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21)

일일주식회사의 정순탁 사장은 끝까지 버텼다. 자신은 모두 모르는 일이라고 했다. 자금관리는 전무이사가 했고, 자금담당임원들이 한 일이다. 자신은 비자금조성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정현은 시간을 가지고 회사자금의 흐름을 파악해 들어가기 시작했다. 시간이 걸리는 일이었지만, 충분히 밝혀낼 자신이 있었다. 김현식 부장이 제공한 자료를 기초로 해서 관계공무원들의 인적 사항을 파악하고, 증거확보에 나섰다.

정순탁 사장은 하루 아침에 하늘이 노랗게 보였다. 무슨 날벼락인가 싶었다. 밤낮 없이 열심히 회사를 위해 일만 해왔는데 왜 갑자기 검찰에서 자신의 회사를 타겟으로 해서 특별수사를 벌이는지 영문을 알지 못했다. 그리고 검찰에서 어떻게 자신의 회사의 내부사정을 그렇게 속속들이 잘 알고 있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수사가 진행되자 대충 감이 잡혔다. 회사를 그만둔 어떤 사람이 회사 내부사정에 관한 자료를 빼내어 검찰에 제보한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사람이 누구인지는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다. 회사 자금흐름에 대해서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은 김현식 경리부장이었다. 하지만 그는 정 사장의 심복 중의 심복이다. 절대로 그럴 사람이 아니다. 월급도 많이 주고, 수시로 데리고 다니면서 격려해주었다. 다른 사람이 다 배신해도 김현식 부장만큼은 절대로 자신을 배반할 사람이 아니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그렇다면 도대체 누가 투서를 한 것일까?’ 정 사장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김 부장! 도대체 어떻게 해서 이런 수사가 시작되었을까? 감이 잡히는 것이 없나?”

“글쎄요. 전혀 모르겠어요. 몇 달 전에 퇴사한 박 이사 소행이 아닐까요? 박 이사가 나갈 때 불만이 많았고, 우리 회사는 언젠가 망할 거라고 악담까지 했다는 소문이 있었어요.”

“아무튼 김 부장이 잘 알아보고, 이 사건 수사가 마무리될 때까지 직원들과 상의해서 잘 대처해나가게. 내가 후사할 테니.”

“예. 사장님. 최선을 다해 수사를 막겠습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정 사장은 그때부터 하늘이 노랗게 보였다. 정 사장은 건강도 좋지 않은 상태다. 당뇨에 고혈압이 있었고, 의사의 말로는 콜레스테롤도 높고 지방간도 있다고 했다. 술담배를 더 이상 해서는 안 된다는 권고도 받았다. 얼굴도 예전과 달리 검은 색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오후에는 몸이 나른해서 30분씩 안락의자에 누워 쉬어야 했다. 그런데 이런 상태에서 정 사장은 갑자기 검찰수사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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