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가는 시간에

 

가을사랑

 

겨울이 소리 없이 깊어가고 있었다. 겨울은 우리에게 약간의 두려움을 펼쳐놓고 다가왔다. 몹시 추울 것임을 예고했다. 우리는 코트를 꺼내놓았다. 털장갑을 끼고 목도리를 두르고 겨울을 맞이했다. 겨울은 우리에게 눈을 선물하고, 하얀 순백의 교훈을 가슴에 심어주었다. 겨울은 그렇게 다가왔고, 우리는 겨울 속에서 함께 동화를 읽을 수 있었다.

 

소주를 마시고 잠실벌판에서 하늘을 바라다 보았다. 검푸른 하늘이 눈처럼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우리들의 소박한 욕망은 강물처럼 흘러가고 있었다. 더 이상 바랄 것 없는 시간에 나는 내 존재의 모습을 타인처럼 바라보고 있었다. 주변 사람들은 다 그렇게 저마다 가야할 길을 가고 있었다. 누구에게나 주어진 시간과 공간은 유한하다.

 

그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찾고 있을까? 내 손 안에 넣어야 할 것은 무엇일까? 더 이상 들어갈 빈 공간이 없는 가슴 속에는 작은 불씨가 숨겨져 있었다. 갑자기 푸른 바다가 떠올랐다. 작은 보트를 타고 바다 위에서 작열하는 태양을 쳐다보고 있을 때, 태산 같은 고래들이 닥쳐오는 환상을 본다. 고래들은 어떤 암시를 주고 있었다. 삶이 아무리 거칠더라도, 위기의 상황이 항상 곁에 있을찌라도 우리는 믿는다. 나를 지켜주는 사랑이 있다는 사실을, 그럼으로써 내가 의지할 곳이 있다는 것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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