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운명 (103)
젊은 대학생들 관점에서 보면, 50살 넘은 아주머니를 뭐가 좋다고 몇 시간씩이나 옆에서 보고 있느냐고 하겠지만, 그래도 나이 든 남자와 여자 사이에는 묘한 감정의 기류, 전기가 통하는 모양이었다.
처음 1년 동안은 전혀 움직여지지 않았던 맹 교수 어머니, 서옥자도 시간이 가면서 서서히 움직여갔다. 특히 대학 교수라는 추상적인 관념의 이미지에 이끌린 것 같이 보였다. 그녀는 마침내 자신보다 열 살이나 더 많은 늙은 교수의 품에 안겼다.
옥자가 사랑하게 된 교수는 강철민이었다. 대학에서 경영학을 강의하고 있었다. 그는 미국에서 오래 있다가 한국에 와서 한 동안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가 마침내 지방 도시에서 교수가 되었다. 워낙 소신이 강하고, 자기 주장이 강해서 학교 재단 측과 싸움이 끊이지 않았다.
강 교수의 살아온 과거를 보면, 그는 어려운 환경에서 열심히 해서 대학교를 졸업했는데 유학갈 돈은 없는 처지였다. 외국에 나가 더 공부를 하고 싶어 고민을 하고 있을 때, 어느 부잣잡 외동딸이 나타났다.
그녀는 공부를 워낙 싫어해서 고등학교때부터 늘 꼴찌를 맡아놓은 주인공이었다. 그녀는 공부가 뱀보다 더 싫었다. 선생님이 허락만 하면 교실에 앉아서 수업을 듣느니, 차라리 뱀사육장에 같이 들어가 있는 것이 나을 정도였다.
그러다가 우연히 강철민을 만나서 사랑에 빠지게 되었는데, 공부 잘하는 머리 좋은 강 교수에게 모든 것을 바치게 되었다. 그래서 그 집에서는 강철민을 사위 삼고 많은 돈을 들여 젊은 부부를 미국으로 미국으로 보냈다.
그런데 강철민은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난 다음부터는 자기 부인을 인격적으로 무시하기 시작했다. ‘어떻게 저렇게 머리가 나쁠 수 있을까? 아마 침팬지 DNA가 들어간 모양이야. 공부를 안 한 것과 머리가 기본적으로 나쁜 것은 전혀 다른 문제야. 운동을 하지 않는 것과 운동신경이 나쁜 것은 본질적으로 차이가 있는 거야.’ 철민은 시간이 가면서 이런 의식이 강해졌다. 그런 상태에서 부인을 보면, 사람 같지 않고, 꼭 지능지수가 부족해서 제대로 먹이를 못찾아먹는 침판지 같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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