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각자의 길을 간다

 

가을사랑

 

철수(35세, 가명)는 나이트클럽에서 부킹을 통해 순자(30세, 가명)을 만났다. 나이트클럽에 놀러갔다가 우연히 남자와 여자가 합석을 하여 함께 노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은 그것으로 끝난다. 그냥 술을 마시고 춤을 추고 놀다가 헤어지면 그만인 것이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그런 장소에서의 만남이 그 후에도 계속되고 경우에 따라서는 악연이 되어 고통을 받는다.

 

철수는 유부남이었다. 처와 아이가 있었다. 결혼했다는 사실은 본인이 말하지 않으면 상대방은 알기 어렵다. 본인이 유부남인 사실을 고의적으로 속이고 미혼이라고 거짓말을 하면 상대방은 당연히 그렇게 믿게 된다.

 

미혼이라고 말하는데 누가 결혼한 것이 아니냐고 따지고 의심할 수 있을까? 그래서 유부남이 미혼이라고 속이고 사기 치는 사건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순자는 회사에 다니고 있었다. 친구들과 나이트클럽에 놀러갔다가 철수를 만났다. 이것이 인연이 되어 그 후 철수를 몇 차례 만나게 되었는데, 철수는 자신이 대단한 사람인 것처럼 자랑을 하였다. 자신은 잘 나가는 벤처회사의 자금당당 이사라고 했다.

 

아버지는 군 장성이고, 어머니는 의사라고 했다. 누나는 재벌 집에 시집가서 미국에 가서 살고 있다고 했다. 남동생은 독일에서 음악을 전공하고 있다고 했다. 집에 돈도 많은 것처럼 말했다. 그러면서 철수는 순자에게 사랑하니까 결혼하자고 했다.

 

이런 과정에서 철수는 순자에게 자신의 직업과 가정환경, 재력 등을 과시하기 위해 갖은 거짓말을 했다. 여러 가지 위장전술을 동원해서 순자로 하여금 자신을 믿게 만들었다. 철수는 사실 직업이 없었다.

 

직장을 구하러 돌아다니고 있는 입장이었다. 철수는 어느 호텔에서 하는 벤처기업 행사장으로 순자를 불러 마치 자신이 그 행사장에 참석해서 중요한 일을 하는 것처럼 보여주었다. 물론 거짓말이었다.

 

철수와는 아무 상관도 없는 호텔 행사장에서 그냥 왔다 갔다 하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말을 걸고 순자는 멀리서 보도록 했던 것이다. 사기꾼들은 이처럼 머리를 써서 피해자를 속인다. 나중에 생각하면 기가 막힐 노릇이지만 당하는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당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순자의 믿음을 산 철수는 결혼을 전제로 성관계를 맺었다. 지방에 있는 피해자인 순자의 부모님들로부터 결혼승낙을 받았다. 철수는 자신의 홀어머니에게 순자를 소개하고 결혼 승낙을 받았다. 결혼식을 올리기로 했다.

 

두 사람은 차분하게 결혼식을 준비해 나갔다. 예식장을 예약하고 청첩장을 인쇄해서 돌리고 신혼여행을 준비하고 웨딩드레스를 맞추었다. 철수는 속으로는 결혼을 할 생각이 전혀 없는 상태였다. 모든 것이 거짓말이었고 자신은 유부남이었기 때문이었다.

 

순자는 아무 것도 모르고 행복한 결혼생활을 꿈꾸며 결혼준비를 하고 있는데, 철수는 속으로 나쁜 마음을 먹고 순자와 결혼준비를 하고 있었다. 얼마나 무서운 일일까? 사람의 속은 모른다. 정말 모르는 일이다.

 

결혼식을 대충 치루고 며칠 있다가 철수는 서울에 올라와서 강도짓을 하다가 검거되었다. 철수는 피해자 병진(남, 45세, 가명)이 장사를 하면서 현금을 많이 가지고 식당에서 집으로 걸어 다닌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범행 준비를 했다. 몇 차례에 걸쳐서 피해자의 뒤를 쫓아다니며 평소 행동방식과 시간 장소 등을 면밀하게 분석해서 준비했다.

 

어느 날 D-day를 잡아 실행에 옮겼다. 피해자의 뒤를 쫓아 가다가 한적한 골목에서 벽돌로 피해자의 머리를 쳐서 쓰러뜨리고 가방을 빼앗아 달아났다. 피해자인 병진은 당시 5천만 원이나 되는 현금은 복대에 넣어 허리에 차고, 겉으로 위장하기 위해 커다란 가방을 들고 다녔다.

 

철수는 이 가방에 돈이 들어 있는 줄 알고 가방을 빼앗아 달아났으나 그 가방에는 옷과 물통이 들어있었을 뿐 돈이 없었다. 피해자는 2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좌측눈썹부위심부열상을 입었다. 철수는 강도상해죄로 구속되었다.

 

경찰서에 면회를 왔던 순자는 경찰관으로부터 철수가 유부남이고 아이까지 있다는 사실과 위와 같이 강도 범행을 해서 구속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얼마나 기가 막혔을까? 사람을 잘못 본 죄는 이처럼 무섭다. 자신의 인생을 망쳐놓은 것이다.

 

철수의 말은 모두 거짓말이었다. 가족들에 대한 사항도 모두 꾸며낸 것이었다. 순자와 결혼하기 위해 자신의 홀어머니라고 만나게 했던 여자도 일당을 주고 고용한 사람들이었다. 결혼과정에 들은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급전을 1천만 원 빌렸고, 빛 독촉을 견디지 못해 서투른 강도 범행을 저지른 것이었다.

 

철수는 강도상해, 사기 등의 죄로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 무엇 때문에 철수는 그냥 조용히 결혼한 부인과 아이를 위해 살지 이처럼 커다란 일을 저질렀을까? 사람의 속은 알 수 없고 행동도 이해하기 어렵다. 순자를 만난 것이 악연이었다. 서로가 만나지 말았어야 했는데 그 만남이 잘못된 것이었다. 이 사건에서 철수와 순자, 그리고 병진의 길을 본다.

 

철수는 자신의 나쁜 길을 선택했다. 남에게 상상도 할 수 없는 피해를 입히면서 오직 자신만을 생각하고 살아갔다. 자신 때문에 한 순진한 여자의 인생이 망가진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전해 개의치 않았다.

 

그 여자는 철수를 만나 행복감을 느끼고 행복해지려고 했다. 자신의 모든 것을 맡기고 한 평생을 살아가려고 마음먹은 여자였다. 그러나 처음부터 속이고 나중에 들통이 나면 그만이라는 생각으로 행동했다. 위선과 거짓말, 위장과 과장은 철수에게 처음부터 끝까지 말과 행동의 전부였다.

 

순자는 어땠을까? 세상을 잘 모르고 모든 것을 믿고 맡겼다가 인생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게 되었다. 시간과 돈을 손해보고 결혼식까지 올리는 망신을 당했다. 주변 사람들에게 바보가 되었다.

 

병진은 무엇일까? 열심히 일을 하고 살다가 우연히 한 남자의 표적이 되어 얼굴에 상처를 입었다. 다행이 치명적인 상처는 아니었지만, 얼마나 심한 충격을 받았을까? 하마터면 목숨까지 잃을 수 있는 일이다. 벽돌로 얼굴을 맞으면 죽기도 한다.

 

세상 사람들은 모두 각자의 길을 간다. 누가 통제를 하지 못한다. 다 자신의 입장에서 자신의 수준에서 생각하고 행동한다. 그에 대한 책임은 지지 않으려고 한다. 철수도 법정에서는 눈물을 흘리며 하소연한다.

 

자신이 잘못 생각하고 범죄를 저질렀고 법을 위반했노라고 반성한 것처럼 변명한다. 급전을 빌렸는데 악덕 사채업자가 갚지 않으면 죽일 것처럼 괴롭혀서 하는 수 없이 강도짓을 했다고 변명한다.

 

강도피해자에게 가족들이 가서 돈도 주지 않고 사정을 해서 받아온 합의서를 법정에 제출한다. 판사로 하여금 전과가 없는 피고인이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판단하고 돌도 지나지 않은 어린 아이의 사진을 보고 불쌍하다고 생각하게끔 만든다.

 

세상을 살면서 주의해야 할 것이 바로 이런 점이다. 사람들은 모두 각자 자신의 입장만을 생각한다는 것이다. 남이야 죽든 말든 신경 쓰지 않는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깊이 고통스러워하지도 않는다.

 

남에게 피해를 준 사실은 잊어버린다. 현재 자신이 받고 있는 고통만이 전 우주를 뒤덮고도 남을 정도의 고통이라고 그에 매달릴 뿐이다.

'사기방지법' 카테고리의 다른 글

피 같은 돈을 사기 당한 여자  (0) 2016.03.05
꽃뱀과 제비족  (0) 2016.03.02
<사기꾼과 여자의 일생>  (0) 2016.02.29
사기꾼의 저질성  (0) 2016.02.29
사기꾼은 어떻게 빠져나가나?   (0) 2016.02.29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