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의 증언능력

 

가을사랑

 

<사건 당시 만 4세 6개월, 법정증언 당시 만 6세 11개월인 유아의 범인식별진술이 그 유아의 정신능력 및 수사기관이나 가족 등 주위 사람들에 의한 편향적이고 암시적인 반복적 질문에 의하여 잘못된 진술을 하였을 가능성이 없었다는 이유로 신빙성이 있다고 한 사례>(서울지법 1999. 4. 20. 선고 98고합1266 판결)

 

우리 형사소송법은 법원은 원칙적으로 누구든지 증인으로 신문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동법 제146조) 증인의 증언능력에 관하여 연령에 의한 제한을 가하지 아니하고 법원의 자유로운 판단에 맡기고 있으므로 유아의 증언능력의 유무는 진술자의 연령만에 의할 것이 아니라 그의 지적 수준 등에 따라 법원이 개별적이고 구체적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대법원 1991. 5. 10. 선고 91도579 판결은, 유아의 증언능력의 유무는 진술자의 연령, 지적 수준은 물론 진술의 태도 및 내용 등을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경험한 과거의 사실이 진술자의 이해력, 판단력 등에 의하여 변식될 수 있는 범위 내에 속하는가의 여부도 충분히 고려하여 이를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하면서 만 3년 6월된 여아의 증언능력을 인정하고 있다.

 

우리의 경험칙상 유아의 진술이 일반적으로 성인의 진술보다 신빙성이 낮다고는 말할 수 없고, 오히려 경우에 따라서는 유아의 진술의 신빙성이 더 높을 수도 있다. 다만 유아의 진술은 성인의 그것에 비하여, 관찰의 부정확, 인식력·기억력 및 표현력의 부족, 주위 사람들의 영향에 의한 보다 높은 왜곡가능성 등의 점이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할 것이나,

 

일반적으로 사람의 기억으로부터 진술까지의 과정은, 정보를 기호화하여(encoding) 저장하여 두었다가(storage) 이를 되살려 표현하는 것(retrieval)으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유아의 경우 기호화단계에서는 정보의 핵심을 파악하지 못하고 보이는 사실 그대로만을 기억하고 또한 사물의 이치에 관한 빈약한 지식으로 인하여 무엇이 중요하고 무슨 상황이 발생하였는가를 기호화하지 못하고, 저장단계에서는 유아는 성인에 비하여 시간의 흐름에 따라 더 빨리 기억을 잃어버릴 뿐 아니라 주위 사람들의 암시성 있는 질문에 의하여 영향받기 쉬우며, 기억의 회복·표현단계에서는 특히 유아 자신이 피해자인 경우 처음에는 경험사실을 이야기하지 않거나 못하다가 보다 구체적인 내용의 질문을 받고서야 기억을 회복시켜 이를 진술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유아도 어느 정도까지는 자신이 경험한 사실을 그 정신적 연령에 맞는 수준에서 실체적 진실에 부합되게 기억하고 진술할 수 있음은 분명하다고 할 것이고, 다만 유아는 개괄적인 질문에 대하여 자신이 스스로 사건의 실체를 기억해내어 이를 정확히 표현하기는 어렵고 보다 구체적인 내용의 질문을 받고서야 기억을 회복시켜 이를 진술할 수 있는 성향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야 할 것이다.

 

미국에서는 주로 아동에 대한 성적 학대(Sexual Abuse)사건에 있어서 아동의 진술의 신빙성에 관한 문제를 탐구하기 위하여 많은 연구들이 이루어져 왔는데, 이러한 연구결과들은 아동기억의 위와 같은 단계에 따른 특징을 제시하면서 아동으로부터 정확한 진술을 듣기 위하여는 질문자가 중립적인 견지에서 아동의 기억을 이끌어내는 데에 필요한 정도로 상세하고 구체적인 질문을 하여야 하되, 필요 이상으로 질문이 반복되어서는 안된다고 지적한다.

 

유아의 경우에는 성인이나 나이든 아동에 비하여 특히 편향적(biased)이거나 암시적(suggestive)으로 반복되는 질문에 영향을 받기 쉬운데, 유아의 진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편향적·암시적 신문의 형태(Interviewer bias and Suggestive interviewing techniques)로, ① Misleading questions(잘못된 진술을 유도하는 질문으로서, 예컨대 어떤 사람이 아동을 접촉한 사실이 없음에도 "그가 너를 만질 때 무슨 옷을 입고 있었니"라고 묻는 등이다), ② Stereotype inducement(선입견을 주는 것으로서, 예컨대 질문 전에 어떤 사람이 '나쁘다'든가 '이러한 나쁜 짓을 한다'는 등의 말을 해 주는 등이다), ③ Impartial or threatened atmosphere(불공정하거나 위압적인 분위기하에서의 신문으로서, 예컨대 질문자가 자신이 원하는 아동의 대답이 나오면 강하게 긍정을 하는 모습을 보여 주면서도 그렇지 아니한 대답에는 이를 무시하는 태도를 보여주는 등이거나, 나아가서는 원하는 대답을 듣기 위하여 아동을 위협 내지 회유하는 등이다), ④ Guided imagery or memory work(상상을 통하여 진술케 하는 것으로서, 예컨대 질문자가 아동으로 하여금 어떠한 사건이 일어났는가를 머리속에 그려 보고 말하여 보라고 하는 등이다) 등을 들고 있다.

 

유아 내지 아동의 범죄증언과 관련하여서는 특히 미국에서 주로 아동에 대한 성적 학대(Sexual Abuse)사건에 관한 피해아동의 진술의 신빙성에 관한 문제를 탐구하기 위한 많은 연구들이 이루어져 왔는데, 대부분의 연구들의 소재가 실제 상황과는 달리 직접적인 성적 접촉을 내용으로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러한 연구 결과에 의하여 편향적이거나 암시적인 신문으로 말미암아 아동의 진술이 왜곡될 수 있다는 견해에 대하여는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근래에는 아동들이 과연 중요하거나 두드러진(important or salient) 사건에 있어서도 종래의 연구결과에 나타난 정도 만큼 사실과 다른 진술을 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됨에 따라, 최근의 많은 연구들은 그 소재를 더욱 성적 접촉에 유사한 사건으로 설정함과 동시에 보다 다양한 형태의 편향적·암시적 신문들의 효과를 탐구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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