적인 상태가 되었다. 극심한 약육강식의 분위기에서 낭만이나 애정은 추상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 사람들은 언제나 꿈속으로 돌아갈 마음가짐이 되어 있다.

그래서 황진이는 노래했다. <相思相見只憑夢 (상사상견지빙몽)> 내 님이 그립지만 만날 수 있는 방법은 꿈속에서 보는 길밖에 없다고 자신의 심정을 표현했다. ‘상사몽 - 꿈’이라는 황진이의 시는 김성태 작곡, 김안서 작사, 소프라노 배행숙의 가곡 ‘꿈길에서’로 들을 수 있다.

‘세상이 내게 미쳤다 말해도/ 멈출 수가 없네요 난 안돼요/ 사랑이 내게 거두라 말해도/ 그댈 단념할 수 없어요/ 아파야 사랑인거죠/ 아프니까 사랑인거겠죠’(민경훈, 아프니까 사랑이죠, 가사 중에서)

나를 아프게 하는 사람 때문에 나는 사랑을 알게 된다. 정말 가슴 아프게 하는 사람만이 사랑을 가르쳐 줄 수 있다. 아프지 않으면 사랑이 아닐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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