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생리학과 병리학
사랑은 언제나 처음과 똑 같은 상태로 오래가기 어렵다. 사랑이라는 괴물은 말로 쉽게 설명할 수 없는 매우 복잡한 존재다.
사랑은 보이는 것도 아니고, 손에 잡히는 것도 아니다. 그때그때 분위기와 상황에 따라 수시로 변한다. 아무리 인간이 반지를 놓고 서약을 해도 소용이 없다.
사랑은 두 사람의 이성과 감성을 혼합한 채로 두 사람이 함께 만드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두 사람의 의지와 상관없이 두 사람을 이리저리 끌고 다닌다.
사랑 앞에서 인간은 언제나 주인이 아니고, 노예의 신분이다. 노예는 어떤 것도 자발적으로 결정하지 못하는 수동체다. 주인이 명령하는 대로 움직일 뿐이다.
사랑도 마찬가지다. 사랑이 지시하는 대로, 사랑이 의도하는 대로 따라서 움직여야 하는 가련한 처지에 있는 것이 바로 사랑하는 두 사람이다.
그것도 한 사람이 아니고 두 사람이 동시에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제대로 사랑의 지시를 이행할 수도 없다. 엇박자가 나는 까닭이다. 사랑의 지시는 매우 엄격하다. 그래서 곧 사람을 질식하게 만든다.
사랑은 결코 단시간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충분한 시간과 세월을 필요로 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조급하다. 곧 작은 노력으로 사랑이라는 소중한 가치를 얻으려고 한다.
그리고 더 이상 노력하지 않고 영원히 사랑의 열매를 따먹으려고 한다. 하지만 그것은 어림없는 이야기다.
왜냐하면 사랑은 주인이지 결코 노력의 성과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번 손에 들어왔다는 이유만으로 방심해서는 곧 빠져나가고 만다.
사랑하는 사람들은 먼저 이러한 사랑의 실체, 의미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 보아야 한다. 그렇지 않고, 그냥 단순한 감정의 이끌림, 성적 욕망의 대상으로 사랑을 생각했다가는 얼마 안 있어 큰 코를 다치게 된다.
사랑의 부작용이 얼마나 큰지는 대번 알게 된다. 함부로 사랑한 사람들은 패가망신한다. 그리고 그 대가를 톡톡히 치루게 된다. 그 대가는 곧, 현실적으로 결별, 파혼, 이혼, 상대방에 대한 증오심과 복수심, 불륜, 꽃뱀, 제비족 등으로 나타나게 된다.
그러므로 사랑하기 전에 먼저 왜 사랑해야 하는가?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가? 사랑의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은 무엇인가? 사랑의 생리학과 병리학을 동시에 연구해야 한다. 그리고 임상에 들어가기 전에 상대방을 잘 분석하고 선택하여야 한다.
선뜻 대상을 선택하면 나중에 감당할 수 없는 배신과 복수를 당하게 된다. 왜냐하면 사체나 동물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있는 생체 인간을 사랑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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