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관한 반어법>
사랑의 존재와 부존재! 이 문제는 항상 우리를 괴롭힌다. ‘나는 아직도 너를 사랑하고 있다. 너는 더 이상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
너는 떠난다. 내 곁에 존재하지 않는다. 너의 부재는 나의 사랑과 어떠한 관계를 가지고 있을까? 너는 내 사랑에 대해 어떤 의미를 가지는 것인가?
내가 사랑하는데 너는 일방적으로 떠난다. 우리 사랑을 맹목적으로 포기한다. 사랑을 상실하는 사람은 나뿐 아니라 너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너는 사랑을 상실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직 나만 사랑을 잃는다고 믿는다.
너는 떠나가지만, 네가 떠나가는 것을 느끼는 사람은 네가 아니라 나 혼자다. 그래서 사랑을 잃는 고통은 오직 내 몫이다.
‘그냥 버릇일 거야/ 지워보고 바쁘게 하룰 보내 봐도/ 눈에 찍힌 사진처럼 또 생각나고 생각나/ 또다시 사랑 앞에 무릎 꿇고 아파할 자신 없네요/ 사랑 그 하나만으로 세상 모든 걸 가졌던 그때로/ 그리워도 돌아가는 길을 찾을 수 없어서’(김종국, 잘해 주지 마요, 가사 중에서)
<부재(不在 : Absence)에는 항상 그 사람의 부재만이 존재한다. 떠나는 것은 그 사람이며, 남아 있는 것은 나 자신이다. 그 사람은 끊임없는 출발, 여행의 상태에 있다. 그의 천직은 철새, 사라지는 자이다.
그런데 사랑하고 있는 나, 나의 천직은 반대로 칩거하는 자, 움직이지 않는 자, 그 사람의 처분만을 기다리며 자리에서 꼼짝 않는, 마치 역 한구석에 내팽겨쳐진 수화물마냥 유보된 자이다.
사랑의 부재는 일방통행이다. 그것은 남아 있는 사람으로부터 말해질 수 있는 것이지, 떠나는 사람으로부터 말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항상 현존하는 나는 끊임없이 부재하는 너 앞에서만 성립된다. 그러므로 부재를 말한다는 것은 곧 주체의 자리와 타자의 자리가 교환될 수 없음을 단번에 상정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사랑하는 것만큼 사랑받지 못한다는 것을.>
[사랑의 단상, 롤랑 바르트 지음, 김희영 옮김, 38~39쪽에서 인용]
8282는 애절한 사랑을 표현하고 있는 노래다. 사람을 좋아해서 들게 되는 정! 그 정 때문에 가슴을 앓게 되고, 도저히 살 수도 없을 정도로 만든다.
‘정이 뭔지/ 있다가도 그리워/ 너 없이 못살아/ 어디서 뭘 하길래 얼마나 바쁘길래/ 혹시 너 일부러 안 받니 난 줄 알면서/ 벌써 날 잊은 거니/ 마음을 접은 거니/ 날 두고 니가 설마 설마/ 자꾸 눈물 나/ 정이 뭔지/ 사랑보다 무서워/ 지우기 힘들어’(다비치, 8282, 가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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