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55)

 

민첩 아버지가 인테넷뉴스를 보니, ‘아내와의 부적절한 관계를 의심해 다른 남자에게 흉기를 휘두른 5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는 기사가 있었다. 경찰은 그 남성을 살인미수혐의로 긴급체포했다.

 

가해자는 피해자가 자신의 아내와 부적절한 관계라고 생각하고 칼로 피해자의 목부위를 찔렀다. 다행이 피해자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생명에는 지장이 없게 되었다고 한다.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아마 두 사람은 같은 동네에 사는 모양이었다. 유부남을 만나면 이런 위험한 일을 당할 소지가 있다. 그걸 몰랐던 모양이다. 단순한 의심만 가지고도 이런 일이 벌어진다.

 

꼭 재판을 거쳐서 엄격한 증거에 의해 부정이나 불륜, 간통사실이 증명되어야 그때 가서 칼로 찌르는 것은 아닌 것이다. 형사재판을 통해 사형판결이 확정되어야 죽이는 것이 아니라, 법적 절차 없이 혼자서 아내의 부정을 의심하고 그 상대로 지목된 사람을 일방적으로 죽이려고 하는 것이다.

 

여기에 인간의 모순이 있고, 위험성이 있다. 때문에 남의 아내와는 의심받을 일 자체를 하지 말아야 하는 법이다. 그건 실정법이 아니라 자연법에 해당한다.

 

민첩 아버지도 전에 이런 경험이 있어서 그 다음부터는 절대로 유부녀는 만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런 기사를 보면 옛날 자신이 당했던 악몽이 되살아나고 그 트라우마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건 지독한 고통이었다.

 

민첩 아버지는 사건기사에서 칼에 찔린 남자가 남의 일 같지 않았다. 너무 불쌍했다. 그래서 기사에 달린 댓글을 밤을 새워 모두 읽어보았다. 댓글 가운데 정말 잘쓴 글이 여러 개 있었다. 모두 경험자들 같았다.

 

아니면 성에 관해 평생 연구를 많이 한 교수 같았다. 직접 경험해보지 않고서는 유부녀의 불륜에 대해서 그렇게 많이 알 수 없을 것이다.

 

아니면 부정한 아내 때문에 감방에 갔다온 경험이 있는 사람들 같았다. 단순히 이론상으로 댓글을 단 사람의 글은 언뜻 보아도 유치하고 현실성이 전혀 없었다. 예를 들면, 아내가 바람을 피면 이혼하면 된다. 단순한 의심만 가지고 칼로 찌르는 것은 안 된다는 것 등이었다.

 

민첩 아버지가 보고 감탄을 한 댓글들은 이런 것이었다. 민첩 아버지가 뽑은 '베스트 10' 댓글은 이랬다. ① 요즘 간통죄 폐지. 이런 일 다반사다. 하지만 상대 남자 죽이고 싶은 심정 이해하지만 현행법이 뒷바침 못해 주니. 요즘 니 마누라 내 마누라 따지지 않는 성의식. 여자는 분위기에 움직이고 남자는 남의 것을 선호한다. 모텔과 호텔은 호황이다. ② 50살에 이혼 세 번 한 나로선 이런 기사 보면 이해가 안 간다. 널린 게 여자건만 만다고 여자에 목숨거냐? 바람 피는 건 끝까지 피니깐 쿨하게 버리고 마음으로 날 좋아하는 여자 만나라. ③ 남의 마누라 가까이 했으니 칼침 맞는 것이다. 제발 남의 여자 탐하지 마라. ④ 불륜의 의심은 그 상당수가 사실로 드러난다. 여자만 촉이 있는게 아니다. 휴대전화가 널려있는 요즘 그 징후는 너무나 강렬하게 다가온다. 일부종사, 그것이 너희들 목숨을 지키는 가장 쉬운 길이다. OOO 잘 못 벌리면 개죽음 당한다. 불륜은 반드시 드러난다. ⑤ 배우자가 바람이 나면 걍 깔끔하게 헤어져요. 괜히 살인자 되지 말구요. 나 싫다고 다른 사람 만나는 거 그 사람이 없어진다고 내게 잘해줄까요? 그냥 몸만 붙어 있는게 부부랍니까? ⑥ 바람피는 짓은 아무나 못한다. 바람피는 놈년들은 따로 있다. 바람피는 놈년들은 묶어놔도 나가서 바람핀다. 바람피는 것도 바람끼를 타고 난다고 보는 것이다. 바람끼는 절대 못 고친다. ⑦ 부적절한 관계맺은 년놈 끝장내야 한다. 간통죄 폐지되고부터 남의 쌀로 떡치는 넘 응분의 댓가를 치러야한다. ⑧ 남에 눈에 피눈물 나게 하면 내 모가지에 피터진다. ⑨ 외간남자 앞에서 팬티내리고 당당히 재산분할 요구하는 나라는 전세계에서 한국뿐이다.’ ⑩ 그냥 이혼해라. 사람도 짐승이나 마찬가지다. 그걸 따져봤다 몬 소용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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