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34)

 

성균은 박 기사를 실컷 두들켜 팬 다음 이틀 후에 정자를 만났다. 정자는 은영도 데리고 나왔다. 은영의 배는 이제는 표가 날 정도로 나와 있었다. 성균은 박 기사를 만나서 앞으로는 은영의 문제에 끼지 말라고 겁을 주었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니까 아무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정자는 고맙다고 하면서, 성균에게 돈을 30만원 주었다.

 

성균은 정자로부터 그 돈을 받은 다음, 이 돈으로 같이 가서 식사나 하자고 했다. 세 사람은 저녁을 먹으러 돼지갈비집으로 갔다. 군자동 먹자골먹에는 사람들이 많이 붐비고 있었다.

 

정자는 그 자리에서 은영이 지금까지 살아온 이야기며, 명훈을 만나 사랑하게 된 이야기, 그리고 명훈을 진심으로 사랑하기 때문에 명훈의 아이를 꼭 낳고 싶다는 이야기, 명훈이는 아직 어리기 때문에 세상을 잘 몰라서 저러고 있고, 실제로는 은영과 결혼하고 싶어한다는 이야기, 박 기사가 가운데서 돈을 뜯어먹으려고 장난을 치고 있다는 이야기를 소상하게 했다. 그러는 동안 은영은 계속해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성균은 감동했다. ‘아 저렇게 어려운 환경에서 고생하고 살면서 한 남자를 사랑하고 아이를 가지고 있으니 그것이 진정한 사랑이고, 여자의 마음이구나!’라고 생각했다.

 

정자는 그 자리에서 혼자 흥분하여 술을 많이 마셨다. 그러면서 성균에게도 술을 권했다. 성균은 차를 가지고 왔다면서 사양했다. 한 두 번은 사양했지만, 여자들이 너무 센치한 분위기를 만들고, 나중에는 은영까지 술을 마시는 것을 보고 성균도 소주를 받아마셨다. 소주를 한 병 가까이 마셨다.

 

세 사람은 술을 마시면서 또 다시 세상 살아가는 것이 힘들다고 이구동성으로 한탄을 했다. 그러면서 세 사람은 힘을 합해서 은영을 도와주기로 했다. 은영이 명훈과 결혼하는 그 날까지 세 사람은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식당에서 성균은 카카오로 대리기사를 불렀다. 현재 혼자 살고 있는 오피스텔로 주소를 찍었다. 그 오피스텔은 이사간 지 보름밖에 되지 않았다. 대리요금을 결제하고, 성균은 혼자서 대리기사가 운전하는 자신의 소나타 차량을 타고 갔다. 그런데 대리기사가 목적지라고 내려준 곳은 성균의 오피스텔이 아니었다.

 

그 오피스텔을 분양할 때 주소지로 등록되어 있던 오피스텔 모델하우스가 있던 지점이었다. 성균이 지금 입주해 있는 오피스텔과는 많이 떨어진 곳이었다. 성균이 자신이 가고자 하는 목적지가 아니라고 하면서 오피스텔의 주소지를 다시 알려주자, 대리기사는 카카오대리운전은 그렇게 할 수 없다고 하면서, 차에서 내려 그냥 가버렸다.

 

성균은 술을 마신 상태에서 대리기사와 시비를 하기가 싫어서 다시 카카오 아닌 일반 대리운전 회사로 전화를 했다. 그랬더니 대로에서 들어와 있는 상태여서 찾아오기가 어렵다는 취지였다. 그래서 성균은 큰 길로 나가서 대리기사를 부르려고 큰 길까지 직접 운전하고 나갔다. 큰 길로 나가서 대로변에 차를 세워놓으려고 했는데, 마침 그 곳에서 음주단속을 하고 있었다.

 

순간 성균은 가슴이 철석 가라앉았다. 최근에 윤창호법 때문에 음주단속이 심하고, 음주운전을 하다 걸리면 무겁게 처벌된다는 사실을 TV에서 자주 보았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성균은 5년 전과 3년 전에도 두 차례에 걸려 단순음주운전으로 입건되어 벌금을 낸 사실이 있었다. 말하자면 음주운전 전과가 두 번 있는 셈이었다. 이번이 세 번째가 되므로 법에서 말하는 이른바 ‘삼진아웃’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경찰관은 성균에게 불라고 했다. 성균은 세게 불지 않고 약하게 불었다. 그랬더니 경찰관은 성균에게 차를 옆으로 빼서 대고 내리라고 했다. 순찰차도 있었기 때문에 그냥 도망칠 수도 없었다. 사람들은 이런 상황에서 순간적으로 도주하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도망갔다가는 붙잡히게 되고, 더 큰 처벌을 받게 된다. 성균은 도망갈 생각을 포기하고 차에서 내려 순순히 음주측정에 응했다. 0.095가 나왔다. 이 정도면 면허정지에 해당하는 수치지만, 성균의 경우는 3진아웃에 걸려 면허취소사유가 된다.

 

성균은 가까운 지구대로 가서 단속에 대한 확인서를 작성했다. 며칠 지나지 않아 경찰서에서 연락이 왔다. 출석해서 조사를 받으라는 취지였다. 성균은 겁이 나서 하는 수 없이 변호사를 선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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