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⑰

일일주식회사는 연매출액이 500억 원이 넘는 적지 않은 회사였다. 김현식의 주장에 의하면, ‘사장은 납품업체로부터 리베이트를 받아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하였다. 그 비자금으로 공무원들에게 뇌물을 주었다. 불법으로 공장을 짓고, 중국에 투자를 하면서 환치기를 했다. 여자 비서를 성폭행한 후 오피스텔까지 얻어주고 첩으로 데리고 있다. 다른 여자 직원들을 많이 데리고 놀았다.’는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사장과 그 부인, 자녀들은 모두 회사 직원이나 거래처 사람들을 완전히 무시하고 갑질을 계속해왔다는 것이다.

김현식은 5년 동안 경리를 맡고 있었기 때문에, 말하자면 사장의 심복이었다. 사장이 믿고 모든 것을 맡겼기 때문에 사장의 사생활을 상세하게 알 수 있었다. 회사에서 비자금을 조성한 것이라든가, 공무원들과 만나서 술을 마시거나 돈을 건네준 사실에 대해서도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

정현은 김현식에 대해 일단 참고인진술조서를 받았다. 가급적 상세하게 그가 알고 있는 사항에 대해 조서로서 정리했다. 그가 가지고 있는 자료를 물어보았다. 김현식이 회사 업무를 담당하면서 5년 동안 자신의 컴퓨터에 기록해 놓았던 자료가 있었다. 회사 비밀장부를 복사해서 사본을 가지고 있었다. 나머지는 뇌물을 받은 공무원의 인적 사항 등이었다.

“검사님! 제가 제보를 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절대로 비밀로 해주세요.”

“물론이지요. 제보자에 대해서는 비밀을 보장합니다. 걱정하지 말아요.”

무려 5시간 가까이 김현식에 대해 기초적인 사항을 확인한 다음 일단 돌려보냈다. 보고서를 작성한 후 부장실로 갔다. 정현은 부장에게 제보 받은 내용을 보고하고 수사에 착수하겠다고 했다. 부장은 기다리라고 했다. 내부적으로 상급자에게 보고한 다음 방침을 알려주겠다고 했다.

특별수사는 대체로 이런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다른 사람의 범죄에 대해 상세한 내용을 알고 있는 내부자의 협조에 의해 수사 단서가 포착된다. 내부자는 이런 저런 이유로 회사에 대해 불만을 품고 비리를 수사기관에 제보한다. 공식적으로 이름을 내놓고 고발장이나 진정서를 내기는 곤란하므로 직접 찾아와 제보하는 방식을 택한다.

실제로 다른 사람의 범죄사실이나 비리를 알고 있다고 해도 직접적인 피해자가 아니면 굳이 시간과 에너지를 사용하면서 검사를 찾아가 제보를 하지 않는다. 귀찮은 일이기도 하지만, 위험한 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앙심을 품고 있거나 원한이 서려 있는 사람들은 그 상대방에 대한 응징을 하기 위하여 법을 이용한다. 이때 어설프게 해서는 상대방이 빠져나가기 때문에, 특별수사부 검사를 찾아가는 것이다. 상급관청에 고소장이나 진정서를 내는 방식을 사용하기도 한다. 그래서 항상 청와대나 법무부, 대검찰청, 경찰청 등에는 익명의 진정서가 밀려들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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