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자를 바꿔치기 해서 위기를 모면하다 / 작은 운명 (199)
재범이 나이 서른 세살에 나채양(여, 40세, 가명) 교수를 만났다. 당시 재범은 나이트클럽을 그만 두고, 어떤 작은 중소기업체 사장의 운전기사로 일을 하고 있었다. 재범은 채양과 연애를 했다.
채양은 미혼으로 미국에 가서 공부를 하고 돌아와서 대학교 조교수를 근무하고 있었다. 채양은 재범이 고등학교를 중퇴했다는 사실도 모르고, 재범에 관해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그냥 재범을 남자로 생각하고, 의젓하고 남자답고, 성격이 좋은 것으로 알고 사귀었다.
채양의 아버지는 성형외과를 하고 있어 돈도 많은 상태였다. 채양은 그동안 여러 남자와 연애도 했으나, 대부분의 남자들이 공부를 많이 해서 그런지 쩨쩨하고, 너무 이성적이어서 감성은 완전히 메마른 상태였다.
사회적 능력은 있었으나, 여자를 다룰 줄도 모르고, 기본적으로 지나치게 이기적이고 자신만 아는 스타일이었다. 성관계를 해도 여자에 대한 배려심이 제로였다. 자신의 욕정만 채우고 돌아서면서, 채양이 성적으로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면 싫어하고 의심했다.
그래서 채양은 나이 마흔살이 될 때까지 공부만 하고, 자신의 취미생활을 하고, 운동을 하면서 멋있는 남자를 만나는 것을 거의 포기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면서 채양은 자신이 불감증이라는 사실 때문에 많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
이런 시점에 채양은 재범을 만났다. 재범은 무척 인간적이었다. 여자를 무척 위했다. 모든 것을 여자에게 맞추려고 노력했다. 무척 자상했다. 혼자 강아지를 키우고 있다고 하면서 강아지 때문에 집에 늦게 들어가는 것도 무척 고민할 정도였다.
스마트폰에는 오직 강아지 사진만이 있었다. 포메라이안이라는 강아지와 완전한 가족으로 둘이서만 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재범은 시를 좋아했다. 차에는 늘 시집을 여러 권 가지고 다녔다. 디스크도 시를 낭송하는 것이 들어있었다.
재범은 또 그림 그리는 취미를 가지고 있었다. 사진 찍는 것도 좋아했다. 그리고 술을 많이 마셨다. 채양은 이런 재범이 좋았다. 재범과 육체관계를 계속하면서 자신의 불감증도 고쳤다. 정말 신기한 일이었다. 그렇게 3개월이 흘러갔다.
이제는 채양이 재범에게 끌렸고, 재범은 또 다른 여자들처럼 채양과 사이에 권태기가 도래했다. 채양을 만나도 약간 시큰둥했다. 채양은 재범의 태도가 불안했다. 이런 남자를 놓치기는 싫었다.
그래서 어느 날 채양은 자신의 차를 운전하고 재범과 드라이브를 나갔다. 강이 보이는 전망 좋은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면서 채양은 울적한 마음을 풀기 위해 와인을 몇잔 마셨다. 재범은 차를 운전하겠다면서 술을 마시지 않고 있다가 나중에는 채양 혼자 계속 마시는 것을 보고 있을 수 없어서 같이 마셨다.
식사가 끝난 다음 두 사람은 모텔로 갔다. 모텔 방은 3층에 있었다. 넓은 창으로 강물이 흘러가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어두워진 강변에는 아름답고 슬픈 사랑이 작은 축제를 벌이고 있었다.
서로가 껴안기도 하고, 서로가 발로 차기도 하면서, 사랑들은 진흙속에 파묻혀 뒹굴고 있었다. 무수한 사랑들이 신음소리를 내고 있었다. 강가의 버들나무 가지가 쳐진 상태에서 상처 입은 사랑들을 감싸고 치료하고 있었다.
두 사람은 강물을 보면서 또 한번 진한 사랑을 나누었다. 지금 이 순간 채양에게는 아무 것도 필요 없고,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지금 같이 있는 이 남자의 마음과 육체가 필요할 뿐이었다. 그 다음 날 채양은 학교에서 오전부터 강의가 있었기 때문에 늦게라도 집으로 돌아와야했다. 채양은 더 있고 싶었지만, 하는 수 없이 모텔에서 나왔다.
채양이 운전대에 앉자 재범은 술을 마셨기 때문에 운전을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채양은 괜찮다고 고집을 부렸다. 재범도 어쩔 수 없이 그냥 조수석에 탔다. 재범이 채양의 허리를 만지고 허벅지를 만지지 채양은 아직도 가득 찬 욕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한참을 가고 있는데, 멀리서 차들이 정차하여 음주단속을 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재범은 채양을 뒷좌석으로 빨리 가도록 하고, 대신 자신이 운전대를 잡았다. 결국 재범은 채양 대신 음주운전으로 입건이 되었고, 면허가 취소되었으며, 벌금도 300만원을 냈다.
채양은 미안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채양이 음주운전으로 단속이 되면 학교에서 징계처분을 받아야 했기 때문이었다. 이런 일로 두 사람의 관계는 계속되었고, 채양은 자신을 위기에서 구해준 믿음직한 남자, 재범을 더욱 사랑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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