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46)

공칠은 마침내 서울생활을 모두 접고 고향으로 돌아왔다. 아버지는 기다렸다
는 듯이 말했다. ”그래. 내가 뭐라고 했니? 네 적성에 공부는 맞지 않는 거
야. 너는 우리 집안의 가업을 이어받으면 충분히 성공할 수 있어. 정육일을 
배우고, 식당 경영에도 신경을 쓰자.“

”그런데 이상하게 저는 소와는 인연이 맞지 않는 것 같아요. 다른 일을 하
게 해주세요. 저는 원래 경찰관이 되려고 했어요. 대학은 포기했지만, 경찰
관 시험공부를 하게 해주세요.“

”경찰관 되는 것은 하늘에 별 따기야. 그리고 경찰관은 사회를 위해 좋은 
일도 하지만, 남을 잡아넣고 음주단속을 해서 적을 많이 만들기 때문에 별로 
좋은 직업이 아냐.“

공칠은 아버지의 말에 속에서 무언가 뜨거운 기운이 솟구쳐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으나, 꾹 참았다. ‘소를 죽이고, 소고기를 썰고, 소고기를 요리해서 
돈을 버는 것보다는 경찰관이라는 직업이 훨씬 덜 죄를 짓는 거예요.’

공칠은 아버지 몰래 경찰관이 되려고 했다. 그래서 아버지에게는 커피바리스
타가 되겠다고 말하고 커피학원을 다니기로 하고, 그 지역에서 제일 활발하
게 흥신소를 하고 있는 김민첩 사장을 찾아가서 아르바이트일을 하기로 했다
.

흥신소에서는 비록 공칠이 나이는 어리지만, 태권도와 권투 등 무술을 했기 
때문에 쓸모가 있다고 생각하고 일을 시켰다. 흥신소에서 일을 하기 위해서
는 오토바이면허를 타는 것이 급선무였다. 공칠은 열심히 해서 오토바이를 
배웠다. 곧 이어서 자동차운전면허도 땄다.

흥신소 사장인 김민첩은 이름 그대로 머리가 잘 돌아가고 행동이 빨랐다. 어
떻게 그 아버지가 아들의 이름을 민첩이라고 지었는지 모른다고 사람들은 혀
를 찼다.

민첩의 아버지는 민첩을 낳기 전에 부부 사이가 나빴다. 그래서 결혼하고 얼
마 되지 않아 다른 여자를 만나서 첩을 만들었다. 그런 상태에서 민첩의 어
머니는 임신을 하고 마침내 아들을 낳았다. 그래서 민첩의 어머니는 아들 이
름을 지으러 역학자에게 찾아갔다.

역학자는 민첩의 어머니를 한동안 쳐다보더니, “자네 아들 이름은 민첩이라
고 지어. 그래야 신랑이 더 이상 첩을 두지 않고, 현재 있는 첩도 3년 이내
에 떨어져나가게 돼. 민자는 첩을 밀어내서 신랑을 첩이 없는 상태, 즉 무첩
(無妾)으로 만든다는 뜻이야.”

그래서 민첩의 어머니가 우겨서 아들 이름을 민첩으로 지었는데, 정말 이상
한 일이 벌어졌다. 민첩이 세 살이 되던 해에 민첩의 아버지는 데리고 있던 
첩의 과거 애인이 감방에서 출소해서 옛애인을 만나 자신이 감방에 가있는 
동안 민첩의 아버지와 바람을 피었다는 이유로 얼굴에 염산을 뿌렸다.

그러자 그 여자는 민첩의 아버지가 강제로 강간을 해서 어쩔 수 없이 지금까
지 끌려다녔다고 허위자백을 했다. 그 여자 애인은 흥분해서 민첩의 아버지
를 살해하기로 마음먹고 민첩 아버지를 만났다.

그 건달은 감방에서 몇 년을 고생해서 밖에 나와 마음 잡고 잘 살려고 했는
데, 옛애인이 이렇게 남의 첩으로 되어 있고, 남의 애인을 빼앗아 첩으로 데
리고 있는 놈이 잘 살고 있는 것을 보고 더 이상 이 세상은 살 가치가 없는 
곳이라고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그 남자는 민첩의 아버지에게 염산을 뿌리고 불을 질러 없애기로 준비를 하
고 민첩 아버지를 찾아왔다. 그런데 그 여자가 이런 위급한 상황을 민첩 아
버지에게 사전에 연락을 해주었다.

그래서 민첩 아버지는 그 지역에서 제일 무서운 폭력조직의 두목에게 돈을 
주고 그 건달을 막아달라고 SOS를 쳤다. 두목은 웃으면서, “아무 걱정하지 
말아요. 두 다리 쭉 뻗고 잘 수 있게 만들어줄테니까요.”

그러면서 두목은 제일 민첩한 행동대원 세명을 민첩의 아버지 집에 상주시켰
다. 며칠 있다가 마침내 첩의 옛애인이 민첩의 아버지 집을 찾아왔다. 민첩
의 아버지가 폭력조직배 세명과 같이 마중을 나갔다.

그랬더니 그 첩의 옛애인은 행동대원 중 한 사람을 알아보고,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었다. “제가 잘못했어요. 죽여주세요.” 민첩의 아버지는 어리둥
절했다. “선배님이 아는 사람인줄 몰랐어요. 한번만 용서해주세요.”

그 첩의 옛애인은 감방에 가기 전에 그 행동대원의 애인을 건드렸다가 린치
를 당해 거의 죽을뻔 했던 사람이었다. 아무튼 민첩의 아버지는 이 일로 인
해 첩과의 관계를 정리했다.

대신 첩과의 관계를 정리하는 댓가로 첩에게 3천만원을 위자료로 지급했다. 
그리고 조직폭력배에게 천만원을 주었다. 그 이후에는 바람은 피어도 고정적
으로 첩관계는 만들지 않았다.

민첩의 어머니는 아들의 이름을 지어준 그 역학자를 생명의 은인으로 생각하
게 되었다. 다만, 아들 이름 때문에 남편이 첩은 떼어버릴 수 있었지만, 아
들을 부를 때 ‘첩아!’라고 첩자를 넣어서 부르는 것은 기분이 좋을 수 없
었다. 

'작은 운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작은 운명 ⑱  (0) 2020.11.27
작은 운명 ⑰  (0) 2020.11.27
작은 운명 (45)  (0) 2020.11.26
작은 운명 (44)  (0) 2020.11.24
작은 운명 (43)  (0) 2020.11.24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