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43)

인경은 그 다음부터는 남자를 만나지 않았다. 어떤 남자를 봐도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다. 여자를 이용해 먹으려는 교활한 늑대 같았다. 아니면 욕망을 추스르지 못하는 발정기의 숫사슴처럼 보였다.

다른 커피숍에서 커피 바리스터로 열심히 일을 해서 어느 정도 돈도 모았다. 그러다가 이혼한 비슷한 나이의 남자를 만나 둘이 동업으로 커피숍을 차렸다. 물론 대부분의 자금은 남자가 냈고, 인경은 2천만원만 냈다.

몇 달 동안 합심해서 커피숍이 자리를 잡자, 남자는 인경에게 결혼하자고 했고, 인경도 그동안 혼자 고생을 너무 많이 했기 때문에 그 남자의 프로포즈를 받아들였다.

그 남자는 혼자 살던 집이 있었기 때문에 인경은 살림살이를 가지고 들어가기만 하면 되었다. 결혼식도 하지 않고 동거에 들어갔고, 동거를 시작한 지 한 달만에 혼인신고까지 마쳤다.

그 남자의 말로는 전처가 바람을 피워서 하는 수 없이 협의이혼을 하게 되었다고 했다. 전처와의 사이에 자녀도 없다고 했다. 인경은 그동안 여러 차례 남자에게 속고 배신을 당했으면서도 또 그 남자의 말을 무조건 믿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마지막 남자라고 생각하고, ’내 사전에 이혼은 없다. 이 남자 이외의 다른 남자는 없다.‘라고 확신하고 열심히 노력했다. 그렇게 2년이 지났다. 인경은 약간의 돈도 모으고, 행복했다. 앞으로 자신의 인생에 불행은 없으리라고 믿었다.

그런데 2년이 지나면서 남자는 갑자기 인경과 잠자리를 하지 않고 각방을 쓰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애정이 식은 모습이 확연하게 보였다. 커피숍에서 아르바이트 하는 어린 여자를 꼬셔서 애인으로 만들어 놓은 것이었다.

인경은 그런 사실을 알게 되자, 모든 것을 포기하고 협의이혼을 하고 나왔다. 물론 투자한 돈은 남자로부터 받고 나왔다.

이혼한 다음 인경은 1년 정도 쉬다가 다시 작은 커피숍을 오픈했다. 그러면서 완전히 남자는 멀리하고 열심히 일만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이혼한 지 3년쯤 지나서 배드민턴을 치러 다니다가 공국을 만나게 된 것이었다.

그때는 커피숍도 접고 집에서 쉬고 있던 때였다. 공국은 매우 인간적인 사람이었다. 인경을 만나서 자신의 모든 것을 털어놓고 상의했다. 그리고 치킨집을 열심히 하고 있었다. 공국의 이런 모습에 인경은 끌렸다.

그러면서 정이 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공국의 부인인 맹순이 두 사람 사이의 관계를 의심하고 끊어놓으려고 나선 것이었다. 인경도 이제는 물러서지 않으려고 했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자신은 항상 남자에게 당하고, 남자의 부인에게 당했다. 그런 것이 너무 억울했다. 그래서 이제는 당당하게 공국의 부인과 싸우려고 마음먹었다.

“그래, 내가 당신 남편을 사랑하고 있다. 그리고 당신 남편도 당신과는 정이 없고, 오히려 나를 더 좋아한다. 그렇다면 이제는 당신이 물러서야지, 왜 내가 물러서야 하느냐?”

이런 식이었다. 다만 인경의 입장에서는 공국의 부인인 맹순에게는 하나도 미안하지 않았지만, 공국의 자녀들에게는 미안했다. 왜냐하면 자녀들은 아무런 죄가 없기 때문이다.

자녀들은 공국과 맹순 사이에서 본인의 의사와는 아무 관계없이 태어났다. 공국과 맹순이 남자와 여자로서 사랑하고 성관계를 했기 때문에 아주 우연히 태어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아빠와 엄마가 서로 잘 살고 능력이 있으면 자녀들은 행복하게 살 수 있는데, 아빠와 엄마가 제3자의 개입으로 혼인생활이 파탄나고, 매일 싸움이나 하고 있으면 자녀들은 말할 수 없는 피해를 보게 된다.

그 점에서는 인경이 할 말이 없었고, 미안할 뿐이었다. 하지만 그런 문제 때문에 자신이 어렵게 얻은 사랑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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