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275)

 

박 사장의 부인 이금화의 입장은 참으로 묘했다. 금화는 자신의 남편인 박 사장이 신체적으로 건강한 편이었지만, 혹시나 싶어서 용한 사주역학자에게 같이 가서 사업운 등을 물어보면서 수명이 얼마나 될까 참고로 알아본 것이다.

 

그런데 의외로 박 사장이 단명할 팔자로 뚜렷이 나와있다고 해서 그렇게 되면 남편이 일찍 죽을 경우 남은 가족이라도 먹고 살아야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에서 박 사장을 설득시켜 생명보험을 급하게 들었던 것이다.

 

당시 박 사장은 부인인 금화가 자신의 책임 하에 생명보험을 들겠다고 하고, 모든 보험료도 금화가 알아서 내겠다고 하니까, 별 생각 없이 보험에 가입했다. 그리고 보험수익자를 부인인 금화로 해주었다.

 

그리고 박 사장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췌장암 판정을 받고, 병원에 입원해 있다가 사망했다. 보험회사 입장에서도 박 사장이 보험에 가입할 당시 신체검사, 건강검진을 철저하게 해서 아무 이상이 없었기 때문에 생명보험가입을 승인했던 것인데, 보험에 가입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급성췌장암 판정을 받고 몇 달 있다가 사망하니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보험사기라고 단정할 만한 자료는 아무 것도 없었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거액의 보험금을 지급할 수밖에 없었다.

 

금화는 보험금을 수령하고 난 다음 곧 바로 그 용하다는 사주역학자를 찾아갔다. 금화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밝은 표정으로 사주역학자에게 물어보았다.

 

“제 남편 건강이 좋지 않은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리고 제 사주는 어때요? 좀 자세하게 봐주세요.”

 

사주역학자는 금화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금화는 그 무서운 눈빛을 오래 견딜 수 없어 고개를 숙였다. 10분 정도 사주역학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다가 말을 꺼냈다.

 

“사모님 남편 사주는 더 이상 나오지 않아요. 무슨 사고를 당한 것 같아요. 남편은 없는 것으로 생각하고 혼자 열심히 살아야 해요. 그리고 사모님 사주는 젊은 남자가 생길 것 같아요. 그런데 그 남자는 사모님에게 해를 끼칠 사람이니까 조심하는 게 좋아요.”

 

무서운 일이었다. 사주역학자는 금화의 남편이 더 이상 살아있지 않다는 사실, 뒤집어 말하면 죽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금화에게 젊은 남자가 생긴다고 하니까 그것을 믿을 수도 없고, 믿지 않을 수도 없었다.

 

금화는 사주역학자의 말을 들으니, 옥경 아버지와는 인연이 오래 갈 것 같지 않았다. 그래서 그런지 금화는 자신의 남편이 병으로 죽고, 옥경 아버지가 완전히 골프연습장을 차지하게 되는 것도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대놓고 옥경 아버지와 관계를 정리하자고 하든가, 골프연습장 문제를 꺼냈다가는 불리할 것 같아 일단 시간을 가지고 차분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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