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276)

 

금화는 자신의 남편 사망으로 인한 보험금수령사실을 옥경 아버지에게는 말하지 않았다. 금화는 옥경 아버지를 더욱 사랑하는 것처럼 달라붙었다. 그리고 옥경 아버지와 같이 사주역학가를 찾아갔다.

 

역학가에게는 애인이라고 하지 않고, 친척이라고 했다. 옥경 아버지가 부부 사이가 나빠서 골치 아픈데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고 물었다.

 

“당신은 부인과는 껍데기로 살고 있구먼. 안 됐네. 근데 당신에게는 지금 부인이 최고야. 다른 여자 만나야 이용만 당하고, 제 명도 못 살아.”

금화는 귀가 번쩍 뛰었다. ‘제 명에 못 살다니! 아니 그럼, 이 사람도 오래 살지 못하는 운인가?’

 

금화는 며칠 후에 다시 그 역학가를 찾아가서 물었다.

“도사님! 그럼 저희 친척 오빠가 명이 짧다는 말인가요?”

“명이 얼마나 되는지는 정확하게 나오지 않아. 다만, 이 사람은 금년에 먼길을 다니지 않는게 좋아. 바위 같은 딱딱한 곳에 부딛혀 크게 다칠 운세가 나와. 그걸 막으려면 부적을 해서 가지고 다녀야하는 데. 그 사람 얼굴에 남의 말은 전혀 듣지 않는다고 써있어. 그러니까 남의 일에 참견하지 말고, 내버려 둬. 아니면, 그냥 지나가는 말로 귀뜸이나 해주던가.”

 

금화는 옥경 아버지에게 역학자의 말을 전해주었다.

“나도 미신을 안 믿는 건 아니지만, 그 사람 별로 실력 없어 보여. 그런 엉터리 말을 믿고 돈을 들여 부적을 하고 다니는 건 어리석은 거야. 내가 왜 바위에 부딛혀. 등산을 좋아하지도 않는데. 나는 골프장 이외는 바위 있는 곳을 가지 않는 사람이야.”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부적을 하는게 어때요? 그리고 이 참에 생명보험을 들어놓으세요. 돈이 아까우면 내가 보험료를 내줄테니까, 그 대신 보험수익자를 나로 해줘요.”

“그건 마음대로 해. 내가 돈을 내지 않으면 아무 상관 없어.”

 

그래서 금화는 옥경 아버지로 하여금 생명보험에 가입하도록 했다. 그리고 보험수익자를 금화로 하고, 보험료는 금화가 매달 지급했다.

 

박 경사는 금화에 대해 생명보험에 가입한 경위, 보험계약서에 옥경 아버지가 자필로 서명한 부분, 보험계약을 체결한 보험설계사 등을 상세하게 조사했으나, 금화의 변명 이외에 달리 범죄혐의를 입증할 증거를 찾지 못했다. 그래서 결국 금화에 대한 수사는 무혐의로 종결되었다.

 

옥경은 너무 억울했다. 법을 믿을 수 없었다. ‘도대체 이런 법이 있나! 이금화는 분명히 아빠로 하여금 생명보험에 들게하고, 보험료도 아빠가 낸 것이고, 이금화가 교통사고를 일으켜 아빠를 사망케 하고, 거액의 보험금을 타먹었는데, 아무 죄가 되지 않는다니!’

 

옥경과 옥경 어머니는 수사를 담당했던 박 경사가 분명히 금화에게 매수되었거나, 금화가 빽을 써서 상급자가 압력을 넣어서 무혐의종결처리한 것으로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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