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32)

 

낙태는 살인이다. 내가 돈을 받고 낙태를 하면 살인행위를 저지르는 것이다. 살아있는 생명을 죽여서는 안 된다.’ 은영은 친구들에게 말했다. “절대로 낙태는 없어. 아이를 낳아서 잘 기를 거야. 명훈씨가 결혼을 하지 않아도 좋아. 내 인생은 내가 책임져야 하니까.”

 

은영과 헤어지고 나서 정자는 곧 오래 전부터 알고 지냈던 성균을 만났다. 성균은 고등학교 다닐 때부터 싸움을 잘해 깡패생활을 했다. 깡패생활이란 사실 특별한 것도 아니다. 공부는 하지 않고 건달처럼 돌아다니다가 싸움이나 하고, 남에게 힘으로써 과시하고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생활을 말한다. 겉으로 봐서는 근육직의 몸매도 좋고, 얼굴도 괜찮고, 성격상 화끈해서 의리도 있는 것 같지만, 남자 사회에서는 머리로 사는 거지, 근육으로 사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별로 대우를 받지 못한다.

 

성균이 그렇다고 아주 큰 폭력조직에 속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성균은 운동도 잘 하고 체격이 크고 인상이 험상궂게 생겼다.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존재였다. 그래서 감방에도 한 번 갔다 왔다. 성균이 감방에 갔던 이유는, 어떤 건달이 성균의 애인을 건드렸기 때문에 참지 못하고, 그 건달의 다리를 부러뜨렸기 때문이었다.

 

성균은 무술을 배웠다. 검도도 하고, 태권도도 했다. 심지어 복싱도 1년간 했다. 그래서 성균은 자신의 애인을 건드린 건달을 크게 때리지는 않고, 단지 왼쪽 다리만 부러뜨리는 정도의 가벼운 상해를 가했던 것이다. 하지만 다리가 부러진 상대는 결코 가벼운 상처가 아니었다.

 

그 건달은 결혼날짜까지 잡아놓고, 예식장도 예약해 놓았는데, 결혼식 일주일 전에 성균에 의해 다리가 부러져서 하는 수 없이 결혼식을 연기하게 되었다. 이 때문에 상해진단은 겨우 4주밖에 나지 않았고, 흉기나 위험한 물건으로 상해를 가한 것도 아닌데, 어떤 젊은 검사가 성균에 대해 직접 구속영장을 청구해서 구속되었다가 무려 3개월 동안 감방에 가있었던 것이다.

 

그 검사는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성균에게 말했다. “아무리 기분 나빠도, 결혼식도 못하게 남의 다리를 부러뜨린다는 건 죄질이 나쁜 거야!”

 

그래서 성균은 그 검사에게 대답했다. “검사님! 그 친구는 제 애인을 저 몰래 건드렸습니다. 그런 나쁜 사람을 가만둘 수 없지 않습니까?”

 

그랬더니 검사는 화를 냈다. “피의자 애인이 먼저 수작을 걸어서 하는 수 없이 그 친구가 건드렸다고 하지 않아요?”

 

아닙니다. 제 애인이 먼저 그런 것이 아니라, 그 친구가 제 애인에게 술을 먹이고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제가 참지 못하고 혼을 내준다고 했던 것이 그만 그 친구 다리가 워낙 약해서 골절이 된 겁니다. 그 친구는 맨날 술만 먹고 운동을 싫어하고 계집질이나 하고 돌아다니니까 다리가 부러졌지, 저는 가볍게 한번 찬 것밖에 없습니다. 정말 억울합니다.”

 

그러나 검사는 성균의 변명을 귀담아듣지 않으려했다. 그건 보나마나 성균의 운동으로 다져진 체격과 딱벌어진 어깨, 그리고 얼굴에서 풍겨나오는 고약한 이미지 때문이었을 것이다. 성균은 감방에 있는 동안, 배신한 애인을 어떻게 해야 좋을까 하는 생각 때문에 잠을 못잔 날이 꽤많았다. 하지만 감방에서 나올 때쯤에는 이상하게 애인이 얼굴도 잘 떠오르지 않았다.

 

그 후 성균은 다행이 돈 많은 이혼녀를 애인으로 만들었고, 그 여자의 돈으로 노래방을 차려서 지금은 제법 살만해졌다. 정자와 한때 연애를 했었는데, 정자가 마음 잡고 결혼하자, 진정으로 정자가 잘 살기를 바랬다.

 

정자가 결혼생활에서도 속상한 일이 있으면 만나서 술을 사주면서 위로해주고, 참고 살라고 도닥거려주었다. 정자는 성균에게 지금 벌어지고 있는 박기사의 문제에 대해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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