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놀드 토인비 문제로 할복을 시도하다
민선수(27세, 가명)는 아버지가 고등학교 3학년 때 간암으로 돌아가셨다. 아버지는 워낙 술을 좋아했다. 아버지는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술과 담배를 했다.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는 아버지는 하루도 술을 거르지 않았다.
지독한 감기 몸살이 걸렸을 때에도, 가볍게 맥주라도 마셨다. 대부분 술에 취해 잠이 들었다. 아버지가 술을 끊은 것은 간암 판정을 받은 때였다. 병원에서 검사를 하고, 의사가 아버지에게 간암이라고 진단결과를 알려주자, 아버지는 그 다음 날 술에 취한 상태에서 병원을 찾아가 담당 의사에게 행패를 부렸다. “왜 나를 간암이라고 엉터리 판정을 해서 술을 못마시게 하느냐?”는 것이었다.
의사는 너무 기가 막혀서, 그럼 다시 재검사를 하자고 했다. 아버지는 술에 취해 횡설수설하다가 경찰에 의해 연행되었다가 풀려났다. 그 때문에 그 유명한 병원에는 더 이상 가지 못하고, 작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6개월만에 돌아가셨다.
아버지가 술 때문에 돌아가셨는데도 민선수는 개의치 않고 술을 많이 마셨다.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혼자 남은 어머니는 어렵게 생활했다. 외아들인 민선수는 빨리 대학을 졸업하고, 어머니를 부양해야 할 입장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여자를 좋아하다보니, 이 지경에까지 이르게 된 것이었다. 깡패로부터 당하고 있는 현재의 상황을 누구에게 상의하거나 도움을 청할 곳은 전혀 없었다.
민선수는 우선 급한대로 돈을 빌려서 깡패에게 주고, 깡패의 마수에서 빠져나오려고 했다. 그런 상황에서 어느 날 민선수의 휴대전화로 문자메시지가 왔다. 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월 300만원의 수입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곳으로 전화를 했다.
“집에서 우리 회사 자금 입출금만 관리해주면 한달에 300만원의 월급을 드립니다. 우리 회사는 술을 수입해서 판매하는 회사인데, 세금이 너무 많이 나와서 다른 사람의 명의로 된 통장으로 거래를 하고 있습니다. 이런 업무를 도와주시면 매달 월급을 드립니다.”
민선수는 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있으니까, 주류회사에서 세금을 적게 내기 위해서, 매출금액을 줄이기 위해서 다른 사람 명의 통장을 빌려 쓰는 경우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민선수는 쉽게 돈을 벌기 위해서 이 회사에 자신의 명의로 된 통장에 관한 자료를 알려주었다. 회사에서는 민선수의 통장으로 입금되는 금액을 민선수가 직접 인출하여 회사에서 지정해주는 다른 통장으로 송금하도록 했다. 그러면 한 달 후에 월급 300만원을 준다는 것이었다.
민선수는 자기 통장에 5회에 걸쳐 입금된 돈 합계 2천만원을 은행에 가서 인출하여 곧 바로 그 회사에서 지정하는 계좌로 송금했다. 그러고 나서 며칠 후에 은행에서 연락이 왔다.
민선수 명의의 은행계좌가 사고처리되어 지급정지되었다는 것이었다. 민선수는 놀랐다. 곧 바로 그 회사로 전화를 하니 전원이 꺼져있었다. 모든 것은 사기였다.
이른바 보이스피싱사기사건에 연루가 된 것이었다. 민선수 통장에 돈을 입금시킨 사람들은 순수한 보이스피싱사기사건의 피해자로서 사기꾼들의 인적 사항을 가지고는 사기꾼을 잡을 수 없게 된다.
그래서 피해자들은 민선수를 상대로 경찰에 신고를 하게 된다. 민선수는 경찰의 조사를 받게 된다. 민선수는 이래 저래 코너에 몰리게 되었다. 깡패의 노래방에는 깡패가 민선수의 사정을 봐주어서 일주일에 세 번만 나가게 되었다.
하지만 노래방에서의 하는 일의 강도는 더욱 세졌다. 단골 여자 손님들이 노골적으로 민선수에게 성관계를 요구하였다. 민선수는 처음에는 그것만은 절대로 안 된다고 했지만, 보이스피싱까지 당하고 나니, 이제는 버틸 힘이 없어졌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비교적 믿을만한 단골 손님들의 요구는 들어주었다. 그 여자들은 민선수에게 모텔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혼자 노래방에 와서 놀다가 노래방 쇼파에서 민선수와 성관계를 가졌다.
그리고 팁으로 한번에 10만원을 주었다. 민선수는 처음에는 시세를 잘 모르고 있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자신이 너무 저렴하게 몸을 팔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배짱을 부렸다.
그래서 일부 여자들로부터는 12만원 내지 15만원을 받았다. 어떤 여자들은 10만원 이상은 절대로 올려줄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그 여자들의 지론은 다른 노래방에서는 모두 10만원에 하는데, 왜 민선수만 부당한 이익을 취하려고 하느냐는 것이었다.
어떤 무식한 여자는 민선수에게, “한번 해주는데, 남자에게 들어가는 원가가 얼마가 되는냐? 내 생각으로는 돼지고기 600그램 먹으면 충분하다고 본다.”는 원가비교론까지 들먹였다.
어떤 여자는 민선수가 부당한 폭리를 취하기 위해 단골 손님들에게 너무 무성의하고, 짧은 시간에 일을 끝낸다고 깡패에게 소비자로서 청원을 하기도 했다. 그런 날이면 깡패는 민선수를 불러서 말했다.
“너 죽고 싶으냐? 육체노동자가 곤주를 부려서 소비자를 만족시켜주지 않으면 사장은 망해서 파산할 텐데, 그때 너는 어떤 책임을 지려고 하느냐? 그러니까 곤주를 부리지 말고, 열심히 노력해야. 그리고 체력이 딸리면, 뻔데기와 개구리, 참새 구이를 많이 먹어야 한다. 그리고 틈을 내서 철봉 같은 것을 해야 해. 나는 이제 자네만 믿어. 마누라는 절대로 믿지 않아. 마누라는 집에서 밥만 하고 청소만 담당하고 있어. 너 때문에 내 마무라가 폐인이 됐으니까, 앞으로 네가 나를 먹여살려야 해. 다만, 네가 나와 약속한 천만원을 일시불로 갚으면 너를 해방시켜 줄 수 있어. 그때까지는 너는 나의 노예라고 생각해야 해. 옛날 서양 역사를 보면, 주인의 부인을 꼬셔서 간통한 남자는 죽을 때까지 그 주인의 노예로 살아야 하는 거야. <맥도널드 통큰비>라는 유명한 프랑스의 역사학자가 <새천지의 진리>라는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책에서 말한 내용이야. 나는 그 책을 중학교 3학년 때 세 번이나 읽었어. 아마 너도 읽어봤겠지? 만일 네가 정말 대학교를 다니고 있다고 하면 말이야. 그런데 네가 대학생이라는 말은 내가 믿지 않아. 너는 분명히 가짜 대학생일 거야. 여자 뒷꽁무니나 졸졸 따라다니다가 한번 공짜로 섹스나 하려는 놈이 틀림 없어. 그렇지 않으면, 나이가 27살밖에 되지 않아, 머리에 피도 마르지 않은 놈이 내 마누라 같은 절세의 미인인 데다가 섹스의 여왕이라고 불릴 정도로 테크닉이 좋은 여자 배위에 올라갈 수 있겠어?”
민선수는 기가 막혔다. 아무리 무식해도 깡패는 아놀드 토인비가 쓴, <역사의 연구(A Study of History)>를 말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깡패는 <아놀드 토인비>를 <맥도널드 통큰비>라고 말하고, 영국 역사학자를 프랑스 역사학자로 잘못 알고 있었다.
그리고 책 이름이, <역사의연구>인데, 이것을 <새천지의 진리>라고 주장하고 있었다. 아마 깡패는 특정 종교집단에 빠져있다가 그곳에서도 쫓겨나온 것처럼 보였다. 노래방에서도 방마다 성경책과 찬송가책을 비치해놓고 있었다.
“사장님, 지금 말씀하신 책은 <새천지의 진리>가 아니고, 저자도 <맥도널드 통큰비>가 아니예요.”
그랬더니 깡패는 갑자기 주방에 가서 식칼을 들고 왔다. 그리고 자신의 배를 향해 시퍼런 칼날을 향했다. 그러면서 셔츠를 올리고 곧 할복을 할 것같은 태도를 보였다. 민선수는 아차 싶었다. 쓸데 없이 무서운 깡패의 약점, 지식 부족을 말해서 그의 자존심을 무너뜨린 것이었다. 민선수는 깡패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사장님! 제가 잘못했어요. 사장님이 말씀하신 것이 맞는데, 제가 잘못 알고 말을 한 것이예요. 한번만 용서해 주세요. 다시는 안 그럴게요.”
“아냐. 너는 잘못한 거 없어. 나 같은 놈은 죽어야 해. 더 이상 살 가치가 없는 벌레 같은 놈이야. 그렇게 남보다 잠 안 자고, 열심히 공부했는데, 너처럼 기집질이나 하고 다니는 놈보다 실력이 없다니, 살 자격이 없어. 나는 이 세상을 떠나면 곧 천국으로 들어가기로 예정이 되어 있어. 이렇게 더러운 세상 빨리 떠나야 해.”
깡패는 곧 일을 저지를 것 같았다. 민선수는 무서워서 눈을 감았다. 그리고 벌벌 떨고 있었다. 혹시 깡패가 흥분한 상태에서 자신의 배를 가르지 않고, 민선수의 배를 가를까 겁을 먹었다. 5분간의 침묵이 흘렀다. 세상의 모든 소음도 들리지 않았다. 깊은 바다속의 고요가 계속되었다.
“민선수, 일어나! 내가 죽지 않기로 했어. 만일 내가 맞고, 네가 틀리면 너를 죽여버리기로 했어. 그리고 만일 내가 이런 일로 죽으면, 나를 믿고 따르고, 존경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장례식장에 문상을 와서 얼마나 나늘 무시하겠어. 그리고 문상을 받아야 하는 상주로서도 창피할 것 아냐? 사람들이 문상 와서, ‘그 위대하신 사장님께서는 갑자기 왜 돌아가셨습니까?’라고 물으며, 상주는 거짓말을 할 수 없으니까, ‘<맥도널드 통큰비>가 쓴 <새천지의 진리>를 가지고 토론하다가 돌아가셨습니다.’라고 대답을 해야 하는데, 이것은 창피한 일이잖아. 그러니까 나는 할복하는 것을 포기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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