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악회에서의 불륜 사랑

(등산이 취미인 사람들이 많다. 등산문화가 발달하자 산악회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그에 따라 등산 동호인들이 많아졌고, 그 때문에 불륜의 사랑도 늘어나고, 가정파탄도 많이 일어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영숙(43세, 가명)은 뒤늦게 등산에 취미를 붙였다. 주말에 몇 번 등산을 해보니 정말 좋았다. 등산처럼 운동이 많이 되는 것은 없다. 높은 산을 몇 시간 걸으면 정말 운동이 많이 된다. 땀도 많이 흘리고, 다리 운동도 많이 된다. 폐활량도 늘어난다.

그것보다 더 좋은 것은 맑은 공기를 쐬고, 자연속으로 들어가 자연을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집안에 있을 때 느껴지는 답답함을 떨쳐버릴 수 있다. 높은 산에 올라가 울창한 숲을 걷고 있다 보면 성냥갑 같은 아파트가 한없이 작아 보이고, 세상살이가 우습게 보인다. 이렇게 세상은 넓고, 인간은 유한한 존재인데 무엇 때문에 그토록 아둥바둥하면서 살아가고 있었던 것인가 싶은 생각이 든다.

영숙은 등산에 점점 깊은 취미를 붙이면서 주말이면 으레 등산을 다녔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어떤 산악회 회원이 되었다. 그곳에서 어떤 남자를 만났다. 정식(47세, 가명)은 이렇게 만난 사이였다. 자주 등산을 함께 다니다 보니 친해졌고, 함께 식사도 하고 호프도 마시다 보니 가까워졌다.

어느 날 술을 마신 상태에서 정식은 영숙과 모텔에 들어갔다. 두 사람은 이렇게 해서 섹스파트너가 되었다. 특별히 정이 든 것은 아니었다. 그냥 함께 섹스를 하는 사이가 된 것이었다. 등산을 몇 시간 하고, 술을 마시면 자연스럽게 섹스가 하고 싶어지고, 아무런 조건 없이 함께 했을 뿐이었다.

정식과 영숙은 시간이 가면서 익숙한 관계가 되었다. 그러면서 두 사람은 그것으로 그치려고 마음먹었다. 약 6개월이 지난 다음 정식은 같은 산악회원 중 다른 여자와 만나기 시작했다. 예쁘고 젊은 여자였다. 경희(35세, 가명)라는 여자는 미술을 그리는 화가였는데 디자인 회사에 다니고 있었다.

우연한 기회에 정식은 경희와 가깝게 되었고, 정식은 많은 공을 들여 경희를 애인으로 만들었다. 같은 산악회에서 다른 사람들이 눈치를 채지 못하게 세 사람 모두 조심하고 있었으므로 다행히 소문은 나지 않았다. 그냥 영숙만 알고 있었다.

그전까지는 별 다른 감정이 없었는데, 막상 이렇게 되고 보니 영숙은 강한 질투심이 일었고, 배신감까지 느껴졌다. 그리고 알게 모르게 속정이 들었던 모양이다. 영숙은 정식을 만나 따졌다. 빨리 경희와의 관계를 끊으라고 했다. 정식은 영숙에 대해 아무런 책임도 느끼지 않고 있었다.

그냥 단순한 섹스파트너였을 뿐 그 이상의 애정도 느끼지 않고 있었고, 다른 여자가 생기면 자연스럽게 관계를 정리하고 예전처럼 산악회원으로 친하게 지내면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영숙은 정식의 그러한 사고방식을 이해할 수 없었고, 용납할 수 없었다. 영숙은 자신만의 입장에서 정식과 경희를 비난하기 시작했다. 정식은 바람둥이라는 것이었고, 신의도 의리도 없는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경희는 남편도 있는 여자가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정식은 이런 영숙의 비난을 수용하지 않았다. 정식은 자신도 바람둥이지만, 영숙 또한 바람둥이가 아니었느냐고 물었다. 또한 경희뿐 아니라 영숙도 유부녀가 아니냐고 물었다. 사랑은 변하는 것이고, 일단 애정이 식으면 더 이상 만나야 할 이유가 없다고 강변했다.

사태가 이렇게 되자 정식과 영숙 사이에 해결방법은 있을 수 없었다. 조용히 영숙이 물러나면 좋았다. 하지만 영숙은 그냥 물러나지 않았다. 영숙은 경희를 만나 정식과 자신과의 그동안의 관계를 이야기하고 정식은 자기 사람이므로 손을 떼라고 요구했다.

경희는 이미 정식과 영숙과의 관계를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경희 역시 영숙에게 모든 것은 정식에게 달려있으니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라고 했다. 경희는 자신과 정식과의 관계는 큰 의미가 없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취지였다. 그러면서도 경희는 계속 정식과 만나 육체관계를 이어나갔다.

물론 철저한 비밀을 지키는 것을 전제로 한 만남이었다. 정식은 이 단계에서 경희에게 돈도 빌려주고, 선물공세도 계속했다. 경제적인 도움을 받는 관계가 되자 경희는 정식을 멀리하지 않고 있었다.

정식과 경희는 아무도 모르게 육체관계를 계속하기로 했고, 영숙에게도 철저하게 비밀로 하기로 했다. 그러자 영숙은 더욱 커다란 배신감을 느끼게 되었다. 수시로 정식에게 전화도 하고 문자메시지도 보냈다. 그러면서 산악회에 정식과 경희 두 사람 모두가 빠지자 거의 미칠 지경에 이르렀다.

영숙은 경희의 휴대전화에 협박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빨리 관계를 정리하지 않으면 남편과 직장에 모든 사실을 폭로하겠다는 취지였다. 그 일로 정식은 영숙을 만나 폭행을 했다. 정식은 영숙이 너무 나쁜 여자로 보였던 것이다.

영숙은 경희를 만나 정식이 자신을 폭행한 것은 경희가 사주한 것이라고 따지면서 경희와 몸싸움을 했다. 사태가 이렇게 되자 세 사람 모두 이성을 잃은 것처럼 보였다. 영숙은 흥분한 상태에서 경희의 직장 상사에게 편지를 썼다. 유부녀가 바람을 피우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경희는 결국 직장을 그만두게 되었다.

그러자 경희는 영숙을 만나 고소를 하겠다고 통고했고,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명예훼손죄와 협박죄로 고소를 하겠다는 취지였다. 영숙은 하고 싶은대로 하라고 했다. 경희 역시 영숙의 집에 편지를 보냈다. 수차례 편지를 보낸 끝에 결국 영숙의 남편도 영숙의 불륜사실을 알게 되었다.

영숙의 남편은 영숙을 추궁해서 자백을 받고 정식과 만났다. 영숙의 남편은 폭력성이 있는 사람이었다. 태권도와 같은 무술도 많이 해서 정식은 갈비뼈가 골절되는 중상을 입었다.

그 대신 치료비는 물어주지도 않고 거액의 위자료를 요구했다. 3천만원을 내라는 것이었다. 정식은 결국 영숙의 남편과 합의를 했다. 2천만원을 주는 것으로 끝을 냈다.

경희는 끝내 영숙을 고소하지 못했다. 영숙을 고소했다가는 영숙이 경희의 남편에게 불륜사실을 이야기할 것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영숙은 자신의 남편으로부터 엄청난 폭행을 당했다. 그 때문에 고막이 파열되고, 병원에 입원할 정도의 타박상을 입었다.

아주 비참한 상태가 되어 아무런 발언권도 없는 상태에서 노예처럼 평생을 살아야 할 입장이 되었다. 더 이상 등산도 다닐 수 없게 되었다. 남편이 등산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영숙은 지금도 억울하다는 생각뿐이다.

모든 것은 정식이 잘못했고, 경희가 나빴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냥 서로 처음에 좋아했던 것처럼 정식과 계속해서 섹스파트너로 지냈으면 서로가 좋고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 것인데, 정식이 우정과 사랑을 깨고 더 젊은 여자를 찾아가 영숙을 배신했기 때문에 모두가 불행해진 것이라고 믿었다.

자신은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확신하고 있는 상태다. 등산을 다니다가 남편 모르게, 주변 사람들 아무도 모르게 좋은 남자와 가끔 섹스를 하고 가정도 지키고 몸과 마음의 건강을 지키는 것이 도대체 무슨 잘못인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지금도 정식과 경희가 나쁜 사람이라는 확신을 버리지 않고 있다. 정식도 마찬가지였다. 자신은 잘못이 하나도 없는데, 오직 영숙이 나쁜 사람이라는 생각뿐이다. 경희도 마찬가지였다. 자신도 별로 잘못이 없는데, 영숙이 나쁜 사람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영숙의 남편은 별로 아내에 대해 애정도 없고, 이미 싫증이 난 상태에서 가끔 만나는 다른 애인이 있었다. 그런 사실을 영숙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감히 알려고 하지도 못할 정도로 무서운 남편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상태에서 남편은 이런 사실을 알고 정식의 갈비뼈를 부러뜨릴 정도로 시원하게 주먹을 쓸 기회를 얻어 기분이 좋았고, 게다가 현금 2천만원이 공돈으로 들어오니 더 말할 나위가 없었다.

어차피 영숙은 결혼 이전에도 다른 남자와 성관계를 가진 적이 있었기 때문에 남편의 입장에서는 한 남자를 더 만나 했어도 상관없는 일이었다. 그 핑계로 영숙의 발언권을 완전히 빼앗아 버리고 마음대로 살아갈 수 있는 것이 다행이었다.

남편은 2천만원을 받자 영숙에게는 한푼도 주지 않고 혼자 술집에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러면서 술에 취해 집에 들어와서는 영숙에게 더러운 X이라고 욕을 퍼붓고 자는 것이었다. 영숙은 유부녀로서 산악회에 들어가 등산을 좋아하다가 완전히 패가망신한 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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