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256)
그런 일이 있은 후 엘리스는 연애를 하던 최순철 사장과 연락을 하지 않고 5개월이 지났다. 그러면서 카페를 열심히 운영했다. 대학교 앞에 있는 ‘8시의 햇살’ 카페는 독특한 이미지 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자리를 잡았다.
서양화를 전공한 미모의 젊은 사장이 운영한다는 소문이 퍼지자, 그 대학의 젊은 교수들과 학생들, 그리고 졸업한 음대생과 미대생들이 단골로 다니기 시작했다. 손님이 많아지자, 엘리스는 아이디어를 냈다.
그 대학교 미대 졸업생에 대해서는 100% 무료로 해줬다. 다만, 졸업증명서를 사전에 확인해야 무료회원으로 등록을 해주었다.
그러자 공짜로 와서 커피를 마신 미대 졸업생들이 양심이 있어 가만 있을 수 없다고 해서 하나 둘씩 자신들이 그린 그림을 엘리스에게 기부했다. 그래서 카페는 많은 그림들이 걸리기 시작했고, 마치 화랑처럼 꾸며졌다.
더군다나 카페가 있는 대학교 출신 미대생들의 그림만으로 꾸며졌기 때문에 더 가치가 있었다. 과거를 잊고 다시 행복을 찾아가고 있는 엘리스에게 어느 날 내용증명이 왔다.
지난 번 찾아왔던 최순철 사장의 부인이라는 여자가 보낸 통지서였다. ‘자신은 최순철 사장의 부인이다.
지난 번 엘리스가 자신에게 더 이상 최순철을 만나지 않겠다고 각서를 써주었다. 그런데 그 약속을 위반하여 엘리스가 최순철을 만났기 때문에 각서대로 아파트 전세금과 커피숍을 최순철의 부인인 자신에게 돌려달라.’는 취지였다.
엘리스는 기가 막혔다. 자신은 그 부인에게 각서를 써준 다음, 지금까지 최순철에게 전화를 한 일도 없고, 더군다나 만난 사실은 전혀 없었다.
그 이유는 그때 마침 최순철과 사이도 소원해졌고, 나이 먹은 영감을 만나서 잠자리를 해주는 것도 싫어졌지만, 엘리스가 먼저 그만 만나자고 하면 최 사장이 자신이 해준 아파트 전세나 카페를 모도 내놓으라고 할까 봐 걱정이 되었던 것인데, 그 부인이 나타나서 앞으로만 만나지 않으면 된다고 해서 행이라고 생각하고 지냈던 것이다.
그후 최 사장으로부터 일체 연락이 없었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궁금하기도 했다. 그런데 갑자기 그 부인으로부터 이런 내용증명을 받게 된 것이었다. 엘리스는 급한 마음에 무작정 변호사 사무실을 찾아갔다.
강석흥 변호사는 젊은 사람이었다. 서른 다섯이었다. 엘리스의 설명을 듣더니 아무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자신이 다 막아주겠다고 했다.
엘리스는 생애 처음으로 만난 변호사였다. 그전까지는 TV에서나 변호사를 보았지 직접 본 적은 없었다. 자신이 운영하는 카페에서도 변호사가 손님으로 온 적은 없었다.
그동안 오래 다녔던 교회에도 변호사가 신자로 있다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다. 너무 신뢰가 갔기 때문에 엘리스는 500만원의 착수금을 주고 사건을 강 변호사에게 맡겼다.
변호사를 선임은 했지만, 법을 전혀 모르는 엘리스로서는 답답해서 미칠 지경이었다. 잘못하면 아파트도 뺏기고, 카페도 뺏길 수 있다는 생각에 잠을 자지 못했다.
그렇다고 엘리스가 먼저 최 사장에게 전화를 해서 무슨 일이냐고 물어볼 수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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