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el California

 

소나기가 쏟아진다. 무섭게 창문을 두드린다. 커피 한 잔을 들고 어둠을 응시한다. EaglesHotel California를 듣는다.

 

전자기타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낯선 감성을 스폰지처럼 빨아들인다. Eagles의 호소력있는 음성을 따라 고속도로를 달린다.

 

라디오를 크게 틀어놓고, 모든 것을 망각한다. 네가 옆좌석에 있다는 사실도 잊었다. 차 안에는 오직 내 자유로운 영혼만이 존재한다.

 

빗소리가 들린다. 또 하나의 드럼소리다. 빗소리가 Eagles의 드럼을 압도한다.

 

고독이 찻잔에 떨어진다. 식은 커피에서는 삶이 토해낸 작은 욕망들이 물방울처럼 솟아났다가 사라진다.

 

차는 제한속도를 초과하면서 어두워지는 초원을 가로지른다. 마침내 우리는 작은 호텔에 도착한다.

 

낯선 사람들과 캠프 화이어 앞에서 와인 파티를 한다. 아무 의미 없는 언어로 술잔을 채우고 술에 취해 처음 만난 파트너와 입맞춤을 한다.

 

뒤늦게 도착한 집시 일행에게 경의를 표하고, 우리는 삶의 노예였음을 반성한다. 그곳에서 자유로운 영혼을 만나 함께 광란의 춤을 춘다.

 

사랑의 절정에서 천둥이 치고 폭우가 쏟아진다. 사람들은 춤을 멈추지 않고, 비에 젖은 스테이크로 배를 채우며, 와인을 허공에 뿌리는 의식을 치룬다.

 

우리들의 몸짓이 계속되는 한 자정의 시간은 오지 않는다. 시간이 멈춘 곳에서 삶 또한 정지한다.

 

비가 그치고, 다시 불이 활활 타오를 때, 캘리포니아 호텔을 시야에서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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