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전선과 사기의 덫
가을사랑
날이 갈수록 취직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경기는 불황이고, 취직하려는 사람들은 늘어나고 있다. 바늘구멍 같은 취업문을 뚫기 위해 다니다 보면, 웬지 모르게 초라해진다. 가진 것도 없고, 내세울 것도 뚜렷하지 않는 경제적인 약자의 입장에서 강자인 사용자에게 제대로 따지기도 어렵고, 그냥 시키는 대로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취업전선에는 보이지 않는 덫이 군데군데 놓여져 있다. 취직을 하려는 사람들이 사기를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것을 알아 본다.
철수(27세, 가명)는 대학교를 졸업하고 군대를 갔다 왔다. 취직을 하려고 이곳 저곳에 원서를 내고 시험도 보고 면접을 보러 다니는 중이다. 벌써 20여 곳을 쫓아다녔으나, 모두 불합격되었다. 학교 다닐 때는 몰랐는데, 직장을 구하려고 하니 세상이 얼마나 힘든지 알게 되었다. 취업을 하려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사기사건도 많다고 하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에 겁도 났다. 괜찮은 직장(decent job)을 구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취업을 할 때 근로계약은 어떻게 체결해야 하는가, 이런 것들에 관해 아는 것이 전혀 없는 상태이다.
최근 우리 사회는 청년실업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다. 15세 이상 29세 이하의 실업률은 7%가 넘어 전체 평균실업률 3.3%보다 배 이상 높은 상태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기업과 같이 장래가 보장되는 곳에 취직하는 것은 별을 따는 것과 같다. 공무원시험의 경쟁률도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 웬만하면 몇십대일의 경쟁을 보이고 있다. 비싼 등록금을 내고 대학교를 졸업해도 곧 바로 취직이 되지 않는 세상이다. 논과 밭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자녀들을 대학교에 보냈는데, 졸업하고 취직이 안돼 급기야 논밭이 경매로 넘어가는 사례도 적지 않다. 그래서 대학생들은 천만 원이 넘는 등록금을 내리라고 집단투쟁을 하고 있는 현실이다.
어렵게 졸업한 학생들은 또 취업을 준비하기 위해 사설학원에 다녀야 한다. 대학교에서는 학문적으로 가르치기 때문에 정작 취업하려면 그에 맞는 취업준비반에 별도로 다녀야 하는 실정이다. 이중 삼중의 사교육비가 들어간다. 철수도 처음에는 대학교를 졸업하고 공무원시험준비를 했다. 경찰공무원시험을 보기로 했다. 학원에 등록하고 교재를 구입했다. 몇 달을 열심히 해보았으나, 막상 공부를 해보니 합격하는 것이 요원해 보였다. 그래서 포기하기로 했다. 학원비와 교재대금만 손해를 보게 되었다. 그 다음에 공인중개사자격을 따기로 마음먹고 학원에 등록을 하고 다녔으나, 그 역시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학원에서는 공인중개사 자격만 따면 평생이 보장된다고 선전을 하고 있었으나, 주변 사람들을 보니 공인중개사 자격을 가지고 있어야 개업하기도 어렵고, 개업해 보았자 돈을 버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었다.
하는 수 없이 철수는 자신에게 맞는 직장을 찾아나서기로 했다. 월급이 적더라도 좋고, 하는 일이 힘 들어도 감수하기로 했다. 구인광고를 보기 시작했다. 신문이나, 인터넷 구인사이트 등에 수많은 구인광고가 올라와 있었다. 자신도 구직사이트에 희망직종을 올려놓았다. 구인광고를 보고 회사에 연락을 하면, 이력서를 제출하라고 했다. 열심히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작성해서 보냈다. 회사측에서 와 보라고 해서, 가서 면접을 보았다. 대개의 경우에는 당초 광고에 낸 조건과 실제 근무조건이 달랐다. 사무직을 희망하는데 영업직이었고 밖에 돌아다니며 판매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1년간은 인턴사원으로 근무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철수가 구인광고를 보면서 느낀 것은 회사가 부실하고 엉터리일수록 광고는 그럴 듯하게 한다는 것이었다. 누구나 원하면 취직할 수 있으며, 높은 연봉을 제시하고 있었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학력이나 경력도 필요 없이 보수를 많이 주고, 장래가 유망한 직종이라는 것이었다. 그렇게 조건이 좋고 봉급이 많은 직장은 근무하던 사람들이 나갈 리도 없고, 새로 뽑는다고 하면 사람들이 구름떼처럼 몰려올 것인데, 무엇 때문에 돈을 들여 광고를 하고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런 의문은 그런 회사에 가서 면접을 받아보면 대번 풀리는 것이었다.
한번은 택배회사에 취직하면 높은 보수를 준다는 광고를 보고 회사를 찾아갔다. 인테리어를 화려하게 해놓고, 직원들도 모두 젊잖게 보였다. 철수는 조건이 좋아 비록 운전을 해야 하는 일이었지만, 취업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회사에서는 철수가 능력이 있어 보인다면서 함께 열심히 일을 했으면 좋겠다는 의사표시를 했다. 주민등록등본과 인감증명서, 휴대전화개통확인서 등의 서류를 제출하라고 했다. 최종 채용 여부는 보름 정도 있다가 알려주겠다고 했다. 철수는 아무런 의심 없이 회사에서 하라는 대로 모든 서류를 준비해서 제출했다. 다른 직장을 더 이상 알아보지 않고 기다리고 있었다. 주변 사람들에게는 취직이 되었다고 말해주었다. 회사에서는 보름 후에 연락이 와서 사정이 어려워졌으니 좀 더 기다려 달라고 했다.
한 달 후에 철수는 대부업자로부터 내용증명을 받았다. 철수 명의로 5천만 원이 대출되었으니 빨리 변제하라는 취지였다. 그렇지 않으면 사기로 고소를 하고 민사소송을 할 것이며, 재산을 가압류하겠다는 것이었다. 철수가 택배회사에 제출한 서류를 악용하여 철수 명의로 대출을 받고 회사를 부도내고 문을 닫아 버린 것이었다. 철수는 경찰서에 고소를 했다. 그러나 회사 관련자들이 다 도망간 상태여서 사건해결도 쉽지 않다는 말을 들었다. 문제가 해결되기 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고, 대부업자측은 철수의 말을 믿지 않고 책임을 지라는 추궁을 계속하고 있었다. 철수는 괴로웠다. 자신은 단순히 취직만 하려고 했을 뿐인데, 어떻게 이런 사기를 당하게 된 것일까? 제대로 알아보지 않고 개인에게 중요한 서류인 인감증명서와 주민등록등본 등을 제출한 것이 후회스러웠다. 주변 사람들에게 이야기했으나, 자신만 바보가 되고 자꾸 자괴감이 들어 우울증에 빠지는 것 같았다. 인터넷에 들어가 보니 취업을 빙자한 사기사건이 무척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직장을 구하려고 다니다가 사기범들에게 교묘한 사기를 당하는 모양이었다.
철수가 당한 것처럼 취업난을 이용해서 교묘하게 사기를 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벼룩의 간을 빼먹는 것이다. 직장을 구하는 사람에게 정당한 일터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취업이라는 미끼를 던져 금품을 뜯어내는 것이다. 구직자는 초라하고, 구인자는 당당하다. 구직자는 가진 것이라고는 몸밖에 없고, 열심히 일을 하려는 의욕밖에 없다. 아무런 배경도 없고 돈도 없다. 누가 도와줄 사람도 없다. 이러한 외로운 취업전선에는 도처에 사기의 덫이 놓여져 있고, 사기의 함정이 파져 있다. 사기꾼들은 이러한 취업희망자들을 상대로 사기의 덫을 놓는다. 이제 갓 학생 신분을 벗어나 세상에 첫 발을 들여놓는 이들에게 기존의 거대한 사기집단은 가차 없는 사기행각을 벌이는 것이다. 피도 눈물도 없다.
직장을 구하려는 20대는 세상 경험이 거의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대개 다른 사람들의 말을 무조건 믿고 의심을 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취업사기를 당하기 쉽다. 사기를 당하고 남에게 속았다는 자괴감에 빠지고, 취업에 대한 의욕을 상실하게 되며, 더 나아가 사회에 대한 전반적인 불신감을 가지게 된다.
구직자는 각종 매체를 통해 많은 구인광고를 접하게 된다. 회사에서 직원을 모집한다는 구인광고를 보고 가보면 근무조건이 다르다. 회사 자체에 대한 명확한 설명을 하지 않고, 그냥 와서 보라는 식의 광고도 많다. 직종이나 고용형태, 근로조건에 대해 다른 광고를 내놓은 곳도 많다. 일반인들이 선호하는 사무직 사원을 구한다는 광고를 내놓고 막상 채용한 다음에는 영업직 사원으로 그것도 실적급으로 일을 시키기도 한다.
회사의 실제적인 상태는 밖에서 봐서 알 수 없다. 겉으로는 인테리어를 화려하게 해 놓아 큰 회사 같고 사업이 잘 되는 회사 같지만, 속은 부도 직전인 경우도 많다. 자본금이 몇 십억 원이라고 법인등기부에는 올라있지만 자본금을 모두 잠식해서 빛투성이인 경우도 많다. 이런 회사에 잘못 들어갔다가는 고생만 죽도록 하고 월급도 제대로 받지 못하게 된다. 직장을 구할 때에는 채용조건을 정확하게 따져야 한다. 근로계약서도 제대로 작성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처음 취직하면서 너무 따지면 회사에서 골치 아픈 사람으로 간주하고 뽑지 않는다. 그래서 딜레마다. 취업사기를 당했을 때에는 각 지역의 노동부 고용안정센터에 신고해야 구제를 받을 수 있다.
직장을 구하려는 사람에게 좋은 회사에 취직시켜주겠다고 거짓말로 속여 금품을 뜯어내는 취업브로커도 많이 활동하고 있다. 최근에 어떤 사람이 대기업인 A 자동차회사 생산직 사원으로 취직시켜주겠다고 거짓말을 하여 피해자들로부터 수억 원을 가로챈 혐의로 경찰에 의해 구속되었다. 그 사람은 자동차회사 이사라고 속이고 B에게 접근해 B의 아들을 생산직 사원으로 취직시켜 주겠다며 1천만 원을 받은 것을 비롯해서, 이 같은 방법으로 취업에 성공하면 1인당 3천만 원을 받기로 하고 착수금 명목으로 피해자 1인당 1천만 원씩을 받는 등 지금까지 모두 2억7천500만 원을 받았다고 한다. 취직이 어려워 애쓰는 사람들을 현혹시켜 돈을 사기 치는 수법이다.
부업으로 돈을 벌게 해 준다면서 물품대금, 회비, 보증금 등의 명목으로 금품을 받고 실제로는 일거리를 별로 주지 않아 피해를 입히는 경우도 많다. 나중에 해약을 요청해도 투자비용 전액을 환급받고 해약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해약을 하지 못하거나 과다한 위약금을 지급하고 해약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부업 상술사업자들의 영업방법을 보면, 생활정보지나 인터넷에 월수 1백-2백만 원 이상, 평생 일거리 제공, 초보 가능, 재택 근무 등으로 소비자를 유인하는 광고를 낸다. 일감 제공에 대한 전제조건으로 물품구입비, 또는 보증금을 요구한 후, 당초 약속한 사항을 불이행하거나 까다롭게 부업거리를 제공하여 소비자 스스로가 포기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OO 학원 수강생 취업보장, OO 소개소 취업 책임 등의 광고에 속아 수강료와 취업 알선비만 떼이는 경우도 있다. 무허가 업체의 해외취업 모집 광고도 문제다. 호주 등 외국에 취업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는 말을 믿고 여권, 이력서, 알선수수료를 받아 챙기고 여권까지 다른 곳에 악용하는 업체도 있다.
일반적으로 채용공고를 보고 사기성이 있는지 여부를 가려내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같은 내용의 채용공고를 너무 자주 올리는 업체, 같은 업체에서 채용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사람이 여러 명 있는 경우, 별로 이름도 없는 회사에서 사무직 00명, 영업직 00명 등으로 동시에 많은 인원을 채용하면서 마치 대기업인 것처럼 모집광고를 내는 경우, 회사의 구체적인 내용을 명확하게 기재하지 않은 경우, 영업직 인턴사원 모집에 수료 후 정규 내근직 발령 등으로 가장하는 회사. 면접시 취업을 조건으로 보증금이나, 물품 구입을 강요하며 카드결제를 요구하는 경우, 업무를 위한 교육을 가장하여 학원수강 등을 권유하는 경우, 학력 경력 나이 등 특별한 응시 자격이 없어도 상관없다는 경우, 급여나 기타 조건이 터무니없이 높은 경우 등이다. 철수는 아직 취직을 하지는 못했지만, 이제는 직장을 구하는 과정에서 최소한 사기는 당하지 않을 자신이 생겼다.
[취업사기를 당했을 때는...]
먼저 자신이 상대방의 거짓말에 속았다는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를 만들어야 한다. 단순히 말로 주장해서는 증거불충분으로 사건이 끝날 수 있다. 금전피해를 보았을 때에는 경찰에 형사고소를 한다. 재산상 손해에 대해서는 민사소송을 제기하도록 한다. 특히 소송을 제기하기 전에 상대방 재산에 대해 가압류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노동부에 진정서를 제출한다.
[취업사기의 유형]
① 취직을 시켜준다고 금품을 요구하는 행위, ② 취업조건을 속여서 구직자의 의사에 반하는 근무를 시키는 행위, ③ 제출한 인감증명서 등을 이용하여 대출을 받아 챙기는 행위, ④ 인턴제도를 이용하여 정당한 보수를 주지 않고 일만 시키는 행위, ⑤ 바지사장 등 이사 자리를 주고 회사경영에 대한 책임을 부담시키는 행위, ⑥ 다단계판매회사에서 구직자를 끌어들여 영업을 시키는 행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