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4. 정이 떨어진 부인 이외의 다른 여자와 지능적으로 바람을 피는 남자

 

이런 저런 이유로 정혜와 강 교수는 결혼기념일 1주년을 맞아 갑자기 나빠지고 악화되었다. 하지만 보름쯤 지나서 강 교수는 모든 것을 굽히고 다시 돌아왔다. 그것은 처갓집 도움을 받아야 공부도 하고 살아갈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정혜는 결혼 1년 만에 이혼하게 되면 한심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당분간 참고 견뎌보기로 했다. 하지만 정혜는 이 인간과는 까만 머리카락이 파뿌리처럼 하얗게 될 때까지 같이 간다는 것은 완전히 100% 불가능하다는 사회과학적 진단을 내렸다.

 

세상에서 가장 결혼생활을 잘 하는 모범생이 와서 핀치 히터로 대신 강 교수와 결혼생활을 하더라도, 속이 좁고, 이기적이고, 멋대가리 없고, 처갓집에 의존하는 주체의식 없는 인간과는 끝까지 결혼생활을 할 수 없다는 단정을 내렸다. 이런 판정은 대법원까지 가서 뒤집어질 수 있는 성질이 아니고 한 번에 결론이 확정되는 단심제 재판결과였다.

 

만일 그렇게 참고 오랫동안 결혼생활을 한다면,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거나 나중에 보람을 찾을 수 있어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무의미, 무보람 상태였다. 사랑이 실종된 상태에서 형해화된 껍데기 남녀 사이란 인간과 동물의 관계보다 더 무가치한 것이라고 믿었다.

 

정혜는 남편의 존재를 포메라니안 한 쌍으로 대체했다. 강아지는 정말 예뻤다. 포메라니안은 북방 스피츠 계열인 사모예드에서 출발하여 독일의 포메라니아 지방에서 현재와 같은 작은 체구로 소형화되었다. 강아지의 털은 매우 가늘고 아주 부드러웠다. 정혜는 남편을 생각하면 징그러울 정도로 소름이 끼쳤다. 그때는 포메의 털을 어루만지며 강아지를 껴안고 남편에 대한 소름을 떨쳐버렸다.

 

강 교수는 어렸을 때, 고생을 많이 해서 그런지 인생의 목표가 오직 돈과 출세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거기에 여자도 추가되었다. ‘돈과 출세, 여자’ 이 세 가지를 누릴 수 있는 데까지 누려야겠다는 야망을 가졌다. 그러면 인생에서 성공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강 교수는 열악한 환경에서 최선을 다해 살았기 때문에 당연히 그에 대한 충분한 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확신했다. 전임강사에서 교수가 된 다음부터는 강의를 열심히 하거나 연구를 한다기 보다는 일반 기업체의 자문역할이나, 사회적 활동을 많이 했다.

 

방송에서 적극적으로 얼굴을 많이 알렸다. 그런 까닭에 오직 교수로서 외길을 걷는 다른 교수들에 비해서 유명해졌고, 능력이 있는 것처럼 과대포장되었으며, 경제적 수입도 많아졌다. 그러다보니 자연히 여자들이 많이 따르게 되었고, 본인이 마음만 먹으면 괜찮은 여자를 쉽게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어느 날, 강 교수는 혼자 생맥주집에서 치킨을 시켜놓고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TV를 보고 있었다. 강 교수가 오래 전부터 좋아하는 연예인의 모습이 보였다. 그 연예인은 경찰서 앞에서 기자들에 둘러쌓여 있었다. ‘아니 왜 저러고 있을까?’ 강 교수는 깜짝 놀랐다. 그 연예인은 성폭행혐의를 받고 경찰조사를 받고 나오는 것이었다. 경찰에서 12시간 동안이나 조사를 받았다고 한다.

 

얼마 전에 법무부에서 피의자를 포토라인에 세우지 않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는데, 어떻게 그 연예인은 기자들에게 공개되어 사진을 찍히고 인터뷰를 당하고 있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설명을 들어보니 취재진이 몰려들어 경찰서 앞에서 며칠 전부터 진을 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경찰에 출석하거나 조사받고 나오는 모습이 노출될 수밖에 없는 모양이다. 당하는 사람은 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러울까? 강 교수는 그런 거라면, 앞으로는 경찰서 옥상에 헬리콥터로 출석을 하든가, 아니면 경찰서 구내 밑으로 땅굴을 파서 지하도로 연결해서 출석하도록 해야 하지 않나 생각했다. 검찰청에 출석할 때는 승용차로 검찰청 지하주차장으로 바로 들어갔다가 나오면 기자들을 피할 수 있다고 하는데, 경찰서에는 그런 식으로 기자를 피하는 것이 불가능한 모양이었다.

 

보도 내용을 보니, 경찰에서는 차량 압수수색을 통해 내비게이션 GPS 기록을 확보하고 4년이 지난 시점의 가수 행적을 확인하고 있는 것 같았다. GPS 포렌식 분석을 통해 사건 현장에 당사자가 있었는지 여부를 확인하겠다는 의도로 보였다. 피해자는 유흥업소에서 연예인으로부터 4년 전 성폭행을 당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고 한다. 도대체 어떻게 해서 저런 수사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일까?

 

강 교수는 궁금했다. 자세한 내용을 보도가 되고 있지 않았지만, 4년 전에 있었던 사건을 지금 와서 고소를 하는 이유도 궁금하고, 4년 전 증거자료로 무엇을 어떤 방법으로 찾아낸다는 것인지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자동차를 타고 다녔으면 몇 년전 기록도 다 나오는 모양이고, 업소에서 신용카드를 사용했으면 그 기록도 모두 보존되는 모양이었다. 강 교수는 그 보도를 보면서 세상이 얼마나 무섭게 달라졌는지를 실감했다. 그러면서 남자는 정말 여자를 조심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남자는 여자와 성관계를 할 때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 여자에 대한 배려를 충분히 해야 한다. 여자가 전혀 움직이지 않고 있는데, 남자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여서 성관계를 시도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그건 여자를 완전히 무시하는 동물적인 행동이다. 당하는 여자는 절대로 가만 있지 않는다. 그리고 증거란 여자의 진술만으로 충분히 인정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성범죄혐의를 받는 남자가 자신의 무혐의를 증명한다는 것은 낙타가 바늘 구멍을 뛰어서 통과하는 것보다 더 어렵다.’는 교훈을 얻었다.

 

강 교수는 앞으로 여자와 성관계를 할 때에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곰곰이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집에 들어가자마자 본격적으로 연구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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