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 자신을 귀찮게 하는 여자를 전립선암에 걸렸다고 거짓말을 해서 떼어버리다

 

윤철희는 경 사장이 자신이 없으면 살 수 없을 정도로 빠져있다는 사실을 알고 본격적으로 돈 많은 남자의 애인이 되면 팔자가 어떻게 바뀌는지 알아보았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지금까지 수많은 성공사례가 있었다. 재벌 회장들이 어린 여자를 스카웃해서 첩으로 둔 경우에는 나중에 수백억원의 재력가가 되어 있었다.

 

어떤 여자는 재벌 애인이 되었다가 계열 회사 사장까지 오르기도 했다. 보통은 남자가 애인에게 술집을 차려주거나, 커피숍을 차려주는 사례도 많았다. 재벌 그룹에서 운영하는 백화점에 있는 빵집이나 커피숍 하나만 차려주어도 한달에 천만원 이상의 수입이 들어오는 것이었다.

 

이런 사례들을 보면서 여자도 돈 많고 능력 있는 경 사장을 만나 총애를 받으니 이제는 팔자를 고쳤다고 생각하고, 신용대출까지 받아 성형수술도 하고, 옷이나 핸드백도 모두 명품으로 사서 치장하고 몇 달 있으면 경 사장에게 외제차를 한 대 사달라고 조르려고 하고 있었다.

 

철희가 너무 돈을 밝히자 경 사장은 안 되겠다 싶어서 역학자가 코치해준대로 전립선암에 걸렸다고 거짓말을 했다. 경 사장은 병원에 가서 정기검진을 받았는데, 갑자기 전립선암이 발견되어 성기에서 피까지 나온다고 하면서, 자신의 전립선암은 여자에게도 전염이 되는 특별한 케이스라고 했다.

 

철희는 이 말을 듣고 진가민가해서 비뇨기과 전문의를 찾아가서 아버지가 전립선암 같다고 하면서 성기에서 피가 나올 정도면 어느 정도로 심각하느냐고 물었다. 병원에서는 그런 식의 상담은 해줄 수 없다고 하면서 아버지를 직접 데리고 오라고 했다. 다만, 전립선암은 매우 위중한 병이라는 사실은 알려주었다.

 

철희는 경 사장이 불쌍했다. 아까웠지만 하는 수 없이 헤어지기로 했다. 경 사장이 그 여자에게 보여준 피가 나오는 사진은 사실은 역학자가 어디서 구해준 다른 사람의 사진이었다. 전립선암이 아니라 매독 같은 성병에 걸린 사람의 사진이었던 것이었다. 이런 일을 겪은 경 사장은 그 역학자를 신처럼 모셨다.

 

경 사장의 역학자에 대한 신뢰를 날이 갈수록 쌓여갔다. 경 사장은 기억력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역학자가 말하는 내용을 모두 녹음을 해서 대학교수가 강의한 것처럼 집에 와서 수없이 반복해서 들었다.

 

그렇게 해서 사업을 하는 동안 나쁘고 악한 사람, 재수 없는 사람, 복 없는 여자를 만나지 않고 잘 지냈다. 그런데 경 사장이 시장선거에 나가 당선이 된 다음부터는 마음이 풀어졌다. 그래서 역학자의 의견을 100% 따르지 않고, 경 사장이 편리한 대로 일부는 말을 듣고, 일부는 말을 듣지 않고 제 멋대로 했다.

 

그러다가 이번에 재수 없게 시청에서 근무하는 유부녀 과장을 개인적으로 친하게 지내다 큰 문제가 생겼던 것이다. 여자 과장은 경 시장에게 교묘한 수법으로 접근을 해서 밖에서 만나 둘이서 식사도 하고 차도 마시는 관계까지 발전하였다.

 

물론 그 여자 과장은 경 시장이 능력도 있고, 지역에서의 평판도 좋아 계속해서 3선 시장이 될 것으로 믿고 경 시장에게 잘 보여서 앞으로 인사상 혜택을 보려고 했던 저의가 있었던 것이었고, 경 시장 입장에서는 그 여자 과장이 만나서 대화를 하면 재미 있고, 여자로서의 매력도 넘쳤기 때문에 스스럼 없이 만나주었던 것이었다.

 

그러다가 끝내 주변 사람들에게 오해를 받게 된 것이었고, 무능하고 의처증이 심한 과장의 남편에게 걸린 것이었다. 경 시장은 자신에 대한 뒷조사를 주변 사람들이 끊임없이 하고 있다는 사실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세상이 얼마나 투명해졌는지, 시장이라는 자리가 공인이기 때문에 사생활이 보호되지 않는다는 것을 깜빡 잊었던 것이다.

 

시민들은 시장의 모든 것을 알 권리가 있다. 시장의 여자관계까지 알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스캔들이 언론에 한번 노출되면 대상자는 살아남기가 어렵다.

 

먹이를 한 번 문 사자는 먹이감을 놓치 않는다. 동물의 본능이다. 한번 문 먹이는 놓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 초원의 진리다. 그래서 경 시장은 고지가 바로 저긴데, 안타깝게도 재수 없는 암초에 걸려 하루만에 추락하고 말았다. 사람들의 말은 무섭다.

 

시간이 가면서 경 시장의 스캔들은 해명이 되기는 커녕, 점점 눈송이처럼 불어나서, 나중에는 그 여자 과장은 경 시장의 첩이라고 소문이 났고, 경 시장의 아이까지 낳아서 키우고 있다는 말까지 돌았다. 그리고 경 시장이 해외출장을 갈 때도 여자 과장이 같이 출장을 가서 호텔에서 관계를 했다는 괴이한 소문도 돌았다.

 

그래서 반대 라이벌파에서는 경 사장의 자녀와 여자 과장의 자녀 모두, 이번 기회에 DNA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경 사장은 정말 기가 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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