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그늘에서 듣는 자장가

 

<엄마가 섬그늘에 굴따러 가면/ 아기가 혼자 남아 집을 보다가/ 바다가 불러주는 자장 노래에/ 팔베고 스르르르 잠이 듭니다>

 

어디선가 노래가 들려온다. 아주 은은하고, 평온하게, 그리고 사랑스럽게…. 조용히 눈물이 고인다. 어머니를 떠올리며, 기억하지 못하는 어머니의 품을 그리워한다.

 

먼 곳에서 어머니가 지켜보고 있다. 어머니는 빛을 보낸다. 달빛이다. 달빛에 젖은 소녀는 뜨거운 기운을 받고, 다시 일어나 걷는다.

 

푸른 하늘에 은하수가 깔려 있다. 눈이 부실 정도로 밝은 밤, 둥근 보름달이 높이 떠있다. 작은 소녀는 혼자 걷고 있다. 달이 환하게 비춰주고 있다. 달은 그녀를 따라 움직인다.

 

주변에 아무도 없지만 외롭지 않다. 그녀를 목숨보다 더 사랑했던 사람들이 언제나 동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달은 이처럼 그녀에게 상징이면서, 운명이었다.

 

한 사람의 탄생은 우연히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만나 결혼을 하고, 그 사이에서 맺어지는 사랑의 결실로 세상에 태어난다.

 

그 사람이 태어나는 연월일시, 어떤 부모에서 태어나는지, 어떤 장소에서 태어나는지에 따라 운명이 결정된다.

 

특히 초년의 운명은 부모에 의해 정해진다. 어떤 부모를 만나 성장하고, 교육을 받는지에 따라 진로가 결정되며, 인생의 행로가 정해진다.

 

<엄마가 섬그늘에 굴따러 가면, 아기는 스르르르 잠이 듭니다. 아주 익숙한 노래를 듣는다. 그곳에 엄마와 아이의 뗄레야 뗄수 없는 단단한 끈이 보인다. 운명의 밧줄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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