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모진 운명

 

결혼하고 나서 2년이 지난 어느 가을 영식은 결혼 전에 연애를 했던 미영을 만났다. 미영은 여전히 결혼을 하지 않고 직장에 다니고 있었다. 한때 사랑했던 여자를 다시 만나니 약간 어색했다.

 

더군다나 영식은 경희와 결혼한 상태였고, 현재의 결혼에 별 불만이 없는 상황이었다. 영식이 미영과 연애를 하다가 헤어진 것은 그러니까 벌써 4년이나 되었다. 무엇 때문에 헤어진 것일까?

 

사실 따지고 보면 두 사람이 헤어진 것은 뚜렷한 이유도 없었다. 만나서 정을 통하고 사랑을 하기는 했지만, 그 정은 어느 선에서 더 이상 진전이 되지 않았다.

 

그냥 만나면 모텔에 가서 사랑을 나누고 식사를 하고 같이 영화를 보는 식으로 매우 단순한 방식으로 반복되고 있었다. 두 사람은 결혼을 전제로 하지도 않았고, 결혼하기로 이야기가 되지도 않았다.

 

삭막한 현실에서 단순히 남자와 여자로서 서로 친하게 지내고, 연애감정을 느끼고, 육체관계를 하는 관계였고, 그 관계에서 머무르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차츰 서로에게 권태를 느끼고, 만나도 특별히 새로운 감흥도 없어졌다.

 

계속해서 모텔에 가서 사랑을 나누는 것도 하나의 습관, 의무적인 행사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해서 어느 날부터는 자연스럽게 만나지 않고, 두 사람에게는 각각 새로운 친구가 생겼다. 그리고 그냥 가끔 전화나 하고, 서로를 마음으로 아끼는 관계로 바뀌었다.

 

영식과 경희는 그래서 그렇게 자연스럽게 헤어졌다. 헤어졌다기 보다는 특별히 서로 연락해서 만나지 않고, 육체관계를 하지 않게 되었다는 의미였다.

 

남자와 여자가 사랑하다가 헤어졌다고 해서 서울에서 같이 살면 또 만날 기회가 있게 되고, 그때 서로 원수처럼 지낼 필요는 없다.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그냥 편하게 지내면 되는 것이다. 다만, 다시 만났을 때 서로 육체관계를 하게는 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서로 애정이 식었고, 지속적인 육체관계가 상당 기간 단절되었을 경우에는 새삼스럽게 육체관계를 하기는 곤란하다. 서로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 못하게 된다.

 

영식이 결혼한 다음 2년쯤 지나 미영을 다시 만났다. 그때는 미영이 다소 힘든 상황에 있었다. 다니던 직장을 그만 두고, 우울증에 빠져있었다. 영식은 미영의 이러한 사정을 듣고 동정심이 일었다. 그래서 자주 만나 식사도 하고, 위로를 해주려고 했다.

 

두 사람은 어느 날 드라이브를 하러 갔다가, 경치가 좋은 강변에서 좋은 음악을 듣고 있던 중 다시 육체관계를 하게 되었다. 미영이 별 거부반응 없이 영식을 받아주었다.

 

그런데 사람은 참 이상한 존재다. 결혼 전에 미영과 관계를 할 때는 잘 몰랐는데, 영식은 자신의 부인인 경희와는 달리 미영과 속궁합이 잘 맞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런 계기로 두 사람은 다시 예전으로 돌아갔다. 그렇다고 미영이 영식의 결혼사실을 부인하는 것은 아니었다. 미영은 미영대로 영식과 헤어지고 난 다음 두 명의 남자와 연애를 하다고 헤어진 상태였다.

 

미영은 영식과 만나 외로울 때 위로받고, 외로움을 달래고, 또한 육체관계도 필요했기 때문에 영식을 만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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