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 천 마리를 날린 남자>
어떤 사람이 작년에 오피스텔을 한 채 분양받았다. 1억6천만원에 계약을 하고, 10%에 해당하는 1천6백만원을 계약금으로 지급했다. 그 대가로 받은 것은 분양계약서 한 장뿐이다.
분양사무실에 갔다가 그 현란한 분양팀의 말솜씨에 넘어갔다. 한때 아파트 대신 오피스텔붐이 불었을 때였다. 오피스텔을 분양받으면 전세나 월세는 100% 보장된다고 했다. 내부 구조도 좋고, 위치가 너무 좋아서 곧 프리미엄이 붙을 거라고 했다. 중도금은 분양회사에서 무이자처리해주고, 나중에 잔금만 내면 입주가 가능하다고 했다.
그 사람은 중간에 소개해준 친구 때문에 흥분해서 계약금을 내고 분양을 받았다. 그런데 그후 오피스텔값은 떨어지고, 분양도 제대로 되지 않고, 워낙 불경기에, 무시무시한 코로나19사태까지 겹치니, 그 사람은 계약금을 포기하고 중도금지급의무를 면하려고 마음먹었다.
분양회사에서 이미 중도금대출을 수분양자 명의로 받았으면 문제는 매우 복잡해진다. 다행이 분양회사에서는 계약금을 포기하면 나머지 중도금 등은 문제삼지 않겠다고 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계약 한 번 잘못해서 1천6백만원을 날리게 생겼다. 얼마나 속이 상할까? 그는 남의 말을 무조건 믿은 죄 때문에 벌을 받는다고 생각했다.
치킨집에서 치킨값이 만8천원인지, 만6천원인지, 9천9백원인지를 가지고 이렇게 따져보고, 저렇게 따지면서 살았는데, 만6천원짜리 치킨 천마리가 한 순간에 먹지도 못하고 날라가 버린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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