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사랑
그러나 이것은 매우 순진한 생각이다. 도박에 있어서 사기성을 모르기 때문이다. 도박에는 항상 사기성이 잠재해 있다. 사기적인 수법으로 승패를 조작하여 돈을 따려는 사람들이 있다. 어차피 우연에 승부를 거는 것이므로 속이는 것도 하나의 승부를 하는 기술로서 무방하다고 생각할 소지가 다분히 있다. 그래서 그들은 끊임없는 노력으로 기술을 연마해서 상대방을 속이려고 한다.
공장목이란 화투 뒷면에 패를 구분할 수 있는 표시를 한 것을 말한다. 탄이란 패가 순서대로 나오도록 미리 준비해 둔 화투를 말한다. 도쪼란 화투를 한 두장 더 가진 뒤 숨겨놓고 필요시 꺼내 쓰는 것을 말한다.
캉튀기기란 서로 가진 패를 비밀리에 알려 주는 것을 말한다. 화투를 가지고 도박을 하는 고스톱, 도리짓고땡, 섯다 등의 경우에는 화투에 표시를 해 놓는다든가 무전기 등을 동원해서 상대방의 패를 읽는다든가 하는 방법을 동원한다.
도박사기의 수법은 날이 갈수록 지능화되고 과학화, 조직화 되고 있다. 포커카드에 특수형광물질을 발라 놓고 이것을 볼 수 있는 콘텍트렌즈를 끼고 포커를 한다. 도박장을 개설해서 운영하는 사람들은 벽면과 카드보관통 등에 형광물질을 구분할 수 있는 특수카메라를 설치해 활용했다.
그리고 도박장에서 고용한 가짜 손님들의 귀 속에 직경 2미리 정도의 소리를 식별할 수 있는 진동자석을 넣은 뒤 상대방의 패를 알려주는 방법을 동원했다. 이런 상황에 어설피 달려드는 사람들은 얼마나 어리석고 그 말로가 훤히 보일 수밖에 없다.
사기도박은 승패가 우연과 확률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도박죄는 성립하지 않고 사기죄만 성립한다. 우연성이 당사자 중 일부에게만 있고, 나머지 상대방은 기망행위에 의해 우연성을 자유로이 지배할 수 있는 경우를 편면적 도박(片面的 賭博)이라고 한다.
사기도박이 그 대표적 예지만, 일방이 월등한 지능과 기술을 갖고 있거나 막강한 권좌에 있기 때문에 상대방을 자유자재로 조정할 수 있는 사정에서의 도박 또는 거액의 돈을 공무원에게 뇌물로 전달하기 위해 그 돈을 도금으로 걸고 일방적으로 져주는 방식의 도박도 편면적 도박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경우 사기도박자에게는 사기죄가 성립한다. 사기를 당한 사람은 사기죄의 피해자로 인정되고, 도박죄로는 처벌되지 않는다.
형법은 도박죄를 형사처벌하고 있다. 국민 일반의 근면관념과 공서양속 등 사회적 법익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도박의 중독성과 그로 인한 사회유해적 파급효과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다. 도박이 성립하려면 당사자가 예견불가능하고 지배불가능한 우연한 사정에 의해 승패를 결정하고 재물의 득실을 다투어야 한다.
단순도박죄는 재물을 가지고 도박함으로써 성립한다. 5백만 원 이하의 벌금 또는 과료에 처한다. 상습도박죄는 상습으로 재물을 걸고 도박함으로써 성립한다.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도박개장죄는 영리목적으로 도박을 개장함으로써 성립한다.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도박은 한번 잘못 빠지면 헤어나올 수 없는 수렁이다. 인생을 송두리째 망치게 한다. 도박은 한번 빠지면 마약처럼 헤어나기 어려운 속성을 가지고 있다. 도박은 폭행, 협박, 살인, 강도 등 다른 범죄를 유발시키는 원인이 된다.
도박하는 사람들의 말로는 비참하다. 앞날이 없다. 밤을 새우고 낮에 잠을 잔다. 여관 등지를 정처없이 떠돌아 다닌다. 이들은 삶에 희망이 없어 도박장을 떠돈다. 가족과 친구들로부터도 버림을 받게 된다. 대박의 꿈에 발이 묶여 다른 일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불확실한 승패에 인생을 걸고 다니니 영혼마저 파괴된다. 그러나 결코 인생을 포기하거나 혼자 해결하려고 하지 말고 상담을 받거나 입원치료를 해야 한다.
도박판에서 빌려준 돈은 채무자기 이를 변제할 의무가 없다. 법원에 소송을 해서는 받을 방법이 없다. 그래서 돈을 빌려준 사람은 돈을 받기 위해 폭력을 행사하거나 협박을 한다. 끊임없이 괴롭힌다. 도박을 한 사람도 약점이 있기 때문에 공갈을 당해도 고소를 하지 못하고 끌려 다닌다. 심지어는 조직폭력을 동원해서 폭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죄와 벌, 카라마조프의 형제 등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러시아의 대문호 도스토예프스키는 도박에 빠져 평생을 불우하게 지냈다. 그는 16세때 시골 장터에서 우연히 복권 한 장을 산 것이 계기가 되어 도박에서 평생을 벗어나지 못했다. 여행 중 도박에 몰두하여 무일푼이 되어 거지노릇도 했고 도박사기로 감옥에도 갔다. 소설 ‘ 도박자’는 그의 도박행각을 소재로 한 것이다. 노름빚 때문에 유럽으로 도피여행을 갔던 그는 도피행각 중에도 도박의 노예가 되어 아내의 패물을 들고 전당포를 드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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