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53)

 

민첩 아버지는 당분간 정력을 증강시키는 일에 집중했다. 남자의 정력이란 사실 그렇게 중요한 것이 아닌데, 민첩 아버지가 오직 정력에만 신경을 쓴 이유는 본인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것은 민첩 아버지가 한번 한다면 꼭 하고야 마는 성격인데다가 다른 남자들에 대한 콤플렉스를 육체적인 파워, 그것도 성적 파워로서 극복하려고 했던 잘못된 생각때문이었다.

 

민첩 아버지는 어떻게 살아야 옳은 것인지에 대해 깊이 생각할 기회가 없었다. 매우 단순한 생각으로, 인생에 있어서 남녀간의 사랑, 그것도 섹스가 가장 중요하다고 믿었다.

 

그래서 장관이거나 재벌이든, 국회의원이든, 성직자라도 남자가 연애를 제대로 못하고 멋있는 사랑을 못하고 돈이나 벌고 출세나 하는 것은 불쌍한 인생이라고 단정을 하고 있었다.

 

민첩 아버지는 돈은 비교적 잘 벌고 있었기 때문에, 정력에 좋다는 사슴피를 먹으러 다니고, 인삼이나 녹용을 지어서 먹었다.

 

한번은 강원도 깊은 산속에서 어느 유명한 심마니가 입동 전날 캤다고 하는 아랫도리가 통통하고 여체처럼 생긴 도삼(都蔘)을 무려 천만원을 주고 샀다. 심마니 이야기로는 그 산삼만 먹으면 전혀 큰병을 앓지 않고 100세까지 거뜬히 산다고 했다.

 

민첩 아버지는 그 산삼을 비닐봉투에 담아 냉장고에 넣어두었는데, 민첩 어머니가 그것을 산더덕으로 생각하고 더덕무칠 때 같이 무쳐서 민첩 어머니가 혼자서 다 먹어버렸다. 민첩 아버지는 기가 막혔다.

 

아니 그 비싼 산삼을 혼자 먹어버리다니, 너무 한 것 아니야?”

산삼은 모두 가짜예요. 이제 진짜 산삼은 없다고 해요. 산짐승들이 요새는 심마니들이 산삼을 캐기 전에 모두 다 먹어버린다고 해요. 산짐승들이 산삼 좋은 것을 알게되었다고 해요. 그리고 당신 산삼 먹고 정력 세어지면 또 나쁜 짓 하게 될건데, 내가 잘 먹어버렸어요. 앞으로는 정력에 좋은 음식은 먹지 않도록 해요. 오히려 정력에 나쁘다는 고사리 같은 것을 먹어요.”

 

고사리는 정력에 나쁘대?”

그럼요. 옛날에 절에 스님들이 정력을 감퇴시키기 위해서 고사리를 많이 먹었다고 하는 속설이 있어요.”

앞으로 도라지는 절대 먹지 않을 거야.”

 

아무튼 민첩 아버지는 이렇게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정력을 증강시키는 사업에 매진했다. 그런데 그렇게 1년 반쯤 지났을 때, 정말 놀라운 효능이 나타났다.

 

구청에서 운영하는 체육시설에 다니나가 우연히 만난 윤정과 연애를 했다. 윤정은 이혼하고 혼자 사는 여자로서 수영을 오래 했다. 민첩 아버지는 윤정의 몸매에 빠져 윤정을 꼬시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마침내 어느 날 민첩 아버지는 윤정과 야외로 드라이브를 나갔다가 같이 술을 마시고 모텔에 들어갔다. 강변이 보이는 모텔방의 분위기는 멋이 있었다. 윤정도 민첩 아버지가 싫지 않았다.

 

두 사람은 편안한 분위기에서 정사를 벌었는데, 일을 마치고 시계를 보니 무려 세 시간 동안이나 정신 없이 탐닉을 했던 것이다. 윤정도 솔직하게 말하는데, 지금까지 만났던 남자 중에서 생애 최고의 남자였다고 고백했다.

 

민첩 아버니는 42킬로 마라톤 경주에서 세계 참피온이 된 것같은 기분이었다. 지금까지 정력이 약한 허약한 남자라는 콤플렉스에서 벗어난 것이었다.

 

권투로 따지면 라이트급에서 비실비실대던 선수가 어느 날 갑자기 체중을 늘려 헤비급 참피온에 도전장을 냈는데, 링에서 상대를 KO로 녹다운시키고, 참피온의 자리에 등극한 형국이었다.

 

수영으로 다져진 강력한 여자 선수를 완전히 녹다운시켜 행복하게 만든 자신이 대견스러웠다. 치열한 접전 끝에 지역구선거에서 국회의원이 된 것보다 더 기분이 좋았다.

 

다군다나 국회의원은 4년밖에 임기가 보장이 되지 않지만, 자신의 정력은 앞으로 70살까지는 평생 보장될 것이고, 용불용설이론에 따르면 정력은 많이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더욱 강해진다고 하니 세상에 이보다 더 좋은 일은 없을 것 같았다.

 

다만, 걱정은 이 일은 혼자 할 수 있는 게 아니고, 받쳐줄 상대가 힘이 좋아야 가능하니, 그런 상대를 게속해서 만날 수 있을지가 문제였다.

 

그런데 일단은 지금 일전을 같이 겪어본 윤정이라는 여자가 있으니 아무 문제가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윤정은 매우 소중한 보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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