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아들>
사람은 누구나 부모의 노고로 출생하고, 양육되며, 교육을 받고, 성장하게 된다. 부모와 형제로써 가족이 구성된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가족의 진정한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가족 구성원 상호 간에 각자 어떤 역할을 하여야 하는지 모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문제가 생기고 불행이 초래된다.
서로에게 감사를 하는 마음을 가지고 살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각자 지켜야 할 의무가 있고, 서로 사랑하고 보호해야 할 책임도 있는데 그것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것이다. 누가 제대로 가르쳐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제대로 가정교육을 받을 기회도 없었기 때문이다. 다들 먹고 살기 바쁘고, 자기 할 일에 쫓기다 보면 전체로서의 가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이다.
부모의 입장에서는 자녀에 대한 아주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면서 높은 수준을 기대한다. 열심히 공부해서 최고가 되기를 바란다. 시간을 아끼며 꼭 필요한 일만 하기 바란다. 흐트러지지 않고, 바른 생활만 하기를 원한다. 여기에 미치지 못하면 혼을 내주고, 사람 취급을 하지 않고, 사랑을 베풀지 않는다.
돈만 대주고, 밥만 먹여주고, 그 다음 자녀들은 공부만 열심히 하고 성적만 좋으면 된다. 따뜻한 대화도 서로 나누지 않는다. 각자 TV를 보고, 아버지는 술을 먹고 늦게 들어와도, 자녀는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어야 한다.
이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자식은 기계가 아니다. 사람이다. 학교생활에 적응하기도 힘이 들고, 주변 환경이 공부에 전념하게 놔두는 것도 아니다. 열심히 해도 성적이 제 마음대로 나오는 것도 아니다. 그런 자녀를 구박하고 냉대하는 것은 커다란 잘못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부모와 자식 사이는 자꾸 멀어진다. 서로가 바라보는 시각에 너무나 커다란 차이가 있다. 아이는 아이대로 실망하고 삐뚤어진다. 부모는 부모대로 실망하고 애정을 주지 않는다. 이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이렇게 성장한 한 아들이 아빠에게 편지를 보냈다.
“어릴 때부터 아빠는 두려운 존재였어요. 그것은 조금만 잘못해도 아빠가 나를 정말로 버릴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어요. 우리 가정의 가장 큰 문제는 서로에게 대한 신뢰가 다른 가정에 비해 너무 부족하다는 것이에요. 신뢰한다는 것은 가족 중에 누가 잘못을 했을 때나 힘든 상황이 생겼을 때 상대방이 그곳에 끝까지 있어 줄 것이라는 믿음을 의미하는 것이에요.
그런데 이러한 믿음은 하루아침에 생겨나는 것은 아니고, 사랑과 인내를 가지고 꾸준히 노력해야 생기는 것이에요. 누가 한번 잘못했다고 등을 돌리고 떠나는 것은 남들끼리 하는 일이지, 가족이라는 것은 남들과 함께 살아가는 세상 속에서 서로 의지하고 보루가 되는 존재라고 생각해요.
내가 어렸을 때에 아빠와의 사이에서 서로가 상처를 주고받았다는 것을 아빠도 잘 알고 있으리라고 믿어요. 아빠는 잘 모르겠지만 나는 내 성격에 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왜 그런지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었어요.
지금 생각해 보니 그러한 원인이 어린 시절에 겪었던, 아빠에게서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당당하게 아빠와 대화를 나누지 못하고, 그로 인해 열등감과 낮은 자존심이 생겨 그랬다는 것을 점차 알게 되었어요. 그렇지만 아빠를 미워하고 원망하고 싶은 마음은 이제 없어졌어요. 나도 성인이 되었고, 크리스챤이 되었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지금도 가끔 아빠가 다른 아빠들과 달리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이면, 나는 아빠의 모습을 보면서 그 안에서 내 모습이 보이고, 미래의 나도 저럴까 안타깝고 불안해져요. 나도 아빠 아들이니까 아빠 성격을 많이 닮았다고 생각해요.
가까운 사람들이 나에게 조금이라도 잘못하면 그 사람들과의 관계도 끝내 버리고, 나를 위해서 다른 사람들이 희생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조금이라도 불편하고 거북한 상황이 생기면 현실에서 도피해 버리는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왔지만, 이제는 그렇게 살지 않기로 마음을 굳게 먹었어요.
그런 것을 고치지 않고서는 내가 원하는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에요. 앞으로 우리는 가족이니까 서로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 있어도, 화가 나서 참을 수 없어도, 서로 회피하지 말고 대화하고 인내하고 사랑으로 받아주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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