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놓은 애인 (1)
그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사치였고,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욕심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가정도 못 꾸미고 혼자 살고 있는데, 가정은 가정대로 유지하고, 애인은 애인대로 별도로 두고 싶은 것은 사실 지나친 욕심이다.
더군다나 모든 것을 갖추고 있는 영희를 숨겨놓은 애인으로 둔다는 것은 호화스러운 사치였다. 그런데도 그 사치스러운 존재를 두는 것은 별로 돈도 많이 들지 않았고, 힘도 들지 않았다. 영희가 스스로 알아서 잘 했기 때문이었다.
숨겨놓은 애인 (2)
이와 비슷한 상황이 되면 여자 입장에서 남자에게 많은 것을 요구하기도 한다. 남자에게 집을 얻어 달라고 하거나 생활비를 대달라고 한다. 여자에게 돈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묘한 심리에서 그러는 것 같다.
자신에게 얼마나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자신을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를 물질적인 기준에 비추어 확인하고 싶어서다. 아니면 그냥 여자로서 이용 당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스스로 확인하고 싶은 마음에서다.
숨겨놓은 애인 (3)
이때 남자 입장에서는 그러한 여자 주장이 당연하다고 이해하는 경우가 많다. 혼자 외롭게 있기 때문에 그에 대한 정신적 보상을 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영희의 경우는 그렇지 않았다.
자신이 직장생활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아무런 욕심도 부리지 않고, 그냥 순수한 마음으로 철수를 사랑했다. 나름대로 자존심도 작용했다. 다만, 함께 지내는 시간만큼은 철수가 돈을 충분히 썼고 잘 해주었기 때문에 그것으로 만족했다.
숨겨놓은 애인 (4)
그러나 막상 부인이 불륜을 알아내서 위자료를 청구하겠다고 하자,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아무리 사랑이 중하다고 해도, 현실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겁이 많이 났다. 그래서 결심을 한 것이다.
펼펄뛰는 부인을 달래야 했고, 그러기 위해서는 영희와 헤여져야 한다고 마음 먹었다. 그러면 철수는 무책임한 것일까? 사랑에 대해 무언가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 아닐까?
숨겨놓은 애인 (5)
이때 철수가 영희를 사랑한다고 솔직하게 말하고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하면서 부인과 무슨 협상을 했어야 하지 않을까?
철수가 어떤 방법을 선택했다고 해도 문제는 복잡해진다. 애당초 철수는 책임질 수 없는 두 가지 일을 동시에 진행시켰기 때문이다. 어떤 경우에도 비난을 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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