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여자에게 양다리를 걸치고 줄타기를 하는 남자
엄정순(37세, 가명)은 현재범(33세, 가명)의 인간성을 높이 평가했다. 비록 고등학교를 중퇴했지만, 대학교 나온 사람들보다 훨씬 더 아는 것도 많았다. 혼자 책을 많이 읽고, 공부를 했기 때문이었다.
영어도 잘 했다. 언젠가 정순은 재범과 같이 이태원에 가서 술을 마시다가 미국 군인과 합석한 일이 있었다. 정순은 하나도 못알아 듣는데, 재범은 미군인과 한 시간 넘게 이야기를 계속 하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두 재범은 그 덩치 큰 미군인과 팔씨름을 했다. 생맥주 10잔 내기를 했다. 정순은 당연히 재범이 질 것으로 생각했다. 재범이 일부러 팔씨름에서 져주고, 미군인에게 생맥주를 사서 같이 더 시간을 보내려고 하는 것으로 알았다.
그런데 씨름은 만만치 않았다. 보통 2~3분이면 끝나는 것이 팔씨름이다. TV에서 씨름선수 출신인 유명 연예인도 팔씨름 하는 것을 보면 5분 안에 끝난다.
재범과 그 미군인은 한 시간 넘게 팔씨름을 하고 있었다. 중간에 몇분간은 서로 팔을 붙잡고 잠을 자는 것처럼 보였다. 마침내 결판이 났다. 재범이 지고, 재범은 생맥주 10잔값을 냈다.
세 사람은 끝까지 생맥주를 다 마시고, 또 2차로 가서 추가로 생맥주 30잔을 시켜 모두 마셨다. 세 사람의 배가 모두 남산처럼 둥그렇게 부풀어올랐다. 나중에 재범에게 물어보았다.
“재범씨가 질 줄 알았어요. 그런데도 왜 술내기를 했어요?”
“그 미군인은 자신이 지루증 환자라고 그랬어요.”
정순은 커피 바리스터 자격도 따고, 제빵학원에도 다녔다. 일본에 가서 6개월 동안 제빵학원에도 다녔다. 그리고 아버지에게 간청을 해서, 카페를 차렸다. 그러면서 재범에게 카페에 와서 같이 일을 하자고 제안했다.
재범은 나채양(40세, 가명)을 만나 이런 이야기를 했다. “내가 다니는 회사 사장님 따님이 베이커리 카페를 차렸어요. 나보고 그 카페에서 같이 일을 하자고 하는데, 어떨까요?”
“내가 한번 그 카페를 가보고, 어드바이스할 게요.” 채양은 재범이 일을 하겠다는 <우울한 봄날의 카페>를 찾아갔다. 채양은 혼자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사장인 엄정순이 들어왔다.
“아니, 정순이 아냐! 여기는 어쩐 일이야?”
“응, 내가 하고 있는 카페야.” 채양은 놀랐다.
‘세상에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나?’
채양이 대학교 4학년 때였다. 소개팅에서 만난 경제학과 4학년 민선수(27세, 가명)을 만나 열심히 데이트를 하고 있었을 때였다. 민선수는 공부도 잘 했지만, 사회주의에 심취해있었다.
자유민주주의의 폐해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민선수는, 생산 수단의 사적 소유와 소수 관리에 반대하고 공동체주의 행복 실현을 최고 가치로 하는 공동 이익 인간관을 가지고 있었다.
자원을 효율적으로 분배하며 생산수단을 공동으로 운영하는 협동 경제가 이상이었다. 그리고 모든 국민은 근로의 대가로서 정당하고 평등하게 분배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불우이웃돕기 한번 하지 않으면서, 몇십억원 하는 강남 아파트에 살고, 자녀 모두 해외유학 보내고, 아들 군대 면제받게 하고, 자녀 부정청탁해서 공기업에 취직시키는 사람들은 모두 거짓말쟁이, 위선자야.”
채양은 민선수의 말을 듣고 있으면 기분이 맑아지고 상쾌했다. 다만, 그는 무신론자였다. 그게 문제였다.
“채양은 교회 다니지 마. 그건 허구야. 하나의 신화에 불과해. 하나님은 있을 수 있지만, 예수는 하나님이 아냐. 하나의 인간에 불과해. 성경에 많이 나오는 수많은 선지자 중 하나라고 생각해야 해. 성령으로 잉태된 것이라든가, 오병이어 기적을 베풀었다든가, 십자가에 못박힌 다음 사흘 만에 부활했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불가능한 이야기야.”
채양은 민선수가 좋으면서도 자신의 신앙심이 흔들릴까 봐 걱정하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채양은 민선수에게 정을 느끼기 시작했고, 어느 날 민선수와 첫경험을 했다. 민선수는 육체적으로 채양을 원했다. 그래서 자주 만나 몸을 섞었다.
그렇게 8개월이 지난 상태에서 엄정순이 나타났다. 엄정순은 당시 대학교 2학년이었다. 정순이 고등학교 3학년 때, 민선수가 정순의 과외지도를 했다. 민선수는 정순과도 성관계를 맺고, 채양과 정순 사이에 양다리를 걸치고 있었다.
민선수는 왼쪽 다리는 채양에게 걸어놓고, 오른쪽 다리는 정순에게 걸어놓고 있었다. 월요일은 채양과 몸을 섞고, 금요일에는 정순의 가슴을 만지고 있었다.
채양과 정순은 이런 사실을 동시에 알게 되었다. 하지만 채양과 정순은 모두 속은 상했지만, 두 사람 모두 민선수를 독점할 자신은 없었다. 그리고 채양과 선수의 관계는 결혼을 전제로 한 것도 아니었고, 특별히 사랑하는 사이도 아니었다.
민선수는 한번도 채양에게 사랑한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채양은 가끔 선수에게 사랑한다고 말을 했다. 그때마다 선수는 아무런 응답을 하지 않았다. 그냥 멍하니 채양을 쳐다보고 있거나, 몸으로 사랑을 표현할 뿐이었다.
민선수에게 사랑은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하는 것이었다. 그는 말은 믿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그에게 있어 사랑은 오직 섹스였다. 섹스라는 동물적 행위, 행동을 통해서만 사랑을 실증적으로 확인하는 것 같았다.
민선수는 섹스에 있어서도 결과물인 사정을 특별히 중요시했다. 사정을 하지 않으면 섹스를 한 것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여성의 가임기라 피임기구를 사용하지 않으면 안 될 경우에는 절대로 섹스를 하지 않았다.
때문에 만일 채양이 정순의 존재 때문에 민선수에게 항의를 하거나 정순과의 관계를 끊으라고 할 권리도 없어보였고, 만일 민선수에게 그런 의사를 표시하면 민선수는 그 즉시 채양과의 관계를 단절할 것이 붙을 보듯 뻔했다.
이러한 상황은 민선수와 정순과의 관계에서도 똑 같았다. 아니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았다. 민선수는 정순을 고등학생일 때와 똑 같이 대했다. 학생과 선생과의 관계였다. 섹스를 할 때에도 민선수는 정순을 지도했다.
이상하게 정순은 이런 민선수에 길들여져 있었다. 민선수는 어디에서 배웠는지, 여성의 신체와 생리에 대해서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산부인과 의사 수준이었다. 민선수는 정순에게는 오르가즘에 오르는 법도 가르쳐주었고, 성관계를 할 때 여자가 취해야 할 마음가짐과 신체적 반응, 심리상태까지 일일이 알려주었다.
특히 일정한 수준을 넘어서는 정욕은 죄악이라고 늘 강조했다. 그래서 정순은 채양의 존재를 알게 되었어도 <선생님>인 민선수가 하는 일에 대해 그 어떠한 참견도 할 입장이 아니라는 걸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작은 운명'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많은 여자를 농락하다 깡패에게 제대로 걸리다 (0) | 2020.05.06 |
---|---|
일방적인 사랑에서 벗어나려고 애쓰는 여자 (0) | 2020.05.05 |
<의사와 결혼했으나 파경에 이르다> (0) | 2020.05.04 |
음주운전자를 바꿔치기 해서 위기를 모면하다 (0) | 2020.05.04 |
음악에서 실패하고 클럽에서 일을 하다 / 작은 운명 (198) (0) | 2020.05.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