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길에서>
처음 무척 낯설었던 길
바로 그 길이었다
그곳에서 너를 만났고
사랑을 알았고
내 인생을 걸었다
어느 봄날이었다
건너편에서 마주친 사람
첫눈에 들어온 은은한 빛
달빛에 젖은 너의 그림자를 따라 걸었다
소나기가 무섭게 쏟아지던 밤
우산 속에서 동행의 의미를 알았다
빗속에서 너의 가슴속으로 들어가
너의 영혼을 보았다
너를 따라 걷던 길에
가냘픈 코스모스가 피었다
너는 말없이 꽃씨를 날리며
내 안으로 들어왔다
또렷한 문신을 새기면서
뜨거운 포옹을 했다
그 길에 함박눈이 내렸다
눈길을 걸으며
선한 눈빛의 사슴을 만난다
우리가 만든 사랑이 눈꽃으로 피었다
가지에 작은 촛불을 켜서 놓는다
(후기)
길을 떠올리는 사람이 있다. 같이 걸었던 사람! 동행의 의미를 깨우쳐준 사람. 바로 그 사람이다. 길은 그래서 의미를 갖는다. 그 사람의 길이기 때문이다. 그 사람을 생각하며 다시 그 길을 걷는다. 비록 혼자지만, 곁에는 그 사람이 말없이 동행하고 있음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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