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같은 돈을 사기 당한 여자

가을사랑

그녀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분노와 슬픔의 눈물이었다. 사람을 잘못 만나 받는 고통이 너무 컸기 때문이었다.

영순(40세, 가명)은 18년 전에 부모님들이 돌아가셨다. 아무 것도 남기지 않은 채 세상을 떠난 부모님 대신에 동생들을 책임져야 했다. 동생이 3명 있었다. 동생들 뒷바라지하기 위해 직장을 구했다.

월급이 많지 않아 그만 두고 그후 이런 저런 일을 했다. 지금까지 안 해본 일이 없었다. 그렇게 고생을 해서 동생들을 공부시켰다. 그러다 보니 정작 영순은 결혼을 하지 못했다.

이왕 늦은 결혼은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고, 더 열심히 일을 해서 돈을 모았다. 어느 정도 모이면 그 돈으로 식당을 하려고 마음먹었다. 건강을 돌보지 않고 밤낮 없이 일을 했다. 마침내 돈을 3억원 모았다. 그 돈으로 마땅한 식당을 구하러 다녔다.

식당을 하려고 했더니 여러 가지가 마음에 걸렸다. 식당이 될 만한 장소는 권리금이 너무 비쌌다. 권리금 없는 점포는 식당을 해봐야 될 것 같지 않았다.

망설이고 있는 상황에서 우연히 정수를 만났다(남, 45세, 가명). 정수는 유망한 사업가였다. 무역업을 하는 사람인데 돈을 잘 번다고 했다. 인물도 잘 났고, 매우 사교적인 사람이었다. 그는 주로 미국과 유럽 등을 출장 다니면서 화려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

차도 벤츠를 타고 다녔다. 주변에 아는 사람들도 많았다. 정수는 영순을 만나 그동안 살아온 이야기를 듣고 함께 눈물을 흘리면서 동생처럼 잘 해주겠다고 했다. 용기를 잃지 말고 열심히 살자고 했다. 자기가 힘닿는 데까지 도와줄 테니 걱정말라고 했다.

결혼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말을 하지 않았으나 서로가 미혼인 상태에서 두 사람은 마음이 통했다. 해외출장을 다닐 때 같이 다녔다. 육체관계는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 그렇다고 꼭 결혼을 하자는 것은 아니었다.

정수는 영순에게 돈이 많은 사람처럼 행세했다. 술을 많이 마시러 다녔는데 함께 만나는 사람들을 보니 대단한 사람들이 많았다. 그래서 정수를 완전히 믿었다.

그렇게 만나다가 6개월쯤 지난 상황에서 정수는 영순에게 목돈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그 돈을 부풀려 주겠다고 제안했다. 자기에게 맡기면 이익을 많이 남겨 주겠다고 했다. 영순은 정수에게 가지고 있던 3억원을 모두 맡겼다.

정수는 그 돈을 가지고 가서 몇 달 동안은 자신이 하고 있는 사업에 사용해서 이익을 냈다면서 2부에 상당하는 돈을 주었다. 영순은 몇 달 동안만 사용하고 이익까지 얹어서 주겠다는 약속을 믿고 기다리고 있었다. 받아 놓은 것은 차용증뿐이었다.

3개월이 지난 다음 정수는 영순에게 하고 있는 사업이 잘 되지 않으니 조금만 참고 있으라고 했다. 영순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 이렇게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가 정수는 어디론가 잠적해 버렸다.

영순은 아찔했다. 주변사람들을 통해 겨우 연락이 되어 정수를 만났더니 미안하다는 말뿐이었다. 영순은 정수의 내막을 파고 들어갔다. 정수가 하던 사업체는 1년 전부터 사실상 마비가 된 상태였고, 영순으로부터 돈을 빌려가던 시점에서는 거의 끝난 것이나 다름 없었다.

벤츠도 수명이 다된 낡은 중고차였고, 아무 재산도 없었다. 그는 영순에게 잘못했다고 하면서 결혼해 함께 살자고 했다. 그러면 자기가 열심히 해서 잘 살게 해주겠다는 것이었다.

영순은 주변 사람들에게 더 알아보았다. 정수는 영순에게서 빌린 돈을 가지고 주로 술을 먹고 다닌 사실이 확인되었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술집에서 알게 된 어떤 여자에게 돈을 2천만 원이나 주었다는 사실이었다.

영순은 피를 토하고 싶었다. 그 돈이 어떻게 모은 돈인데, 정말 피 같은 돈인데 어떻게 그럴 수 있다는 말인가? 정수는 영순의 딱한 사정을 너무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영순의 모든 것이 달려 있는 돈이었다. 영순이 결혼도 하지 않고 앞으로 평생을 거기에 의존해서 살아가야 할 돈이었다.

영순은 그동안 일을 너무 열심히 해서 건강도 잃은 상태였다. 자궁암이 발견된 것이었다. 차마 정수에게는 그런 말을 하지 못했었다. 영순은 정수를 죽이고 싶었다.

사기친 것도 그렇지만 자신의 모든 것을 알고 있고, 자신을 인간적으로 도와주겠다는 말을 수천 번도 더 했던 사람이 끝내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빼앗아갔다. 이제는 더 이상 살아갈 용기도 없었다. 그 큰돈을 한꺼번에 잃어버렸으니 어떻게 살아갈 수 있다는 말인가? 그동안 여기 저기 돌아다니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해결방법을 알아보았다.

사기죄로 고소를 하라고 했다. 그러나 사기죄로 고소를 해서 징역을 살린들 무슨 도움이 될 것인가? 민사사송을 해봐야 아무 재산도 없으니 의미가 없었다. 만나서 제발 무슨 수를 써서라도 돈을 일부라도 마련해 달라고 사정을 했다. 그러나 차일피일 미루면서 아무런 대책이 없는 사람이었다. 마침내 영순은 사기죄로 고소를 할 각오를 했다.[

[point① 사람을 겉으로 보고 믿어서는 안 된다] 사람의 말을 듣고 그 사람을 판단하는 것은 매우 어리석은 일이다. 비록 정수가 무역사업을 하고 벤츠차를 타고 다닌다고 해서 돈이 많다거나 신용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경솔한 일이다. 대부분의 사업가들은 돈이 없어도 많이 있는 것처럼 허세를 부린다. 벤츠차를 타야 상대방이 믿기 때문이다. 상대를 해주기 때문에 돈이 없어도 빚을 내서라도 리스로 좋은 차를 타고 다닌다. 겉으로는 화려해도 껍데기인 사람들이 너무 많은 현실이다.

[point② 금전거래를 할 때 조심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 아무리 남자와 여자가 가까워졌다고 하더라도 돈거래를 할 때는 조심하고 신중해야 한다. 영순은 정수의 무엇을 믿었던 것인가? 단지 차용증 하나만 받고 3억원이나 되는 돈을 주었던 것이다. 돈거래를 할 때는 철저한 확인을 하고, 만일에 대비해서 채권회수방법을 강구한 다음에 해야 한다.

[point③ 차용증의 효력은 무엇인가?] 정수가 영순에게 써준 차용증은 그야말로 차용사실을 확인하는 서류에 불과하다. 그것은 나중에 소송을 할 때 정수가 차용사실을 부인하면 그때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정수가 재산이 없으면 차용증을 가지고 판결을 받아야 무용지물이 된다. 그나마 차용증이라도 받아놓았기 때문에 정수는 그 돈을 영순이 애인 사이에서 그냥 주었다고는 주장하지 못할 것이다.

[point④ 정수의 차용행위는 사기죄에 해당하는가?] 남에게서 돈을 빌리고 갚지 않는 채무불이행이 모두 사기죄가 되는 것은 아니다. 돈을 빌릴 때 벌써 채무를 변제할 능력이 없는 상태가 되었거나 채무를 변제할 의사가 없었어야 한다. 문제는 이런 입증이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서 채무불이행의 경우 채무자는 형사고소를 당했을 때 무혐의로 빠져나갈 방법이 많이 있게 된다. 현실적으로 사기사건의 상당수는 무혐의결정되고 있는 실정이다.

[point⑤ 정수의 간음행위는 결혼사기에는 해당되지 않는가?] 결혼사기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결혼사기란 결혼을 빙자해서 금품을 뜯어내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정수는 영순에게 결혼을 하자고 약속한 사실이 없으므로 결혼사기는 아니다.

[point⑥⑦ 정수가 사기친 돈을 술집 아가씨에게 증여하는 행위는 처벌대상이 되지 않는가?] 정수가 영순에게서 사기친 돈을 가지고 다른 용도에 사용하는 것은 이른바 불가벌적 사후행위로서 처벌대상이 아니다. 사기친 돈을 가지고 옷을 사입건, 기부금으로 내던, 술집 아가씨에게 주던 법은 관여하지 않는다. 사기를 쳐서 돈을 피해자로부터 받아갈 때 사기죄는 기수에 달하고, 그것을 처벌된다. 다만 사기친 돈을 유흥비로 썼다는 사실은 나중에 재판을 받을 때 정상관계로서 죄질이 나쁘다는 평가를 받게 된다.

[point⑦⑧ 사기피해자가 사기꾼을 복수하기 위해 살인하거나 상해를 가하면 어떻게 되는가?] 사기를 당한 피해자가 법에 의해 처벌을 받도록 하는데 그쳐야지 직접 사기꾼을 살해하거나 상해를 가하면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이와 같은 복수행위는 법에 의해서 금지되고 있다. 사기를 당한 피해자의 복수행위는 정당방위나 자구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point⑧ 정수는 사기죄로 어느 정도의 징역을 살게 될 것인가?] 전과가 없는 경우라면 정수는 징역 1년 내지 2년 사이에서 형이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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