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66)

 

공칠은 그동안 여러 사건에서 남자의 부정행위에 대한 뒷조사를 해서 깔끔하게 마무리해주었다. 그때는 모두 자신보다 선배인 팀장의 지시를 받고 팀원으로서 보조역할만 해주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공칠이 단독으로 혼자서 판사의 뒷조사를 하도록 임무를 부여받았다. 뿐만 아니라 대상자의 사회적 신분이 현직 판사라는 점에서 공칠은 아주 특별한 관심을 가졌고 업무수행에 있어서 남다른 열정을 보였다.

 

그동안 말로만 듣던 판사라는 높은 사회적 지위에 있는 사람의 사생활을 직접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굉장한 흥미를 가졌다. 그래서 판사가 퇴근하면 매일 뒤를 따라 다녔다. 처음에는 판사는 다른 여자를 만나지 않았다.

 

평일 퇴근하면 그냥 집에 일찍 들어가거나 다른 남자들과 같이 저녁을 먹었다. 어떤 때는 혼자 영화를 보거나 연극을 보았다. 가끔 뮤지컬을 관람하기도 하고, 음악회에 가거나 미술작품전시회를 들르기도 했다.

 

동창회 같은 모임에도 참석하고 어떤 때는 혼자 저녁 식사를 하고 맥주집에서 혼자 술을 마시기도 했다. 판사는 매우 외로워보였다. 늘 표정에는 고독이 서려있었고, 어두었다.

 

세상을 아무런 재미 없이 그냥 살아야하기 때문에 살고 있는 사람 같았다. 판사 부인으로부터 의뢰를 받고 뒷조사에 착수한 지 보름 동안 미행한 결과는 이처럼 특이동향이 없었다. 공칠은 민첩에게 그동안의 진행상황을 상세하게 보고했다.

 

민첩은 판사 부인을 불러서 공칠이 있는 자리에서 중간보고를 했다. 그러면서 민첩은, “우리 팀장이 이번 사건에 대해서는 남다른 사명감을 가지고 철저하게 조사를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바깥 분은 집에 귀가하는 시간은 늦지만 여자를 만나는 것은 아니고, 혼자 이런 저런 취미생활을 하는데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다만, 저희 전문가 입장에서는 좀 더 시간을 가지고 확실한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판사 부인은 이상하다고 했다. 여자의 직감으로서는 분명히 다른 여자를 만나고 있는 것이 확실하다고 했다. 민첩은 더 사건을 진행하려면 추가 비용을 내야 한다고 했다.

 

판사 부인은 민첩과 공칠이 조사하였다는 내용에 대해 신뢰가 갔는지, 민첩의 말대로 추가비용을 내기로 했다. 공칠은 계속해서 판사의 뒤를 밟았다.

 

그러던 어느 날 판사는 퇴근하고 시내에 있는 호텔 커피숍으로 가서 어떤 여자를 만나는 것이었다. 공칠은 오토바이로 판사의 차를 뒤따라 가서 호텔에서는 공칠의 여자 친구 정연을 커피숍으로 보냈다.

 

판사는 호텔에서 먼저 11층 룸으로 올라가고 곧 이어 그 여자도 같은 룸으로 올라가서 세 시간 있다가 밖으로 나왔다. 판사와 여자는 따로따로 룸에서 나와 각자 호텔을 나왔다.

 

일주일에 한번씩 판사는 그 여자와 같은 호텔에서 만나서 커피를 마시고 룸에서 두 세시간을 보내고 나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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