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가 존속하는 한 사기는 끊임없이 되풀이 될 것이다. 기본적인 문제는 거래의 허술함에 있다. 서로 믿고 중요한 금전거래를 아주 허술한 방식으로 한다는 것이다. 계는 그야말로 신용을 전제로 한 금전거래다.
오로지 계주의 신용만을 믿고 거액을 건네주는 것이다. 계원들은 주먹구구식으로 전체 계원들이 누구인지 알지도 못하고 있다. 계금을 타간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그리고 그에 대한 계불입금을 제대로 붓고 있는지 정확하게 알려고 하지 않는다.
그런 상태에서 몇 사람이 계불입금을 붓지 않으면 계는 유지될 수 없다. 계주가 법률상 책임을 진다고 하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다. 계주가 고의적으로 곗돈을 태워주지 않는 경우에는 형사책임을 지지만, 곗돈을 타간 사람들이 계불입금을 내지 않아 연쇄적으로 계가 깨지는 경우에는 업무상배임죄가 성립하지 않고, 사기죄를 인정하는 것도 결코 쉽지 않다. 단순한 민사사건으로 돌아가게 되면 손해배상을 받을 길은 전혀 없게 된다. 판결문을 받아보아야 집행할 재산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법의 허점을 교묘하게 이용하면 계주는 거액을 챙기고 처벌을 받지 않을 수도 있다. 계주는 겉으로만 재력이 있는 것 같이 보이지 실제로는 자기 명의로 재산을 해놓지 않고 있다. 오랜 기간 계를 잘 운영했다는 신용은 보이지 않는 허상이다. 그 속을 자세하게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추상적으로 무조건 믿으려고 하는 것에 불과하다.
계주가 나쁜 마음을 먹게 되면 더 신용이 있는 것처럼 과시하고 어느 날 특정 시점을 잡아 거액을 챙기고 달아난다. 외국으로 가던 국내에서 잠적하던 신병을 확보하는 일도 쉽지 않다. 피해자들은 망하게 되고, 정신적으로 고통받고 삶의 의욕을 상실하게 된다. 속이 상해 홧병이나 우울증에 걸리게 되고 가정은 엉망이 된다. 그러다가 보면 건강도 잃게 된다.
계가 얼마나 위험한 것이지 알아야 한다. 지금이라도 계를 하고 있는 사람들은 가급적 빨리 계에서 빠져 나와야 한다. 20개월이 결코 짧은 기간이 아니다. 조금이라도 이자를 더 받기 위하여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급적 늦은 순번으로 곗돈을 타려고 한다. 이런 순수한 심리상태를 이용하는 것이 악질적인 계주들이다. 허무인의 이름으로 앞번호를 모두 타서 거액을 챙기고 달아나면 앞으로 탈 계원들은 모두 피해를 보게 되는 것이다.
이자를 손해보더라도 지금부터 빠른 시일에 곗돈을 타 놓고 보는 것이 안전하다. 그리고 그런 사정이 안 되면 계주를 만나 정확한 계원들의 인적 사항을 확인하고 특히 이미 곗돈을 타간 계원들의 신용상태, 계금불입능력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곗돈을 타간 사람들로 하여금 물적 담보를 제공하게 하거나 인적 보증을 서게 하는 것도 방법이다. 거액의 채무를 부담하고 있는 입장이므로 사실 이런 보증을 해주는 것이 당연하다.
계를 든 사람들은 자신의 곗돈을 탈 때까지 절대로 방심해서는 안 된다. 계주를 믿는다는 것은 보이지 않는 허상을 믿고 곧 거액을 손해보겠다는 마음가짐이나 마찬가지다. 계주를 무엇 때문에 믿으려고 하는가? 계주는 어디까지나 계주일 뿐이다.
계주라는 인격체를 믿지 말고, 계주가 나중에 책임지고 곗돈을 태워줄 수 있는 경제적 능력이 있는지, 그리고 그에 대한 보장은 무엇을 가지고 어떻게 할 것인지를 법률적으로 확인하고 따진 다음 확실한 보장책이 마련되어 있으면 그때 그 보장책을 믿어야 한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계는 알게 모르게 많이 운영되어 왔고, 서민들의 재테크수단이었다. 계를 잘 해서 돈을 번 사람도 적지 않다.
그러나 그에 못지 않게 계를 하다 깨져서 집안이 망하고 거지가 된 사람은 더 많다. 계를 하더라도 왜 위험한지를 잘 따져보는 것이 필요하다. 대형계사기사건이 보도될 때마나 느끼는 안타까운 심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