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272)

 

조문세 경사는 옥경으로부터 여러 차례에 걸쳐서 옥경 아버지가 얼마나 억울하게 죽었는지, 그리고 이금화가 거액의 보험금을 편취하기 위해 계획적으로 아버지를 죽음으로 몰고갔는지 설명을 들었기 때문에 스스로 자기 확신에 빠졌다.

 

그래서 이 사건을 끝까지 파헤쳐서 옥경 아버지의 의문의 죽음을 밝히고 싶었다. 조문세 경사는 그래서 자신의 동료인 박팽달 경사에게 이 사건을 맡아서 철저하게 밝혀달라고 부탁했다. 박 경사는 그동안 내사한 자료를 가지고 이금화를 소환했다.

 

피의자 이금화씨는 나이가 어떻게 되나요?”
“55살입니다.”

김분석씨가 운전하던 차에 타고 있다가 교통사고를 당했지요? 그 경위를 설명해 주실까요?”

 

사고 당일 김분석씨가 운전하던 차 조수석에 타고 있었는데, 저는 피곤해서 잠을 자고 있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꽝하는 소리가 벼락같이 치더니 길가에 서있던 트럭을 박고 저는 잠시 의식을 잃었다가 깨어났고, 119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갔던 것입니다. 어떻게 해서 사고가 났는지 저는 전혀 모릅니다. 그 전날 용평에서 김분석은 술을 많이 마시고, 호텔에서 같이 잠을 잤습니다. 그 다음 날 또 스키를 타고 저녁에 돌아오다가 사고가 난 것인데, 아마도 김분석이 며칠 동안 과로를 해서 사고 당시 졸음운전으로 트럭을 보지 못하고 충격한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이금화가 이렇게 부인을 하자, 박 경사는 더 이상 추궁할 방법이 없었다. 당시 승용차 안에 블랙박스가 작동된 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사고 당시 이금화가 어떤 상황에 있었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다만, 박 경사는 여러 가지 탐문수사를 통해서 사고가 난 날로부터 일주일전에 조수석의 에어백을 수리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래서 이금화가 타고 있던 조수석의 에어백이 제대로 터져서 크게 다치는 것을 막았다.

 

하지만 김분석이 타고 있던 운전석의 에어백은 터지지 않았다. 그래서 김분석은 즉사했던 것이다.

 

사고 일주일 전에 조수석의 에어백을 수리했다고 하는데 어떻게 된 것인가요?”

그건 저는 모르는 일입니다. 김분석이 수시로 차를 점검하러 다닌 것만 알고 있을 뿐입니다.”

 

혹시 사고 직전에 차 안에서 두 사람은 말다툼을 한 사실이 있었나요?”
아니요. 전혀 없었습니다. 우리는 서로 싸운 사실이 없습니다. 사이 좋게 같이 스키를 타고 돌아오던 길이었습니다.”

 

'작은 운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작은 운명 (274)  (0) 2019.08.22
작은 운명 (273)  (0) 2019.08.20
작은 운명 (271)  (0) 2019.08.15
작은 운명 (270)  (0) 2019.08.08
작은 운명 (269)  (0) 2019.08.06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