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를 훼손하면 반격을 당한다>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본의 아니게 남과 다투거나 싸움을 하는 경우가 있다. 상대가 워낙 나쁘게 나오면 하는 수 없이 싸우게 된다. 성인군자가 아니거나 인격적으로 수양이 덜 되었기 때문에 그렇다. 예전에는 폭행, 상해사건이 많았다. 성질을 참지 못하고 주먹부터 나갔다.

 

술집이나 나이트클럽 같은 곳에서 집단패싸움도 적지 않았다. 맥주병으로 찌르고, 의자로 머리를 치고, 칼을 휘둘렀다. 그러다가 공동상해죄, 특수상해죄로 징역까지 살았다. 피해자도 사소한 문제로 감정싸움을 하다가 칼로 찔려 중상해를 입거나 목숨을 잃기도 했다.

 

요새는 말과 글로 싸운다. 다른 사람을 욕하고 비방하고, 글로 명예를 훼손한다. 옛날에는 몇 사람 있는 장소에서 그냥 말로 욕설을 하고 상대방을 비방하는 것으로 그쳤다. 지금은 인터넷에 올려놓으면 즉시 전세계로 퍼지고 영원히 남는다. 폭행하는 것보다 인터넷에서 명예훼손하는 것이 훨씬 더 데미지가 크다. 인터넷시대이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는 수많은 명예훼손행위, 타인에 대한 모욕행위가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피해자가 고소를 하면 경찰에서 조사를 받아야 하고, 벌금을 내기도 한다. 정식으로 재판에 회부되어 집행유예를 받거나 실형을 살기도 한다.

 

여러 사람이 모여 일을 하다보면 싸움도 일어나고 분쟁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특히 단체의 경우, 이해관계가 대립되면 서로 싸우고, 물고 뜯고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런 싸움에 잘못 끼어들거나 직접적인 당사자가 되면 매우 피곤하게 된다. 잘못하다가는 전과자가 되기도 한다.

 

어떤 아파트단지에서 일어난 일이다. 동대표회의석상에서 서로 싸우는 장면이 연출되었다. 동대표, 관리소장, 아파트 주민들이 수십명 모인 자리에서, 갑은 ‘을이 벌금을 낸 전과자다’라는 발언을 했다. 사람들은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아니 저 사람이 전과자야? 어쩐지 이상해 보이더니, 전과자라 그랬구나!” 그 소문은 순식간에 아파트단지 주민들에게 퍼졌다. 전과자라는 사실이 알려진 당사자는 고개를 들지 못하고 풀이 죽어 지내게 되었다. 변호사에게 상의했더니, 비록 그 사람이 벌금을 낸 전과사실이 있다고 해도 그런 사실을 여러 사람이 있는 장소에서 발언한 것은 형법상 사실을 공개한 명예훼손죄에 해당한다는 자문을 받았다.

 

어려운 말로,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라고 한다는 것이다. ‘事實摘示 名譽毁損罪’라는 것이다. 요새는 한글전용시대라 이처럼 어려운 한자는 보통 사람은 절대로 읽을 수 없게 되었다.

 

피해자는 변호사의 코치를 받아 자신의 전과사실을 널리 퍼뜨린 가해자를 상대로 형사고소를 했다. 위자료까지 청구하려고 했으나, 그건 나중에 형사고소사건 처리 결과를 봐서 해도 될 것이었다. 다만 불법행위의 단기소멸시효는 3년이기 때문에 발설행위로부터 3년 안에만 법원에 소장을 내면 된다.

 

가해자는 결국 검찰에 의해 법원에서 재판을 받게 되었다. 가해자는 주민들의 이익이라는 공공의 이익에 관한 발언이라고 위법성조각사유를 주장하였지만, 법원에서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에서는 가해자의 위와 같은 발언은 구체적 사실의 적시이고, 단순한 의견의 표명이 아닐 뿐 아니라, 당시 피해자의 동대표 결격사유에 대하여 발언함에 있어서 주된 논점을 벗어나 공연히 피해자의 전과사실 및 폭력성을 강조하였던 점에 비추어 그것이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 해당한다고 할 없기 때문에 형법 제310조에 의하여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하였다(대법원 2005. 7. 15. 선고 2004도1388 판결 참조).

 

가해자는 결국 대법원까지 3번 재판을 받아 유죄판결을 받고 형사처벌되었다. 명예훼손죄는 이와 같이 무거운 범죄다. 말을 잘못하면 조사받고 재판까지 받아 전과자가 될 수 있다. 때문에 다른 사람에 관하여 그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릴 수 있는 발언을 공연한 장소에게 하면 안 된다. 각별히 조심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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