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273)

 

피의자 이금화는 김분석이 가입한 생명보험에서 김분석이 사망할 경우 보험금을 이금화가 타는 것으로 하는 내용으로 보험에 여러 개 가입해서, 피의자는 거액의 보험금을 수령한 사실이 있지요?”


. 그런 사실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김분석이 자진해서 생명보험에 가입하면서 저를 보험수익자로 지정해주었던 것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가 보험금을 적법하게 수령한 것입니다.”

 

이금화가 김분석의 사망으로 인한 보험금을 타게 된 경위는 이런 것이었다. 이금화는 수사관에게 생명보험과 관련된 의혹을 상세하게 설명해 주었다.

 

이금화의 아버지는 노름꾼이었다. 술을 좋아하고, 여자를 좋아했다. 아버지는 할아버지가 물려준 재산을 몇 년 동안에 모두 탕진했다. 그래서 금화의 어머니가 고생을 많이 했다.

 

금화의 어머니는 보험회사에 다녔다. 그래서 생명보험에 관해 연구를 많이 했다. 어머니는 남편이 하는 행색으로 봐서 오래 살 것 같지 않았다. 건강은 타고 났지만, 매일 술을 마시고, 색을 밝히고, 게다가 화투까지 좋아해서 수시로 며칠씩 밤을 새우니 아무리 건강한 사람이라고 해도 오래 살 것 같지는 않았다.

 

그래서 어려운 형편이지만 아버지를 피보험자로 하고, 보험수익자는 어머니 앞으로 해서 생명보험을 몇 개 들었다. 그리고 어렵지만 보험료를 제대로 불입했다.

 

몇 년 있다가 아버지는 간암과 위암이 겹쳐서 돌아가셨다. 이 때문에 어머니는 생명보험금을 타서 작은 식당을 차렸다. 덕분에 경제적으로 고생은 면했다. 금화도 이런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서 일찍부터 생명보험에 많은 관심을 가졌다.

 

그런데 생명보험의 요체는 피보험자가 일찍 죽어야 도움이 되는 것이다. 생명보험을 들고 일찍 죽기를 바랬는데, 피보험자가 자신의 건강에 온갖 신경을 쓰고, 위험한 곳에 가지 않고, 몸에 좋은 것만 챙겨먹어서 90세를 넘기고도 아직도 청춘이라고 떠들고 다니면 보험료만 열심히 내고 있는 사람은 머리가 돌게 된다.

 

그러면서 생명보험제도를 고안해서 세상에 내놓은 보험전문가를 찾아가서 항의를 하든가, 그의 생명을 노릴지 모른다.

 

그래서 금화는 결혼한 남편의 사주팔자와 관상을 보러다녔다. 물론 결혼 초기에는 눈에 콩깍지가 씌워져서 남편이 오래 오래 같이 살아 행복하기를 바랬지만, 결혼하고 15년이 지난 다음부터는 남편이 굳이 오래 살아봤자 좋을 것은 없는 때가 되었다.

 

그래서 금화는 유명한 역학자에게 남편을 데리고 가서 개인정보를 알려준 다음 나중에 따로 혼자 찿아가서 남편의 수명에 관한 예측을 상세하게 물어보았다. 역학자는 금화의 내심의 의사는 전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에 편하게 말했다.

 

큰일 났네. 자네 사주팔자가 아빠를 잡아먹는 형상이야. 자네는 5년 이내에 과부가 될 거야. 얼굴에 씌여있어. 어떻하지 불쌍해서. 혼자 되면 여자는 세상 살기가 힘들텐데. 이걸 막으려면 부적을 잠잘 때 베개 속에 넣고 자야 해.”

그런 부적은 비싼가요?”

 

. 돈 좀 들어. 아무려면 사람의 생명을 연장시키는 건데, 굉장히 정교하게 만들어야 해.”

. 생각 좀 해볼게요.”

 

금화는 돌아와서 그 역학자가 너무 고맙게 생각이 들었다. 만일 금화의 남편이 100세를 넘겨서 장수축하금까지 관내 시장으로부터 받게 되는 날이면 금화로서는 망하는 신세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남편은 단명의 운명을 타고난 것이었다.

 

금화는 남편이 일찍 죽으면 자식들과 살아야 하기 때문에 하는 수 없었다. 남편을 설득해서 생명보험에 가입했다. 그리고 무리하게 대출까지 받아서 보험료를 납부했다.

 

역학자의 말을 믿고 역학자가 제시한 5년의 기간을 고려해서 사주를 본 날로부터 46개월이 지난 날, 남편을 피보험자로 하고, 보험수익자를 금화로 하는 생명보험을 들었다.

 

남편은 금화의 말을 듣고, 너무 착해서 혹시 불의의 사고를 당하는 경우까지 고려해서 자식들과 열심히 산다고 생각을 해서 감동의 눈물까지 흘렸다.

 

남편은 결혼한 후 처음으로 금화를 업어주기까지 했고, 두 사람은 사후세계에서도 영원한 부부가 되자고 다짐하는 의식을 거행했다. 그리고 소주를 사다가, 남편은 다섯 병, 금화는 두 병을 마시고 진한 잠자리를 치뤘다.

 

금화도 너무 황홀한 나머지, 자신이 남편과 지옥세계에 와있는 것인지, 천국에서 놀고 있는 것인지 구별이 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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