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37)
철수도 평소 여자를 좋아하는 타입이었다. 밖에 나가면 외간 여자들에게 친절하게 대해주고, 노래를 좋아해서 노래방에도 많이 다녔다. 그래서 노래뱡에서 만난 도우미 언니들과 여러 차례 연애를 했다.
철수는 그때마다 도우미에게 돈을 주고 성관계를 했다. 그런 일이 여러 차례 경희에게 알려졌다. 하지만 경희는 그런 문제에 대해 아주 심각하게 따지지 않았다. 남자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경희 아버지도 늘 바람을 피우면서 살았다. 경희 어머니와 그런 문제 때문에 늘 싸웠지만, 그래로 경희 어머니가 모든 걸 이해하고 참고 넘어갔다.
경희 아버지도 바람을 피웠지만, 밖에서 아이는 낳지 않았고, 내놓고 두집 살림도 하지 않았다. 가정은 가정대로 열심히 유지해 나가고 있었기 때문에, 경희 어머니도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던 것이고, 경희 역시 아버지가 바람을 피워도 큰 피해는 없다고 여겼다.
그런 환경에서 자란 경희 역시 어머니의 영향을 받았던지, 남편인 철수가 외도를 해도 치명적인 상황만 안 만들면, 그냥 넘어가곤 했다
경희는 자신이 물론 유부녀로서 바람을 피다가 현장에서 남편에게 적발되었다고는 하지만, 남편인 철수도 혼외정사를 한 적이 있는데, 이번에 경희에 대해서만 아주 엄격하게 따지고 문도 열어주지 않는다는 것에 대해 서운한 마음이 솟구쳤다.
경희에게는 남편이 너무 무서워졌고, 지금까지 헌신적으로 살아왔던 자신의 인생이 비참해졌다. 남편에 대한 만정이 떨어져 버렸다. 사람은 누구나 마찬가지다.
자신이 잘못한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그에 대한 상대의 태도, 특히 남편의 태도에 대해서는 또 다른 시각에서 비판하고 불만을 가진다.
사실 부부는 남남이 만나 가정을 이루고 살아가는 관계다. 피가 통하지 않았기 때문에 좋을 때 좋은 것이지, 관계가 나빠지고 악화되면 남 보다 더 무섭고, 더 냉정해지고, 더 가혹하게 공격을 할 소지가 있다.
그래서 치정범죄의 경우에는 일반 폭력범죄보다 더 가혹하게 아내를 살해하거나 폭행을 가한다. 일반 강도살인범죄는 한 두 번 칼로 찔러 죽으면 끝을 낸다. 그리고 물건을 가지고 도망간다.
하지만 아내를 살해하는 남편은 아예 사체를 난도질한다. 그것이 치정범죄의 잔혹성이다. 특히 변심한 애인을 상대로 하는 폭력은 잔인하다. 얼굴에 염산을 뿌리거나, 코를 면도칼로 베어버리는 경우, 심지어 남자의 성기를 절단하는 등의 잔인한 범죄는 바로 남녀 사이의 원한과 증오심에서 유래하는 잔혹함이다.
경희는 지금 지구상에서 아무 곳에도 갈 수 없는 외로운 별의 신세가 되었다. 그처럼 좁게 느껴졌던 서울이 막상 이렇게 되니 그렇게 넓고 황량한 사막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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