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rning Coffee

비가 오는 아침에는 마음이 착 가라앉는다. 몸이 가볍지 않다. 가볍지 않다는 것은 무겁다는 뜻이다. 내리는 빗물의 무게를 느끼기 때문일까? 비오는 아침에는 무거운 마음으로 생각도 하게 되고, 사랑도 더 진하게 느껴진다.

참 이상하다. 빗소리를 들으면 많은 생각들이 떠오른다. 스쳐 지나가기도 한다. 어렸을 때 여름비가 오면 비를 맞으러 뛰쳐 나갔다. 우산 없이 비를 맞는 건 아주 의미 있는 일이었다. 하늘이 주는 축복을 직접 받아 보는 것이고, 자연 속으로 직접 뛰어 들어가 보는 것이며, 꾸밈 없는 삶의 표피에 부딛혀 보는 일이기도 했다.

조용한 공간에서 혼자 빗소리를 들으면 문득 커피향이 그리워진다. 아침커피라고 하니 다소 어색하다. 그래서 모닝커피(morning coffee)라고 부르고 싶었다. 어린 시절부터 웬지 모닝커피라고 하면 더 멋있고, 맛도 있는 것처럼 느껴왔기 때문일지 모른다. 이 정도는 외국문화에 젖어 있다고 하기 보다는 작은 애교로 봐줄 수 있을 것이다.

모닝커피를 마시며 그 그윽한 향 속에서 또 다시 그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건 마약처럼 나를 중독시키고 있는 것 같다. 궁금했다. 무엇을 하고 있을까?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한 마디로 그리움이었다.

보지 않아도, 듣지 않아도 떠오르는 건, 떠오르게 만드는 건 진한 그리움일 것이다. 삶과 삶이 추상적인 사랑에 뒤엉켜 있는, 흐트러졌지만 아름다운 건 실존의 모습이다.

언젠가는 떠날 것이다. 아무도 없는 히말라야 고원지대의 눈 덮인 초원으로, 그곳에서는 비 대신 눈을 맞을 것이다. 눈이 주는 포근한 촉감 속에서 서로가 꼭 껴안고 있을 것이다. 눈을 감고 사랑을 느낄 것이다. 영원이라고 믿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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