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간 사기
가을사랑
원래 부부란 일심동체로서 서로 신뢰하고 의지하면서 사랑하는 관계이어야 한다. 법적인 측면에서도 부부 사이에 많은 의무가 주어진다. 특히 애정에 있어서는 절대적으로 배우자만을 사랑하도록 강조되고 있다. 이를 위반하면 즉시 이혼사유가 된다.
하지만 부부 사이에서도 많은 사기가 이루어진다. 결혼 전 단계에서는 이른바 결혼사기가 많이 행해진다. 결혼사기 또는 사기결혼이라는 것은 사기를 쳐서 결혼하는 것이다. 결혼을 하기 위해 사기를 치는 행위는 주관적으로 사랑을 위한 목적 때문에 아무런 죄의식을 가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상대방 역시 사기를 당했지만, 나중에 그로 인해 사랑을 받아들이고, 서로 사랑하게 되면 결혼을 하기 위해 사기쳤던 행위를 이해하고 용납하게 된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서는 사기결혼은 상대방을 평생 불행에 빠뜨리기도 하고, 얼마 가지 않아 이혼을 당하게 될 위험성이 높다.
결혼 한 다음에는 부부 간 사기는 여러 가지 형태로 끊임없이 나타난다. 사기란 본질적으로 거짓말을 동반한다. 부부 사이에는 많은 선의의 거짓말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그 보다는 악의의 거짓말을 경계해야 한다. 악의의 거짓말이란 예컨대, 밖에서 다른 이성을 만나 연애를 하면서 배우자에게 거짓말을 하는 것, 불필요한 낭비를 하면서 배우자를 속이는 것 등의 형태로 나타난다. 부부 사이에 따로 재산관리를 하면서 그 내용을 알리지 않고 비밀로 하거나, 개인적인 비자금을 조성해서 관리하는 것 등도 문제가 된다. 아직은 우리 사회가 그와 같은 부부 간의 구별과 경계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부부생활을 하면서 또한 문제가 되는 것은, 돈을 벌 능력이 없거나, 주식 투자 등을 통해 재산을 탕진하여 무능력자가 되는 경우이다. 이것은 사기에는 해당하지 않지만 결과적으로 망했기 때문에 자연히 불평불만이 쌓이게 되며 그로 인해 부부관계는 파탄에 이를 위험성이 농후해진다.
경제적으로 고생하게 만들면, 그 원인을 따지는 과정에서 부부 사이는 나빠진다. 왜 그때 내 말을 안 듣고 그런 일을 해서 망하게 되었느냐는 식이다. 주식을 하지 말라고 했는데, 위험한 부동산투자를 하지 말라고 했는데, 경험도 없는 상태에서 커피숍을 차리지 말라고 했는데... 이런 식으로 잘못된 일에 대한 책임을 추궁하면, 상대방의 입장에서는 가뜩이나 일이 잘못되어 스트페스를 받고 있는데 배우자까지 위로는 하지 못하고 자꾸 좌절감만 주면 자격지심에서 싸움이나 하게 되고 두 사람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네게 되는 것이다.
부부 사이의 사기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다른 이성을 만나 연애를 하고, 부정한 행위를 계속하는 것에서 정점에 이른다.
그리고 이혼하는 과정에서도 사기는 계속된다. 분할할 재산을 숨기고, 명의를 바꾸어놓고, 채무를 허위로 부담한다.
우리 형법은 부부로 혼인신고가 되어 있는 한, 어떠한 사기행위도 처벌하지 않는다. 그래서 부부 사이에는 마음 놓고 사기를 칠 수 있다. 카지노에서 도박을 할 목적을 숨기고, 부인에게 돈을 빌려주면 곧 배로 갚겠다고 거짓말을 해서 부인의 비자금 5천만원을 받아 도박에 탕진했다고 해도, 형법은 부인에 대한 사기죄로 처벌하지 않는다. 부부 간에는 절도, 횡령 등의 행위도 처벌대상이 되지 않는다.
부부가 이혼한 다음에도 사기행위는 계속된다. 매달 지급하기로 한 자녀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다.
부부 사이의 사기는 사실 그동안 법에서 지나치게 무관심한 영역으로 방치되어 있었다. 종래 전통적인 윤리관에 기초한 낭만적 가정을 상정한 상황에서 만들어진 법과 제도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부부관계도 많이 달라져가고 있다. 서로가 자유의사와 다른 가치관, 능력을 가진 두 사람이 합리적인 범위에서 서로를 위한 공동생활을 한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 젊은 부부 사이에 있어서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애정이 유지될 수 있도록 각종 사기행위에 대한 종합적인 관점에서 법과 제도, 사회적 인식이 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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