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피로스의 바람 (1)

 

봄날이다. 겨울 내내 침묵 속에서 조용하던 사랑이 꿈틀거린다. 서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사랑을 싣고 온다. 제피로스의 서쪽 바람이기 때문이다.

 

사방을 둘러보아도 사랑은 보이지 않는다. 사랑은 애당초 그 실체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사랑은 수시로 나타났다가 소멸하고, 다시 부활한다.

 

사랑은 평소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사랑은 오직 사랑할 때에만 존재한다. 그것이 사랑의 속성이다. 사랑이 물이나 공기처럼 늘 상존(常存)하는 것으로 착각하는 사람은, 추상화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제피로스의 바람 (2)

 

사랑의 육체성에 대해 생각해 본다. 사람은 정신 뿐 아니라 육체를 가지고 살아가기 때문에 사랑의 육체성은 매우 중요하다.

 

사랑은 몸으로 하는 것이다. 따뜻한 체온을 느낄 수 없는 진흙을 만지면서 사랑을 할 수 없다. 비록 인간이 흙으로 빚어졌다고 하더라도, 단순한 흙에서 피가 통하는 별개의 존재로 다시 태어났기 때문이다.

 

제피로스의 바람 (3)

 

육체를 떠난 정신적인 사랑이 흔치 않은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멀리 떨어진 상태에서 정신적으로 교류하는 사랑이 오래 가지 못하고 소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인간은 지극히 단순하여 손으로 만지지 못하면, 감각을 기억할 수 없다. 기억되지 않은 감각은 연기처럼 사라져버린다.

 

제피로스의 바람 (4)

 

감성에 의해 물들은 신체적 행위도 일정한 강도를 지니지 못하면 무의미로 끝난다. 성관계가 아주 짧은 제한된 시간에 최고의 순도로 육체를 평정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사람들은 이러한 사랑의 속성 때문에 방황한다. 멀리 떨어져 있는 공간상의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고민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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