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첩>으로 사는 여자들이 모두 호강하는 것은 아니다

 

흥신소에서는 비록 공칠이 나이는 어리지만, 태권도와 검도 등 무술을 했기 때문에 쓸모가 있다고 생각하고 일을 시켰다. 흥신소에서 일을 하기 위해서는 오토바이면허를 타는 것이 급선무였다. 공칠은 열심히 해서 오토바이를 배웠다. 곧 이어서 자동차운전면허도 땄다.

 

하지만 문제는 있었다. 공칠이 오토바이를 타고 야외로 나가면 가끔 커다란 황소가 뛰어나와 공칠을 놀라게 하는 것이었다. 공칠이 급브레이크를 잡고, 정신을 차리면 황소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공칠은 자신이 환상을 본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공칠의 정신상태는 정상이었기 때문에 자신이 황소의 환상을 본 것은 절대로 아니었다고 믿었다.

 

한번은 깜깜한 시골길을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고 있는데, 갑자기 붉은 천이 눈앞에 나타났다. 핸들을 틀어서 그 붉은 천을 피했다. 그랬더니 200미터 정도 앞에서 하얀 옷을 입은 여자 세명이 걸어오고 있었다. 공칠은 급정거를 한 다음 오토바이를 뒤로 돌려 도망쳤다. 너무 무서웠다.

 

집에 와서 아버지에게 그런 사실을 말했다. 그랬더니 아버지는, “네가 아직 군대를 갔다오지 않아서 그래! 담력이 약해서 그런 거야. 옛날에는 귀신들이 있었지만, 요새는 달나라 가는 세상이라 귀신들도 다 다른 곳으로 옮겨갔다고 그래. 너는 빨리 담력을 길러야 해. 담력을 키우려면 화장하는 곳에 가서 죽은 사람 화장하는 현장을 자꾸 봐야 해. 그리고 밤에 공동묘지에 가서 혼자 밤을 새우는 것도 좋은 방법이야. 아니면 공포영화를 100편 정도 보는 것도 좋아.”

 

아버지와는 대화가 통하지 않았다. 아버지는 자신도 정육점을 처음 할 때에는 약간 그런 증상이 나타났다고 했다. 아버지도 처음에는, 가끔 꿈에 소가 나타나서 피를 흘리면서, ‘내 살 내놔! 내 피 다시 넣어줘!’라면서 아버지를 죽이려고 달라들었다고 했다.

 

그때마다 아버지는, ‘내가 너를 죽인 게 아니잖아? 그건 도축장에 가서 따져!’라고 강하게 응수했다고 한다. 그리고 하는 수 없이 칼을 시퍼렇게 갈아서 머리 맡에 놓아두고 잤다고 한다. 그랬더니 그 이후에는 소가 무서워서 그랬는지 더 이상 아버지 꿈에 나타나서 아버지를 협박하거나 괴롭히지 않았다고 했다.

 

공칠은 이런 아버지의 말이 거짓말이라고 생각했다. ‘어떻게 소가 꿈속에서 아버지 옆에 놓인 칼을 볼 수 있을까?’ 하지만 아버지가 말한 대로 공칠도 머리를 써서 소가 제일 무서워하는 것이 사자라고 생각하고, TV 동물의 왕국에서 방영한, <초원의 황제, 사자들> 프로그램을 구해서 밤에 잠을 잘 때 계속 틀어놓았다.

 

방송에서 나오는 사자들의 포효소리에 소가 놀라서 접근을 못할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요새 소는 옛날 소와 달라서 사자들의 포효소리를 진짜와 가짜를 구별할 정도는 되는 것 같았다. 별로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래서 그런 방법도 포기하고 말았다.

 

흥신소 사장인 김민첩은 이름 그대로 머리가 잘 돌아가고 행동이 빨랐다. 어떻게 그 아버지가 아들의 이름을 민첩이라고 지었는지 모른다고 사람들은 혀를 찼다. 원래 사람 이름에 <첩>이라는 글자는 쓰지 않는다.

 

왜냐하면 <첩>은 정실 부인에 대한 세컨드의 개념이었기 때문에 자식 이름에 <첩>이라는 글자를 넣으면, 마치 그를 낳은 어머니가 첩(妾)인 것으로 오해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요새는 세상이 많이 달라져서 첩도 첩 나름이다. 없는 사람 첩노릇을 하면 다른 사람들이 무시하지만, 재벌 회장의 첩이라고 하면 모두 부러워한다. 어린 나이에 재벌 회장과 맞먹게 되고, 수백억원의 재산을 차지하게 된다.

 

평생 돈걱정하지 않고 호강을 하고,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재벌 회장께서 돌아가시면 그 많은 재산을 보고 달라드는 젊은 남자들과 남은 인생을 알차게 즐기는 것이다.

 

성형수술은 최고 비싼 것으로 자주 하기 때문에 늙어서 죽을 때까지 39살 이하로 보인다. 그래서 90살 되어서 사망신고를 하는 경우에도 호적공무원은 도저히 그 여자가 죽었다고는 믿지 못한다. 39살도 되지 않은 젊은 여자가 아깝게 이 세상을 떠나셨다고 애석해한다.

 

고위공직자 첩도 마찬가지다. 사실상 남편의 막강한 권력을 이용해서 이권을 챙기고, 온갖 위세를 떨고 행세를 한다. 더군다나 첩들은 본부인과 달라서 부인으로서 해야 할 의무는 없고 하지 않는다. 사실상 남편을 위해서 밥을 하거나 빨래도 하지 않는다.

 

오직 밤에 잠자리만 제공하면 끝이다. 모든 것은 고급 호텔이나 레스토랑을 이용한다. 그런데도 아직도 사람들은 자식 이름에 <첩>을 넣지 않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아마, <첩첩산중>이라는 용어 때문일 것이라는 것이 공칠의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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