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와 결혼했으나 파경에 이르다> 

 

재범은 운전면허가 취소되었으므로 중소기업 사장의 운전기사 근무를 못하게 되었다. 재범은 고등학교 중퇴 학력밖에 없었으므로 직장을 구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래서 하는 수없이 건설현장의 잡부로 일을 시작했다.

 

막노동하는 것이 정말 힘이 들었다. 재범은 매일 새벽 4시 반에 일어났다. 노동복장으로 갈아입고, 현장 소장 사무실로 5시 반까지 갔다. 그곳에는 재범과 같이 일당으로 건설현장에서 일을 할 사람들이 그 시간까지 도착해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면 현장 소장은 그날 일을 할 사람을 뽑는다. 그날 그날 필요한 인원수가 다르기 때문에, 그 전날 대충 인원수를 예상할 수는 있지만, 꼭 그대로 되는 것은 아니었다. 다행이 운수가 좋으면 재범은 공치지 않고 일을 할 수 있었다.

 

그날 같이 일을 할 사람들이 선발되면, 일행들은 같이 식당으로 가서 아침 식사를 한다. 그리고 7시부터 현장에서 일을 한다. 재범은 특별한 기술이 없었기 때문에, 잡부로서 자재를 나르는 일, 기술자를 보조하는 일을 했다.

 

건설현장에는 위험요소가 너무 많았다. 화이버를 쓴다고 해도, 그것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었다. 점심 식사를 한 시간에 걸쳐 하고, 쉬다가 오후 4시경까지 하루 8시간 일을 한다.

 

그러면 일당으로 재범은 11만원을 받는다. 그 중에서 현장 소장이나 소개소에 1만원을 주고, 2천원은 세금 비슷한 명목으로 공제된다. 하루 일당으로 재범에게 돌아오는 현금은 98천원이었다.

 

한달 내내 이런 일이 계속되는 건 아니었다. 공치는 날이 많았다. 여름에 장마철에도 일을 못했다. 겨울에도 일은 적었다. 한동안은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공사는 많이 중단되었다.

 

재범은 이런 노동일을 하면서 돈가치를 새삼스럽게 뼈저리게 느꼈다. 하루 종일 쉬지 않고 무거운 물건을 들고 다니고, 뜨거운 햇볕 아래 땀을 흘리고 나면 온몸이 쑤시고 아팠다. 얼굴은 새까맣게 탔다.

 

재범은 사람들이 커피 한 잔에 5천원씩 하는 것을 마시고, 뷔페식당에서 1인당 15만원씩 하는 식사를 하는 것을 보면 너무 비참한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재범은 이를 악물고 참고 견디었다.

 

이렇게 된 것이 모두 채양을 위해서 자신이 모든 것을 뒤집어쓰고 음주운전으로 처벌 받고, 면허가 취소되었기 때문이었지만, 재범은 한번도 채양을 원망하지 않았다. 음주단속이 된 날로부터 한 달 후에 재범은 채양을 만났다. 채양은 깜짝 놀랐다.

 

아니 얼굴이 왜 그래요?”

, 일부러 태웠어요. 비싼 돈 들여서 썬텐도 했고요. 제가 옛날에 음악을 열심히 할 때 저는 마이클 잭슨이 저의 우상이었어요. 그래서 뒤늦게 마이클의 흉내를 내본 거예요. 제가 좋아한 노래는 마이클의 빌리진이었어요.”

 

그러면서 재범은 <빌리진>의 노래를 하면서 마이클의 춤동작을 흉내냈다. “정말 마이클 잭슨과 똑 같네요. 멋있어요.”

 

그날 재범은 채양을 껴안았을 때, 너무 지쳐서 그것을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일부러 소주를 많이 마셨다. 술 핑계를 대려고 했던 것이다.

 

하지만 노동일에 지친 것과 남성은 전혀 연관이 없는 것 같았다. 그날 채양은 평소와 달리 히말라야 정상에서 스키를 밤새 타고 있었다. 재범은 채양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건설자재 도매업체에 관리직으로 취직했다고 거짓말을 했다. 다만, 만나는 횟수를 줄였다. 이상한 것은 재범이 채양에 대한 애정이 더 이상 깊어지지 않는 것이었다. 채양은 여전히 재범을 좋아했다.

 

그러다가 어느 날, 재범이 나이트클럽에서 일을 할 때, 클럽에 단골로 다니던 엄정순(37, 가명)이 건설현장에 왔다가 재범을 알아보았다.

 

아니! 재범 씨 아니예요?”

, 정순 씨! 여기는 어쩐 일이예요?”

 

엄정순은 재범이 일을 하고 있는 상가건물 건축주의 딸이었다. 한동안 정순과 재범은 서로 좋아하고 몸을 섞었다. 그러다가 재범이 클럽을 그만 두는 바람에 연락이 끊어졌다.

 

정순은 재범이 불쌍했다. 조금이라도 도와주고 싶었다. 아빠 회사 상무에게 간곡하게 부탁해서 재범을 회사 직원으로 채용하게 만들었다. 그 바람에 재범은 당당하게 사무실에서 일을 하게 되었고, 막노동이 아닌 관리직, 영업직으로 일하게 되었다.

 

엄정순은 그동안 어떤 남자와 결혼했다가 1년 만에 파경을 맞아 이혼하고 혼자 살고 있었다. 정순이 만났던 남자는 의대를 졸업한 전문의 과정에 있는 엘리트였다.

 

정순의 집에 돈이 있었기 때문에, 정순의 부모는 의사 사위를 얻는다고 결혼정보회사를 통해서 어렵게 결혼을 시켰다. 그런데 그 의사는 이상했다. 세상에서 자신이 제일 똑똑하고, 잘 난 것으로 믿었다.

 

교회를 다니지 않아서 그랬는지 몰라도, 예수님보다 자신이 더 잘났다고 확신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상하게 처녀성에 집착했다. 신혼여행 가서 첫날밤을 치룰 때, 불을 환하게 켜놓고 행위를 했다.

 

그리고 쳐녀혈흔이 없다는 것을 추궁했다. 행위를 한 다음 침대 시트를 스마트폰으로 여러 장 찍었다. 정순은 기가 막혔다. ‘도대체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 이렇게 미개한 원시인이 나타났나?’ 그러면서 큰소리로 따졌다.

 

아니, 지금 뭐하는 거예요? 내가 처녀인가 아닌가 확인하는 거예요?”

. 내가 의사잖아? 당신이 처녀이면, 처녀로 대접해주고, 처녀가 아니면 비처녀로 대접해주려고 그래. 아무 걱정하지 말아요. 나도 결혼할 때, 당신이 처녀라고는 전혀 기대하지 않았어.” “

당신은 총각이었어요?”

나도 물론 총각이 아니야. 하지만 남자와 여자는 다른 거야.”

무엇이 어떻게 다는 거지요? 궁금하네요.”

 

이렇게 시작된 결혼생활을 머지않아 파경을 예고하고 있었다. 의사는 정순이 처녀가 아닌 사실을 확인한 다음에는 성관계를 아주 제한적으로 줄였다. 한달에 한번 하고 말았다. 정순도 더 이상 그 의사와는 관계를 하기가 싫었다.

 

마지 못해 해도 마치 투명인간이 올라와 있는 것처럼 무감각하고, 소름이 돋았다. 의사가 사정을 할 때면 마치 소독약을 주입시키는 것 같았다.

 

의사는 공공연하게 다른 여자와 성관계를 했다. 그 이유는 정순이 처녀가 아니었기 때문에, 자신의 무의식을 달래기 위해서라는 것이었다. 정순은 마침내 어머니에게 털어놓았다.

 

완전히 정신병자야! 변태야. 미성숙아야.” 정순의 어머니도 동감했다. 그래서 이혼을 시키기로 했다. 그런데, 의사는 이혼에 반대했다. “왜 그래요? 내가 처녀가 아닌 것을 다 이해하고, 사랑하고 있는데, 왜 이혼하려고 해요? 절대로 이혼할 수 없어요.”

 

그래서 정순 어머니는 하는 수 없이 이혼전문변호사를 찾아가 돈을 많이 줄테니까 빨리 이혼시켜 달라고 했다. 변호사는 어렵게 의사가 다른 여자와 바람을 핀 사실을 찾아내서 이혼을 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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