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풍호수

 

가을사랑

 

살다 보면 가슴이 답답할 때가 있다. 여러 가지 골치 아픈 일이 겹쳐 삶의 무게가 힘들게 느껴진다. 산다는 것은 다 그런 것인데, 거기서 헤어나지 못할 때가 있는 것이다. 누구나 죽으면 한줌 재로 돌아간다. 마음을 비우면 몸이 가볍다. 몸속에서 마음이 차지하는 무게가 크기 때문이다.

 

언젠가 주말에 제천에 있는 청풍호수로 갔다. 1991년 8월부터 1992년 8월까지 1년간 제천지청장으로 근무하는 동안, 마음이 울적할 때면 갔던 곳이다. 시원한 호수를 보면서 마음을 가라앉히려고 노력을 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토요일 밤을 조용히 보내고 아침 일찍 일어나 레이크호텔에서 바라 본 호수는 그야말로 절경이었다. 11월 중순의 차가운 기온 때문인지 호수 수면으로 물안개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새벽에 호수의 물안개를 보라! 얼마나 신비스러운지 직접 보지 않고는 상상이 안 간다.

 

청풍호수를 돌아서 단양까지 가는 길은 환상적인 드라이브 코스다. 영주시에 있는 희방사를 찾았다. 희방사 바로 밑에는 희방폭포가 있다. 28미터나 되는 긴 폭포다. 소백산 연화봉에서 발원하여 굽이굽이 내려오는 물줄기가 폭포로 되어 절경을 이루고 있다. 신비로운 절경이었다. 계속해서 떨어지는 폭포수 아래서 나는 자연의 신비를 지켜보고 있었다.

 

희방사에서 산 정상까지 올라가는 길도 매우 잘 꾸며져 있었다. 험한 돌산이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올라가고 있었다. 나도 힘들게 오름을 계속해서 연화봉에 다다렀다. 연화봉이 있는 소백산은 영주시와 단양군을 끼고 있다.

 

연화봉! 얼마나 아름다운 이름인가? 정상에서 바라보니 주변에 많은 산들이 첩첩산중으로 연이어 있었다. 연화봉에 올라가 바라보는 세상은 고요했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붉은 대궁이 향기같이 애잔하고 나귀들의 걸음도 시원하다.’ 이효석의 메밀꽃필무렵에서 나오는 아름다운 장면이 연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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