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⑱

공직사회 내부도 마찬가지다. 라이벌관계에 있는 다른 공무원이 특정 공무원을 물먹게 하기 위해 업자와의 유착관계를 익명으로 투서한다. 그러면 특정 공무원은 검찰의 내사를 받게 되고, 그러다 보면 구속도 되고 파면도 된다. 꼭 그런 결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내사나 수사 받는 것 자체로 치명적인 타격을 받게 되는 것이 공직사회다.

지방자치단체장을 선거로 뽑다 보니 이런 현상도 두드러졌다. 예전과 달리 자치단체장 역시 낙선된 상대방이 있고, 상대 조직원들이 거미줄처럼 퍼져있다. 그러다 보니 부정과 부패사실이 있으면 가차 없이 상대방측에 들어가게 되고, 이런 약점을 이용해서 당선된 자치단체장에 대해 고발하거나 익명으로 제보를 한다.

언론에 보도되는 내용을 보면, 시장이나 군수와 같은 지방자치단체장이 부정부패혐의로 구속되어 재판을 받는 기사가 많이 나온다. 예전과 달리 시장 군수를 정부에서 임명하는 방식이 아니고, 직선제로 선출하다 보니 이런 역학관계에서 비롯된 제보 때문에 검찰에서 구속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시장 군수는 선출직 공무원이기 때문에 대법원에서 유죄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그 직위를 유지할 수 있다. 일반공무원과 다르다. 그래서 시장이나 군수가 구속되어 재판을 받고 있는 동안 시청이나 군청의 공무원들은 구치소에 가서 결재를 받고 업무협의를 해야 하는 실정이다.

검찰 입장에서는 제보자가 중요한 사람이다. 중요한 수사 단서를 제공해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매우 소중하게 대한다. 제보자를 데리고 많은 시간 대화를 나누면서 특정 분야의 부패실상이 어떤지 공부를 한다.

검사도 수사를 해서 사람을 잡아넣기 위해서는 그때그때 필요한 공부를 많이 해야 하고, 연구도 해야 한다. 전문가 도움을 많이 받아야 한다. 그래야 기업범죄, 신종범죄를 수사해서 성과를 낼 수 있다.

정현은 이 사건을 어떻게 하면 수사에 성공할 수 있을까 연구했다. 김현식의 진술과 그가 제출한 자료만으로도 수사단서는 충분하다. 그러나 회사 장부와 비자금이 들어있는 통장을 압수하는 것이 필요했다. 그리고 뇌물죄 부분은 사장이나 회사 관계자들로부터 자백을 받아야 할 사항이었다.

원래 기업체의 비자금 수사는 빠른 시간에 관계 자료를 압수하는 것이 요체다. 그렇지 않으면 기업체에서 비밀장부나 컴퓨터 입력자료 등을 모두 빼돌리고, 증거를 은닉하거나 인멸시키기 때문이다. 일단 회사 자금을 다른 용도에 사용한 부분을 찾아 업무상 횡령죄로 입건해 놓고, 그 다음 그러한 비자금의 사용처를 밝힘으로써 공무원에게 흘러간 뇌물을 찾아내는 것이 수사의 프로세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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