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때문에>

 

 

너 때문에

가을은 시작되었다

불타는 단풍 앞에서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너에게 매달렸다

 

그렇게 물들은 가슴은

바람 따라, 너를 따라 흔들렸다

오직 네 앞에서

모든 것을 던진 채

쓰러지고 무릅을 꿇었다

 

너 때문에

첫눈이 내렸다

너를 향한 순수의 빛이

밤하늘을 수놓고

바닷가 작은 텐트 안에서

설원의 꿈을 꾼다

 

침묵의 시간이 흐르고

알알이 박힌 정이

온몸을 돌다가 정지하는 시간

전율을 느끼며 몸서리친다

 

너 때문에

나를 만진다

내 가슴을 쓰다듬으며

너를 품는다

네 이름을 허공에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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