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싸움을 하는 기술>

부부싸움은 다른 싸움과는 본질이 전혀 다르다.
밖에서 남과 싸울 때는 무조건 이겨야 하고, 져서는 안 된다.

술집에서 다툼이 생겨서 두 사람이 싸우는 경우를 보자.
서로 치고 받고 싸우면 우선 이겨야 한다.
지면 두들겨 맞고, 다치고, 심지어는 죽을 수 있다.
때문에 법은 나중 문제다.

일단 싸움이 시작되어 피할 수 없으면,
무조건 이겨야 한다.
그리고 싸움의 목적은 특별한 것이 없다.
상대를 공격하고, 상대에게 치명타를 가하는 것이다.
상대를 응징하는 것이다.

상대의 신체적 법익을 침해하고, 신체의 완전성을 해치는 것이 목적이다.
상대를 배려하거나 불쌍하게 동정하거나, 상대를 위하는 마음은 전혀 없다.
아니, 그런 식으로 마음이 약해지면 싸움에서 지게 되고, 상해를 입게 된다.

그러나 부부싸움은 전혀 다르다.
부부싸움에서는 싸우는 목적이 상대를 파괴하거나 공격하거나 치명타를 가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서로가 의견 차이가 있거나, 생각이 다르거나, 또는 상대가 어떤 잘못을 했거나 하는 경우에 부부싸움을 한다.
이런 경우에 대개는 가정을 위해서, 서로 잘해보자는 기본 취지에서 싸움을 한다.

남편이 바람을 핀 사실을 알고 싸우더라도, 그것은 남편으로 하여금 바람 피는 것을 중단하도록 하거나, 바람 피었기 때문에 잘못했다는 것을 지적하면서 따지고 비난하기 위해 싸움을 하는 것이다.

부부싸움에서는 절대로 물리력을 행사하거나 폭행 또는 상해를 가하는 것은 금지된다. 부부싸움의 기본 규칙이고, 법이다.

부부싸움은 말로 하는 것이 원칙이다. 때로는 묵비권을 행사하기도 한다. 또는 소극적인 거부로 한다. 예를 들어 잠자리를 거부하거나 밥을 하지 않거나, 또는 현장을 이탈하는 외출 또는 외박, 별거로 표현되기도 한다.

그러나 어떤 경우든 부부싸움은 상대를 파괴하거나 신체적 불구로 만들거나, 정신적으로 공황상태로 만들거나 가정을 파괴하려는 목적을 가지지 않는다.

대개의 경우, 가정의 행복을 위하여, 자녀를 포함하여 가족 전체의 평화와 복지를 위하여 부부싸움을 한다.

때문에 부부싸움에서는 일정한 한계가 있어야 한다. 절대로 넘어서는 안 되는 선이 있다.

너무 장시간 싸워서는 안 된다. 그렇게 되면 서로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널 수 있다.

너무 자기 주장만 일방적으로 하면 안 된다. 싸우면서도 상대의 주장을 경청해야 한다. 상대의 주장에 대한 증거도 살펴보아야 한다.

무조건 상대의 말을 거짓말이라고 몰아붙이고, 믿지 않고, 자신의 주장만 옳고 사실이라고 떠들면 안 된다.

싸우면서도 상대의 입장이 되어 보아야 한다. 남편이 바람을 피웠어도, 남편의 입장에서 생각을 해보아야 한다. “부인이 남편에게 잘 해주지 못해서 바람 핀 것은 아닌가? 또는 부인과의 성생활이 만족스럽지 못해서 밖에서 성관계를 가져본 것은 아닌가? 또는 바람을 피웠어도 아무런 영향도 없고, 지금은 완전히 끝난 관계가 아닌가? 남편은 바람을 피면서도 부인을 사랑하고 가정을 온전하게 지키고 있는 것은 아닌가? 다른 남자들 다 바람을 피는데, 자신도 한번 핀 것을 가지고 부인이 너무 심하게 나오는 것은 아닌가?”

바람 핀 남편은 이런 잘못된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부인은 한번쯤 생각하면서 싸워야 한다.

부부싸움을 하면서도 일정한 룰을 지켜야 한다. 너무 심한 욕설을 하거나, 고성을 지르거나, 험상궂은 인상을 쓰거나, 너무 몰아붙이거나, 죽일 듯이 무서운 표정으로 협박을 하면 안 된다. 잘못하면 상대의 마음이 완전히 돌아설 수 있다.

부부싸움은 단 둘이 있을 때, 자녀나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은밀한 공간에서 해야 한다. 특히 부부싸움을 자녀들이 관람하게 해서는 안 된다. 자녀가 부부싸움의 관객이 되면 그 흥행은 완전히 실패하고 가정은 엉망이 된다. 영화 잘못 찍어서 제작사 부도나는 것과 비슷하다.

외부 사람들이 봐도 안 된다. 동네에서 고개를 들지 못한다. 부부싸움을 자주 하는 사람들은 동네사람들도 무시하고 사람으로 보지 않는다. 자신들도 부부싸움을 하면서도 공공연하게 싸움을 하는 부부들은 동네 개들이 사람들 보는데서 교미를 하는 것처럼 저질로 본다. 자신도 침실에서 성관계를 가지면서 길거리에서의 교미를 보면 더럽게 생각하는 것과 같다.

부부싸움을 해도 가급적 빠른 시간안에 끝을 내고, 남자가 먼저 여자에게 사과하고 여자를 풀어주어야 한다. 물론 여자가 바람을 피워서 싸웠다면 다르다. 이때 남자의 아량과 포용력이 중요하다. 화난 여자를 달래주고, 돈을 많이 주는 것이 좋다. 그래야 싸움의 효과가 나타나고, 가정은 더욱 화목해진다.

부부싸움을 하더라도 부부 사이의 특수성을 감안하여 기술적으로 효과적으로 싸우는 법을 배워야 한다. 지금부터 싸움을 하려면, 먼저 링에 올라가기 전에 싸움의 전략을 생각하고 싸움의 기법을 사용하면서 부부싸움을 하라. 그리고 적당한 선에서 휴전을 하고, 빨리 상대의 화를 풀어주는 방어기제를 사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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